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4화 부서진 환상
- 그러나 지금 저 차갑고 매정한 모습은 꼭 자신이 갓 기안대군부에 시집왔을 무렵과 똑같았다.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니면, 그동안 자신이 그가 엮어낸 달콤한 밀어라는 거짓 환상 속에서 살아오다 마침내 그가 위장막을 찢고 진면목을 드러낸 것인가?
- 한청연은 몸을 돌려 굳세고 당당하게 그를 마주했다.
- "저하, 저는 믿지 않습니다. 저하와 저 사이에 이리 오랜 시간 쌓아온 정을 고작 며칠 만에 지워버리셨다는 것을요. 저하께서 진심으로 제게 이토록 잔인하고 무정해지셨다는 것도 믿지 않습니다. 말씀해 보시지요. 대체 연유가 무엇입니까? 제가 무얼 잘못했습니까? 정녕 제가 도련님과 산장에서 며칠을 보냈기 때문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