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이 여인은 제집에 발을 들일 자격이 없습니다!”
- 모영기의 어조는 아주 단호했다.
- 한청연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 “할머님의 뜻은 감사하나 저하도, 저도 이 혼인을 원하지 않으니 이렇게 떠나는 게 맞는 처사인 듯합니다.”
-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모영기와 그의 옆에 애처롭게 서 있는 한청낭을 힐끗 보더니 도순에게 말했다.
- “이만 가자꾸나.”
- 도순은 멍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평소 나약하기만 하던 아씨가 왜 갑자기 날카롭고 매서워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어디로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집간 딸은 남이나 다름없었다. 좌의정 댁에서 그들을 받아줄지 도순은 알 수 없었다.
- 노파는 초조한 얼굴로 지팡이를 든 채, 바닥을 두드리며 말했다.
-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대비마마의 명으로 진행하는 혼인인데 말 한마디로 없던 일이 될 수 있겠느냐? 영기야, 뭐 하고 있는 것이냐?”
- 모영기는 눈물을 흘리는 한청낭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 “제 부인의 자리는 원래도 한씨 가문의 둘째 아씨 자리였습니다. 마침 잘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 “그 아이는 서출이지 않느냐?”
- “인품에 하자가 있는 누구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 노파는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순간 심장에 무리가 가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눈을 까뒤집었다.
- 모영기는 안색이 크게 변하며 성큼성큼 걸어와 기절한 노파를 안았다.
- “외할머니, 왜 그러십니까?”
- “아까 폭죽 하나가 노마나님 발치에서 터지는 바람에 크게 놀라셨습니다. 약을 드셨는데 왜 더 심각해지신 것 같지요?”
- 노태군의 측근 어멈이 횡설수설했다.
- 옆에 있던 의원은 이 말에 다급히 다가와 노태군의 맥을 짚었다. 순간 그는 깜짝 놀라서 몸을 벌벌 떨며 말했다.
- “이… 이건…”
- “얼른 치료하지 않고 뭐 하는 짓이냐?”
- 모영기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재촉했다.
- 의원은 용기를 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울화로 인한 심장병에, 고질병이 도졌습니다. 이건 제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측근 어멈은 조바심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 “그럼 얼른 노마나님을 저택으로 모셔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 저택의 의원이 그러는데 병이 또 도진다면 지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목숨이 위험하다면서요!”
- 돌아섰던 한청연은 뒤에서 들리는 소란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인들이 마차를 준비하는 등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청연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심장병이라면 절대 몸을 이동해서는 안됩니다!”
- 모영기는 싸늘하게 그녀를 보더니 짜증 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저리 비키시오!”
- 한청연은 가슴을 움켜쥔 채, 평온한 눈길로 모영기를 보며 말했다.
-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니 가볍게 하는 말 아닙니다. 할머님의 목숨을 살리고 싶으시다면 지금 당장 우리 둘의 사적인 일은 내려놓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사람들더러 모두 나가라고 하고 할머님의 저고리와 허리띠를 풀어주어 숨이 잘 쉬어지게 해야 합니다.”
- “할머님의 목숨이 위급한 상황이에요. 의술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언니가 함부로 나서면 안되지요.”
- 한청낭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모영기는 노기에 찬 얼굴로 실눈을 뜨더니 말했다.
- “지금 비키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겠소!”
- 호의가 무시당한 한청연은 말을 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희망을 의원에게 돌렸다.
- “얼른 방법을 대보시게!”
- 의원은 숨을 크게 내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노마나님은 지금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안국공부에 사람을 보내 의원을 불러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소인이 시침을 해볼 생각입니다. 의술 서적에서 심장 질환 환자에 특효라고 나온 침술법 말입니다.”
- 당황해서 정신이 반쯤 나간 모영기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의원의 말대로 사람을 불러 의원을 모셔오게 했다. 그리고 그는 의원이 시침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주변을 둘러싼 하객들은 긴장하여 숨도 크게 내쉬지 못했다.
- 시간이 잠깐 지났을 때, 의원이 창백한 얼굴로 손을 떨며 말했다.
- “아… 안 되겠습니다. 마… 마나님의 심장박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 퍽!
- 모영기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바닥의 흙모래가 사방으로 날렸다.
- “한청연, 그 입 다물라!”
- 그러나 한청연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앞으로 다가왔다.
- “제가 해볼게요!”
- “언니, 할머님 화나게 한 거로 불안한 마음은 알겠는데 되지도 않는 일에 나서면 안 되죠.”
- 옆에서 한청낭이 쫑알거렸다.
- 모영기는 아예 손을 들어 한청연을 밀치기까지 했다.
- 위기의 순간, 한청연은 허리에 무언가가 닿더니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발이 바닥에서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그녀는 모영기의 무시무시한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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