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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미련

  • “엄마, 이유진은 누구예요? 우리가 왜 숨어요?”
  • 지민과 우리는 엄마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며 알면서도 물었다.
  • 강서윤은 정신이 번쩍 들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고 답했다.
  • “중요한 사람 아니야. 예전에 엄마랑 껄끄러운 일이 좀 있었어. 너희들 앞으로 이 이름이 들리면 알아서 멀리 피해. 알겠지?”
  • 두 아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알겠어요, 엄마.”
  • 강서윤의 시선이 다른 곳에 옮겨간 뒤 두 아이는 서로를 마주 보며 호기심에 찬 눈빛을 빛냈다.
  • ‘대체 엄마랑 아빠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해가 아주 심한 것 같은데.’
  • 강서윤이 다시 서희주의 상황을 걱정하던 찰나 두 아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엄마. 우리가 방금 그렇게 급히 나왔는데 CCTV에 다 찍혔을걸요. 그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다고요.”
  • 지민이 말했다.
  • 강서윤은 흠칫했다.
  • “그걸 잊었네. 어떡하지?”
  • 그녀는 몸을 숨기기에만 급급했지 감시 카메라는 생각도 못 했다. 어쩌면 이유진이 이미 사람을 시켜 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서윤은 아이들을 데리고 당장이라도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 강서윤의 당황한 모습에 두 아이는 고개를 돌리고 몰래 웃다가 다시 그녀를 위로했다.
  • “엄마. 제가 해결할게요.”
  • 말을 마친 우리는 차에서 노트북을 꺼내 작은 손으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레스토랑의 감시 시스템에 접근했고 아이는 그들의 흔적을 모조리 지웠다.
  • “다 됐다!”
  • 삭제를 마친 우리가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눈으로 칭찬해 달라는 듯 강서윤을 바라보았다.
  • 강서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아이를 품에 안았다.
  • “너희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아니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
  • 두 아이는 그녀가 긴장한 상태임을 알기에 얌전히 안겨있었다.
  • 강서윤이 아이들을 품에서 내려놓자 지민이 물었다.
  • “엄마, 지금 가요? 아니면 이모 기다려요?”
  • 침착을 되찾은 강서윤은 텅 빈 주차장 입구를 바라보며 답했다.
  • “조금만 더 기다리자.”
  • 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한편, 레스토랑의 룸.
  • 이유진은 여자에게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기에 속에서 차오르는 분노를 꾹꾹 참으며 말했다.
  • “제가 실례했네요. 딸을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별일 없으면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아이를 보며 말했다.
  • “주비야, 이리 와.”
  • 아이는 입을 삐죽이더니 몸을 돌려 서희주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이유진의 곁으로 다가갔다.
  • 이유진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람들을 데리고 아이와 함께 자리를 떴다.
  • 레스토랑을 나서서 이유진은 손을 내밀어 아이를 안으려고 했지만 아이는 몸을 피했다.
  • 그 모습에 나선우가 얼른 작은 아가씨를 품에 안았다.
  • 차는 천천히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 이유진은 뒷좌석에 앉아 긴 팔을 내밀어 딸을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
  • 피할 곳이 없었던 아이는 그저 인형처럼 얌전히 그에게 안겨 있었지만 여전히 뾰로통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 “아빠한테 말해. 방금 그 이모 말고 다른 이모도 너랑 함께 있었지?”
  • 이유진이 다정하게 물었다.
  • 아이는 그를 힐끔 보더니 예쁜 이모가 아빠 때문에 떠났다는 사실이 떠올라 더욱 화가 났다.
  • 아이의 삐죽 튀어나온 입을 보며 이유진은 사랑스럽다는 듯이 아이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 “아직 네가 가출한 걸 따져 묻지도 않았는데 아빠한테 화내는 거야?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말해 봐. 왜 가출했어?”
  • 아이는 그의 커다란 손을 피하며 고개를 홱 돌리고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 화가 아주 많이 난 모양이었다.
  • 이유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하지만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나선우를 향해 말했다.
  • “방금 레스토랑의 감시카메라 조사해 봐.”
  • 미련이 남은 것이다.
  • 나선우가 명령을 받들었다.
  • “알겠습니다, 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