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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엄마를 만나다

  • 임성철과 유진숙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 “하! 거참 마침 만났네, 임 회장! 우리한테 빚진 160억은 언제 갚을 거야?”
  • 회사를 내놓으라고 찾아온 빚쟁이들이었다. 그들은 임 씨 가문 사람들을 에워쌌다.
  • “뭐 하는 거야, 당신들 뭐 하는 거야?”
  • 유진숙은 안달이 났다.
  • 임성철이 호통을 쳤다.
  • “그만해! 우리가 누군 줄 알아? 우리는 서울 주 씨 가문의 사돈이야!”
  • 그 말에 대꾸한 건 주 씨 가문의 자동차가 출발하며 내는 배기가스 소음이었다.
  • 두 줄로 늘어선 마이바흐가 내뿜는 기세가 대단했는데 길 가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멀리 피해 섰다.
  • 그들과 임 씨 가문 사람들의 불쌍한 꼬락서니가 강렬한 대조를 이루었다…
  • 빚 독촉을 하던 몇몇 사내들은 크게 웃었다.
  • “어휴, 정말 대단하네. 주 씨 가문의 사돈은 무슨. 그 사람들이 지금 아랑곳이나 해?”
  • 임성철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 회사를 내놓으라는 사람들은 전부 건달이었다. 그들은 대화보다 주먹이 앞섰고 노인이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었다.
  •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임성철과 유진숙은 뺨을 맞았고 그들에 의해 무릎을 꿇게 되었다!
  • 각종 욕설과 주먹질과 발길질… 얼마 지나지 않아 임성철과 유진숙은 눈탱이가 밤탱이 되었다. 그들은 연신 아이고아이고 비명을 질렀다.
  • 이제 온 가족이 같은 꼴이 되었다…
  • 왕년에 굉장했던 임 씨 가문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만신창이가 되는 수모를 당해 멘탈이 무너졌다. 결국 별장이 비워지고 모든 짐이 밖에 던져졌다.
  • 그 짐들과 함께 버려진 것 가운데는 피투성이가 된 문아영도 있었다. 온 가족의 꼴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 구경하던 이웃들은 참지 못하고 수군거렸다.
  • “몰랐죠? 임 씨 가문의 그 계집애가 서울 주 씨 가문의 외손녀라고 하더라고요!”
  • “뭐라고요? 그 깡마르고 자그마한, 두 살이 갓 넘어서 엄마가 죽은 그 애요?”
  • “엄마야. 그럼 임 씨 가문에서 죽도록 후회하겠네요? 나였으면 억울해서 각혈했을 거 같아요!”
  • “저 사람들도 뿌린 대로 거둔 거죠! 한 번은 날이 엄청 더운데 그 집 아이가 땡볕에서 벌을 서고 있더라고요. 내가 몇 마디 했더니 저 집 여사님이 욕을 하더라고요.”
  • “하하하. 그 여사님은 맨날 자기 손녀가 살별이라고 했잖아요. 쌤통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애당초 그랬겠어요?”
  • 뭇사람들은 깨고소해하며 구경했고 임 씨 가문 사람들의 후회는 얼굴에 쓰여있었다.
  • 정말 빌어먹을!
  • 임빈은 끊임없이 기침을 하며 하얀 게거품을 토했다. 귓가가 윙윙거렸다.
  • 문아영은 울며 말했다.
  • “빈이 오빠, 좀 어때?”
  • 유진숙은 그녀에게 화풀이를 했다.
  • “왜 능청 떨면서 울고 있어? 아까는 뭐 했는데? 왜 아까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 문아영은 울먹였다.
  • “방금 콩이를 보고 아이한테 빌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연세도 있으시니까 봐달라고요… 그런데 싫대요…”
  • 유진숙은 콩이가 무척 미웠다. 그녀는 오늘 당한 모든 수모가 콩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이 빌어먹을 계집애 같으니. 그래도 삼 년 넘게 키웠는데! 조금도 감사함을 모르다니!
  • 죽은 자기 엄마랑 똑같아. 막돼먹은 물건 같으니!
  • 그 아이는 자기 엄마를 죽이더니 이제 아들을 파산의 지경에 내몰았다. 그리고 이제 그들도 같이 고통받고 있었다. 전부 살별의 저주였다!
  • 유진숙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욕설을 퍼부었다.
  • “싫으면 말라고 해! 살별 같으니…”
  • 그녀는 콩이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콩이가 절실했다. 콩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아이를 막아서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 유진숙은 원망을 풀 곳이 없어서 속으로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 주 씨 가문의 모두가 재수가 없길 힘껏 저주했다!
