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내가 질투하지 않을 수 있어?
- 귀가에 올리는 익숙한 중저음.
- 하민정은 동공이 흔들렸다, 우아진?
- 그녀가 뒤돌아서는 순간 우아진의 잘생긴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서 무한히 확대됐다.
- “웬일이야? ”
- 하민정은 너무 놀랐다, 그가 이곳에 나타날 줄 꿈에도 몰랐다.
- 우아진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를 품속에 가뒀다.
- “조금만 늦었으면 와이프가 바람날 것 같던데. ”
- “무슨 말이야? ”
- 하민정은 순간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 우아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 “모르는 척이야? 밖에 안 대표라는 사람은 누구야? ”
- 하민정은 그가 오해한 것 같아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 “나랑 안 대표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저 처리할 일이 있어서 온 거야. ”
- “어떤 일을 처리하려고 봉춤까지 추지? ”
- “그게… ”
- 하민정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 “우아진, 왜 오늘따라 꼬치꼬치 캐묻는 건데, 우리 서로 사적인 일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잖아… ”
- 우아진은 대답 대신 그녀의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
- 하민정은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고 그를 밀쳐내면서 말했다.
- “우아진, 선 넘지 마. ”
- 우아진은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 “우리의 약속대로라면 신체접촉도 금지겠네, 지금 내가 키스했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없을걸? ”
- “…”
- 이런 걸 보고 생떼를 부린다고 하죠?
- “우아진, 먼저 나 좀 놓아주고 말해. ”
- 하민정은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내던 중,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밖에 안 대표가 물었다.
- “하민정, 뭐 하는 거야, 이상한 소리가 들리던데. ”
- 하민정은 너무 놀라 움직이지 못했다.
- “저… 살짝 미끄러지는 소리였어요, 괜찮아요. ”
- “그럼 빨리 좀 해봐, 기다리다가 지친다. ”
- “알겠습니다. ”
- 하민정은 안 대표의 말에 대꾸하느라고 우아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때 그녀는 우아진의 입술이 베일 밑으로 훅 들어온 것을 느꼈다…
- 입술이 닿았다.
- 저번에 차에서는 무심코 베일을 사이에 두고 입술이 닿는 사고였다면, 이번에는 진짜 키스였다.
- 긴장하고 있던 하민정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청량한 민트 향과 담배 냄새를 맡았다.
- 우아진은 눈을 감지 않았고 그녀의 예쁜 두 눈을 보고 있었다. 겁에 질린 듯 확대된 동공이 놀란 사슴 같았다.
- 조금 전, 봉춤을 추던 그녀의 모습을 연상시켜보니 또 너무 섹시하고 매력적이었다.
- 책에서나 나올법한 요염한 여자 같았다.
- ‘집사가 물었었지, 그녀가 어떤 마술을 부렸냐고? ’
- 기차에서 우연히 마주한 여자애가, 다른 사람을 대신해 시집온 이 여자애가, 처음에는 그저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다.
- 하지만 지금은 머리에 온통 그녀의 아름다움, 지혜로움, 따뜻함으로 가득 찼다.
- 때로는 귀엽기까지 하니, 한 마리 여우 같았다.
- 또 어떤 일에서는 깨끗한 백지장 같았다.
- 우아진이 여러 가지 감정에 빠져있을 때, 하민정은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 찍.
- 그녀를 놓아줄 때 우아진은 입술이 물려 피 맛을 느꼈다.
- “강아지야, 물긴 왜 자꾸 물어. ”
- 우아진은 입가를 만지며 말했다.
- 하민정은 화를 냈다.
- “누가 자꾸 선을 넘으래! ”
- 그녀가 화를 내는 모습이 그의 눈에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우아진은 순간 기분이 풀렸다.
- “그럼, 내가 먼저 사과할게, 미안해.”
- 하민정은 그를 보고 진지하게 말했다.
- “이참에 정확하게 해둘게. 걱정하지 마, 우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에 절대로 누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아. 하지만 다른 남자가 날 좋다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이렇게 의심하면서 선 넘는 행동은 하지 말아 줘. ”
- 우아진은 호되게 혼난 기분이 들었고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네 말대로라면, 내가 질투라도 한다는 거네? ”
- 질…투?
- 두 글자는 하민정을 멈칫하게 했다. 그러니까, 조금 전에 그 행동들이 다… 질투해서라고?
- 그가 질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이때 안 대표가 또 재촉해왔다.
- “하민정, 너무 기다리게 하는 거 아니야, 안 나오면 내가 들어갈게, 같이 샤워하자고. ”
- 안 대표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우아진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욕실에서 나가려고 했다.
- 누가 봐도 싸우러 가는 사람 같은 그 기세에 하민정은 재빨리 그를 잡았다.
- “우아진, 어쩌려고 그래? ”
- 우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 “나도 너랑 같이 씻은 적이 없는데, 쟤가 뭐라고? ”
- 하민정은 얼굴이 빨개졌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화내지 마, 조금 이따가 대신 화를 풀어줄게. ”
- “이 사람은 나한테 맡겨. ”
- “안돼, 우아진,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나 누구한테든 의지하고 싶지 않아. ”
- 하민정은 굽히지 않았다.
- 우아진은 그녀를 힐긋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먼저 여기 있어 줘, 나 먼저 나가볼게. ”
- 하민정은 욕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 ……
- 안 대표는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그때 하민정이 나왔다.
- “하민정, 너 왜 안 씻었어? ”
- 하민정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씻기 싫어졌어요.”
- “그래, 조금 이따가 같이 씻자고, 미인아, 얼른 와. ”
- 안 대표가 그녀를 덮치려 했다.
- 문밖에는 이천효는 지키고 있었고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이천효는 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었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조금 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하민정이 너무 쉽게 약속해준 것이라, 이천효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 “안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 ”
- 방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 침대에도 아무 사람도 없었다.
- 이천효는 뭔가 잘못된듯싶었다.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옷을 벗은 안 대표가 달려들었다, 그녀를 덮치고 말했다.
- “미인아, 빨리 와서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자고. ”
- 이천효는 침대에 넘어졌다. 그녀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옷이 널브러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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