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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엇갈린 인연

  • 그녀는 곧장 일기장의 뒷부분으로 책장을 넘겼다. 거기엔 대부분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소소한 일상들이, 뱉은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 '오늘 처음으로 형수님을 뵈었다. 일찍이 심인붕에게 형수님이 어찌나 재밌고 대단한 분인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건만, 반신반의했다. 헌데 처음 마주한 순간, 난 그분에게 완벽히 져버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리도 뛰어난 형님이 눈에 담은 여인이 어찌 평범할 수 있겠는가? 천하에 한청연이라는 여인은 단 하나뿐이고, 그녀가 운명처럼 형님의 배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난, 이번 생엔 영원히 그런 여인에게 어울리지 못할 테니, 그저 가슴 한구석에 남몰래 묻어둘 수밖에 없다. 나도 형님이 가장 신임하는 계성연으로서, 심인붕처럼 형수님 앞에 당당하고 숨김없이 나서고 싶었다. 형수님과 아무런 벽 없이 편히 마주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안타깝게도 난 검은 속내를 품은 채, 어두운 구석에 숨어 음모를 꾸미고 계산을 해야만 했다. 형님이 이미 내게 의심을 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형수님이 형님과 다툼을 하다 홧김에 집을 나섰을 때, 내가 비응위로 위장해 그녀를 납치한 적이 있다. 그때 형님은 무정하고 태연한 척 연기했지만,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었다. 그 일로 인해 형님 역시 조심스레 나를 떠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었다. 나는 손을 떼고 싶었다. 허나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모든 게 어긋난다지 않던가.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는데 어찌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겠는가? 시체 대신 다른 놈을 내세워 감쪽같이 빠져나갔건만, 이 역시 형수님의 예리한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녀가 끝까지 추적해올까 두려워, 처음으로 비열한 수를 썼다. 사향가루를 이용해 형수님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그때는 그저 형님과 형수님 사이에 금이 가길 바랐다. 그래야 형님이 그녀의 추리를 믿지 않을 테고, 내게도 빠져나갈 방도를 짤 시간이 생길 테니까. 허나 결국 형수님의 명석한 두뇌를 앞지르진 못했다. 난 하늘이 노할 짓을 너무 많이 저질렀다. 이 모든 건 스스로 불러온 업보다. 가장 상처 주고 싶지 않았던 이가 바로 형님과 형수님인데, 결국 이렇게 적이 되어 마주 서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발을 빼면 늦지 않은 것일까, 나도 모르겠다. 두 분이 이 책자를 볼 때쯤이면, 저는 이미 내 죄를 낱낱이 인정하고 마땅한 죗값을 치렀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 인연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면, 다음 생에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두 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계성연 절필.'
  • 한청연은 천천히 책자를 덮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걷잡을 수 없는 피로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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