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드러나는 진실
- “나는 너무나도 놀라 손발이 덜덜 떨렸어. 내가 그렇게 세게 가격한 것 같지 않은데 세자는 힘없이 내 몸 위에 축 늘어졌거든. 그 순간 나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어. 그때 남편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옷이 헝클어진 채로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우리를 보더니 노발대발했어. 그러고는 세자의 옷을 잡아 세자를 내 몸에서 떼어내고는 그를 향해 욕을 퍼부었어. 하지만 세자의 머리에서 줄줄 흐르는 피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세자를 막 흔들어보더니, 나한테 세자는 내가 던진 주전자에 맞아 죽었다고 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어쩔 바를 모르겠기에 망연자실했지. 그러자 남편이 담담한 목소리로 나한테 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죗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고 했어. 하지만 나와 부부의 연이 있기에 내가 죽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면서 나한테 미친 척하라고 했어. 누가 뭐라고 하든 미친 척하면 관아에서 사건을 수사한다고 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거라면서 말이야. 그리고 미친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으니 이번 사건은 유야무야 흘러갈 거라고 했어. 하지만 그때의 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어. 그러니까 남편은 이번 사건이 조용히 지나가고 사람들에게 잊히면 그때 가서 반드시 나를 광인탑에서 구해주겠다고 약속했어. 나는 변함없는 자기의 아내라면서 말이야. 그때의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어. 관아에서 사건을 조사할 때 세자가 나를 겁탈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어.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 같았거든.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 나는 그렇게 남편의 말대로 미친 척하게 된 거야.”
- 계수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 “그러고 나서 모든 사건은 남편이 처리했어. 아버님과 어머님은 아들을 잃은 슬픔 때문에, 병상에 누워계시게 됐고 남편은 관아에 들락날락하며 사건을 없던 일로 조용히 묻는가 싶더니 나를 여기 광인탑으로 데려온 거야. 남편이 내 죄를 최대한 덮어주는 것 같아 나는 남편한테 고마운 마음뿐이었어. 그저 남편이 나를 꺼내주겠다던 약속을 지켜주기를 오매불망 기다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