제315화 약을 사다 줘
- 그 당시 여연은 타지에서 열혈 단신으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침대 시트가 다 젖어 있을 때까지 가만히 누워 지켜보기만 했었다. 그날 밤 방 안에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무서울 정도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그녀는 그렇게 침대에 누워 있었고 아픔에 몸이 점점 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뚝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보니 침대 시트의 피가 조금씩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 그녀는 제 피가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무언가가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고통은 상처받은 마음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자신의 작은 얼굴을 감싸고 통곡했다.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그녀를 복수하기 위해 고웅범은 꼬박 10년 동안 그녀의 모든 것이 되어주었고, 결국 직접 그녀를 무너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