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0화 비응위의 탄생
- '그 사실을 안 형님은 높은 곳을 질색하는 적장자 형님을 깃대에 반나절이나 매달아 버렸다. 기겁한 적장자 형님이 오줌을 지리며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꼴이 어찌나 볼만하던지 모른다. 일이 전하의 귀에 들어가자, 형님이 모든 죄를 홀로 뒤집어썼다. 나와 심인붕은 무사했으나 형님은 매질을 호되게 당했다. 형님은 상처에 바른 약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며 호탕하게 웃었지만, 난 뒤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
- 한청연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머금은 채 다음 장을 넘겼다.
- '오늘 형님이 전쟁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금의환향했다. 크고 늠름한 백마 위에 올라탄 그를 향해 백성들이 길게 늘어서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 당당하고 빛나는 자태는 실로 눈부셨다. 나와 심인붕은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전장에 뛰어들어 형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하를 호령하는 공을 세우고 싶건만, 우리는 그저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우리 셋이 오랜만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형님이 전장의 살육전과 신출귀몰한 병법을 늘어놓으면, 심인붕은 자신이 파헤친 기막힌 추리담을 뽐냈다. 반면 내세울 거 하나 없는 난 그저 형제들에게 이끌려 처음 임랑각에 가 방탕하게 놀았던 일이나 떠들며, 남녀의 정사를 과장되게 묘사하고 낯뜨거운 춘화도 뺨치는 음담패설이나 지껄일 뿐이었다. 형님은 나보다 한 살 위였건만 남녀상열지사엔 백지장이나 다름없는 숙맥이었다. 내 음담패설을 듣더니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