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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반항

  • 20분 뒤. 차는 이씨 저택에 도착했다.
  • 주비는 누구한테도 안기지 않고 스스로 차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갔다.
  • 이유진은 그저 묵묵히 아이의 뒤를 따랐다.
  • 부녀가 집에 들어서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주비야!”
  • 박시아는 거실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주비를 발견하고는 얼른 급박한 듯 달려가 아이를 품에 안고 말했다.
  • “드디어 왔구나! 왜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간 거니? 이모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 말을 하며 긴장한 얼굴로 아이의 몸을 찬찬히 살폈다.
  • 너무 갑작스럽게 그녀에게 안긴 주비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 박시아의 위선의 목소리가 아이의 귓가에 들렸고 아이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 아이가 왜 집을 나갔는지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
  • 오전에 그녀가 아이에게 이유진이 다시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아이는 몰래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다.
  • 가식적인 박시아의 얼굴을 보며 오늘 만났던 예쁘고 착한 이모를 떠올리고 둘을 비교하니 그 이모는 자신에게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모든 게 거짓인 박시아를 보며 아이는 순간 구역질이 났다.
  • 아이는 몸부림을 쳤다.
  • “주비야, 왜 그래? 움직이지 마. 상처 있나 좀 보게.”
  • 박시아는 아이의 반항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 그녀에게 꼬집힌 주비는 밀려오는 고통에 더욱 심각하게 발버둥을 쳤다.
  • 박시아는 조금 짜증이 치밀었다.
  • ‘벙어리 계집애가 평소에는 아무리 혼나도 가만히 있더니 오늘은 왜 이래?’
  • 이건 아이가 처음으로 하는 반항이었다.
  • 만약 이유진이 현장에 없었다면 박시아는 절대 아이가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 박시아는 이유진이 이상한 점을 눈치채기라도 할까 손에 힘을 빼고 주비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며 바닥에 쓰러졌다.
  • 그녀는 멍하니 주비를 보며 말했다.
  • “주비야... 네가 줄곧 이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네가 정말 걱정돼. 너는 왜...”
  • 말을 하며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 외투를 벗고 고개를 돌린 이유진이 그 상황을 목격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의 곁에 다가가 말했다.
  • “주비야. 아빠도 네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 아빠한테는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버릇없게 굴면 못 써. 알겠지?”
  • 그의 말에 주비는 너무 억울했다.
  • ‘아빠는 왜 매번 저 여자의 편을 드는 거야!!!’
  • 잔뜩 화가 난 아이는 이유진의 손을 뿌리치고 인형을 꼭 껴안은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 방해꾼인 벙어리가 떠나자 박시아는 그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부드럽게 말했다.
  • “주비가 아마 밖에서 많이 놀랐나 봐. 애를 탓하지 마...”
  • 이유진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 “넌 돌아가. 주비가 아직 화난 상태라 널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 박시아는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그래. 다음에 또 올게.”
  •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얼른 자리를 떠났다.
  • 이씨 저택에서 나온 박시아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일그러뜨렸다.
  • ‘저년이 어떻게 돌아왔대? 게다가 나한테 반항도 하고! 밖에서 뒤져버렸어야 하는 건데!’
  • 아쉬움을 여실히 드러내는 박시아였다.
  • ...
  • 주선각.
  • 이유진이 떠나고 서희주는 일부러 조금 더 있다가 밖으로 나갔다.
  • 그는 빠른 걸음으로 강서윤에게 다가갔다.
  • “괜찮아?”
  • 강서윤은 그녀를 보고는 얼른 차 문을 열어주며 물었다.
  • “갔어?”
  • 서희주가 차에 앉으며 긴 한숨과 함께 답했다.
  • “갔어. 이유진의 모든 걸 꿰뚫어보고 있는다는 눈빛을 네가 봤어야 해. 하마터면 실토할뻔했다니까.”
  • 강서윤이 인사를 건넸다.
  • “수고했어. 다른 곳으로 갈까? 내가 살게.”
  • 서희주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 “됐어. 음식들은 내가 다 포장했어. 예약이 어려운 레스토랑인데 제대로 맛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