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5화 입동에 기우제
- 이 앙달왕자란 양반, 올해 한청연의 인생 웃음 버튼을 그냥 통째로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처음엔 대체 무슨 속셈인가 싶어 ‘고양이 쥐 생각’이라도 품고 있는 줄 알았더니, 어림없는 소리지. 세상에, 그 고생하며 모영기 곁을 맴도는 이유가 이런 뚱딴지 같은 사연이었다니, 웃기면서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 알고 보니, 고비사막 이북의 왕자라는 자는 어릴 적부터 궁궐 금칠한 자리에서 환관들한테 치켜세움이나 받고 자란 덕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컸던 모양이다. 세상 모든 남정네 중 자기가 갑인 줄 알았을 테고, 그걸 또 모영기가 교묘히 건드려 줬으니, 마음에 콱 박힌 거지. 근데 그렇게 꽁해서 앓고만 있을 줄 알았더니, 염치 딱 챙겨가지고 대놓고 물어오다니, 진짜 뜬금없고 대책 없는 캐릭터 아닌가?
- 참, 이 짧고 단단한 사내, 어째 말을 해도 끝이 없다. ‘속은 알 길 없고 겉만 야무진 놈’이라더니, 꼭 그 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