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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무대에 올라 봉춤을 추다

  • 우아진은 곽지훈을 보며 말했다.
  • “털끝 하나 건드렸다가는 네 손목을 꺾어버린다, 앉아. ”
  • 곽지훈:무슨 상황이야?
  • 고웅범은 웃으며 말했다.
  • “지훈아, 앉아, 급해 하긴. ”
  • 곽지훈은 화를 참으며 앉았다. 이 날라리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우아진을 무서워했다.
  • ……
  • 하민정은 약속을 지키러 왔다. 당연히 이천효도 도착했고 저번에 하민정이 일을 그르친 대가로 어떻게 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려 했다.
  • 이때, 안 대표를 보고 이천효가 말했다.
  • “안 대표님, 저번에는 우리 민정이가 잘못했어요. 사죄드리러 왔습니다. ”
  • 안 대표는 코웃음을 내었다.
  • “저번에 자칫하다가 죽을 뻔했다고, 간단하게 사과해서 해결될 일이야? ”
  • 그날, 그 개가 온몸을 핥고 물려고 하자, 당장에서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 그 비참했던 장면만 떠올리면, 안 대표는 하민정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 “안 대표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사과가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 하자고, 일단 하민정을 보고 여기 있는 술부터 다 마시라고 해. ”
  • 이천효가 대답하려는 순간 하민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난 안 마셔요, 누가 대답하면 누가 마시세요. ”
  • “너! ”
  • 이천효는 화를 참으며 애써 웃어 보였다.
  • “안 대표님, 다른… 더 성의 있는 방식으로 사죄드릴까요?”
  • 이천효의 암시를 받고 안 대표는 하민정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 “이렇게 하지, 하민정이 무대에 올라 봉춤을 추면 내가 화를 풀지. ”
  • 봉춤?
  • 이천효는 눈앞이 반짝했다. 봉춤은 업소에 다니는 여자들이 남자를 유혹할 때 추는 춤이었는데 그녀의 두 딸은 오션 시티의 명문가 자녀로서 이런 물건은 손에 닿게도 못했지만, 하민정은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민정아, 사과하러 왔잖니, 술은 마시지 않아도 봉춤 정도는 출 수 있잖아. ”
  • 이천효가 웃으며 말했다.
  • 하민정은 이천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알겠어요, 춤출게요. ”
  • 하민정은 무대로 올라갔다.
  • 클럽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하민정은 흰 원피스를 입고 가느다란 손으로 봉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몸이 공중에서 웨이브를 할 때마다 그 춤 선은 예술이었다.
  • 시끄럽던 클럽 안은 순간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의 시선은 봉춤을 추고 있던 하민정에게 끌려갔다. 그녀가 회전할 때, 뛰어갈 때, 유연한 몸으로 각종 자세를 취할 때.
  • 그녀의 봉춤은 관능적인 춤이 아니라 청순한 춤이었다.
  • 그녀의 봉춤이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 쳤다.
  • 한 번도 본 적 없는 봉춤이었다.
  • 하민정이 돌아왔고 안 대표는 이미 침을 흘리고 있었다.
  • “하민정, 춤을 이렇게 잘 추는 줄을 몰랐네, 없던 일로 해줄 테니 나랑 방으로 올라가서 HS 메디컬 투자 건에 관해 좀 더 얘기를 나누자고. ”
  • 하민정은 춤을 추고 나서 살짝 땀이 났고 그는 안 대표의 말에 대답했다.
  • “좋아요, 앞장서세요, 따라서 갈게요. ”
  • 이천효는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하민정을 쳐다봤다. 그녀가 춤을 아직도 이렇게나 잘 출지 생각도 못 했다.
  • 이번 기회에 수치를 주려고 했더니, 그녀에게 무대를 만들어 준 셈이었다.
  • 이천효는 잊을 수가 없었다. 과거 하씨 가문의 공주였고 타고난 춤 실력으로 무대에 오를 때 그녀의 큰 딸은 집에서 밤새 연습했던 것을.
  • 아홉 살의 나이에, 오션 시티를 휘어잡았던 것을.
  • 몇 년 더 지나면, 얼마나 훌륭한 무용수가 됐을까?
  • 이천효는 하민정을 시골로 보내면 해결된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 이천효는 처음으로 이토록 강력하게 누군가를 망가트리고 싶었다!
  •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민정을 도망 못 가게 지키리라 다짐했다.
  • ……
  • 룸에서 곽지훈은 너무 놀라 소리쳤다.
  • “형, 대타 신부가 춤도 잘 추네, 이제 1949바에서 봉춤을 출 여자들이 없겠어. ”
  • 고웅범도 웃으며 말했다.
  • “하씨 가문 같은 콩가루 집안이 다 있네, 하민정을 액막이 신부로 오늘내일하는 유령신부한테 시집보내고 또 몸을 팔아 투자금을 만든다고, 이쯤 되면 친자확인이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
  • “형, 하민정이 저 안 대표라는 남자랑 방에 올라가도 되겠어?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잖아. ”
  • 우아진은 담배 연기를 내뿜어내면서 말했다.
  • “말 가려서 해. ”
  • 곽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 “형, 형만 된다고 하면 지금 당장 가서 안 대표라는 저 녀석 옥수수를 털어버릴게. ”
  • 우아진은 일어서면서 말했다.
  • “좀 더 지켜보자고. ”
  • 말하면서 떠났다.
  • “형, 어디가, 좀 더 지켜본다면서, 이미 사람 시켜서 카메라 설치 끝냈어. ”
  • 어느새 우아진은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웅범이형, 아진이형 어떻게 된 거야, 여자라고는 관심도 없더니, 설마 정말로 하민정한테 반하기로 했단 거야, 연애라도 한다는 거야? ”
  • 고웅범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
  • 곽지훈:미친!
  • ……
  • 스위트 룸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이천효가 경고했다.
  • “하민정, 이번에는 수작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대표님 잘 모시고 투자금 받아내. 문 앞에서 지킬 거니까,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마. ”
  • 하민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쇼는 이제 시작인데, 도망갈 리가?
  • 하민정이 방으로 들어섰다.
  • 안 대표는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 “미인아, 빨리 와봐. ”
  • 하민정은 완벽하게 피했다.
  • “안 대표님, 급하시기는, 저 도망 안 가요. 먼저 씻고 올게요. ”
  • “같이 š씻을까? ”
  • 안 대표가 따라오자, 하민정은 욕실의 문을 걸어 잠갔다.
  • 순간, 하민정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욕실에 사람이 있었다!
  • 하민정은 돌아서면서 손에 남은 침을 그 사람의 몸에 찌르려 했다.
  • 이때 큰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벽에 밀쳤다.
  • “우 사모님, 저한테 정말 열정적이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