  • **
  • 차 안.
  • 주일훈은 스크린을 터치해 메시지를 보냈다.
  • [임 씨 가문을 처리해.]
  • 상대의 답장이 왔다.
  • [죽일까요?]
  • 주일훈은 싸늘하게 웃었다. 죽이자고?
  • 쓰레기 때문에 살인죄를 뒤집어쓰는 건 말이 안 됐다.
  • 그들 주 씨 가문은 복수를 하더라도 떳떳하게 했다.
  •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어.]
  • 콩이는 조용히 차에 앉아 한 손에는 토끼 인형을, 다른 손에는 앵무새를 안고 있었다.
  • 주종섭은 최대한 다정하고 상냥하게 보이기 위해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 “콩이야, 우리 집에 갈 거야!”
  • 주태석도 말을 보탰다.
  • “우리 집은 서울에 있어서 이따가 비행기 타야 해.”
  • 콩이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있었다. 방금 앵무새를 달랠 때 보였던 천진함과 귀여움이 다시 사라져 있었다.
  • 그래도 처음보다 너무나 많이 좋아졌다.
  • 주종섭은 가슴이 욱신거렸다. 콩이가 얌전히 있을수록 그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 겁에 질려 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지낸 아이들만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조용했다. 콩이는 도대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길래 이렇게 변한 것인가?
  • “집에… 우리 집에 가자.”
  • 주종섭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 그런데, 콩이가 불쑥 물었다.
  • “할아버지… 우리 엄마 유골도 집에 가져갈 수 있어요?”
  • 주종섭은 마음이 시큰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 “응, 같이 집에 가야지.”
  • 콩이는 안심이 되었다.
  • 주 씨 가문에서는 비행기를 전세 냈다. 콩이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구름이 꼭 자신의 옆에 붙어서 함께 날고 있는 것 같았다.
  • 아이는 고개를 내밀고 더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더니 토끼 인형을 내려둔 채 작은 손을 모으고 창문에 엎드려 밖을 내다보았다.
  • 주현빈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 “콩이 뭐 보는 거야?”
  • 콩이는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 “셋째 삼촌, 우리 지금 하늘에 있어요?”
  • 주현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응.”
  • 콩이는 비행기도 처음 타보았다…
  • 그런데 갑자기 콩이가 이렇게 물었다.
  • “그럼, 엄마는 여기 없어요?”
  • 콩이와 가까이 앉은 주현빈과 주태석이 멈칫했다.
  • “뭐라고?”
  • 콩이는 눈을 내리깐 채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 “엄마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갔다고 했어요… 그럼 우리 이따가 엄마 만날 수 있죠?”
  • 콩이는 사람들을 등지고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눈가에 눈물이 소리 없이 맴돌았다.
  • 사실 콩이도 알았다. 죽으면 하늘나라에 간다는 건 아이를 속이는 말이란걸.
  • 엄마는 하늘에 없을 것이다…
  • 하지만 콩이는 기대가 되었다. 정말 이곳에서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 주종섭은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 다른 형제들도 모두 잠자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손을 꽉 쥐었다.
  • 주태석은 콩이를 품에 안고 나지막이 말했다.
  • “콩이 자. 자면 꿈속에서 엄마를 만날 수 있어…”
  • “네.”
  • 콩이는 주태석의 품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 작은 삼촌도 거짓말을 하네.
  • 콩이는 아주 여러 번 잠을 잤지만 한 번도 엄마를 만난 적이 없었다.
  • 콩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이의 손목에 묶인 붉은 끈이 희미한 빛을 발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 꿈속의 콩이는 해님이 비쳐주듯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가벼웠고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주위에는 솜사탕 같은 구름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콩이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조금씩 입속에 넣었다. 눈이 반짝하는 맛이었다.
  • 달콤했다!
  • 그때, 콩이의 등 뒤에서 부드럽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콩이야…”
  • 콩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로 돌아섰다. 엄마가 멀지 않은 곳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엄마!”
  • 콩이는 바로 달려가 엄마의 품에 꼭 안겼다.
  • 주단옥은 콩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 “콩이, 착하지. 앞으로 외할아버지랑 삼촌들이 콩이 가족이야. 즐겁게 지내야 해, 알겠지?”
  • 콩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분고분 대답했다.
  • “알겠어요, 엄마.”
  • 주단옥은 또 입을 열었다.
  • “그리고, 외할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 콩이가 엄마 대신 외할머니한테 효도해 드릴 수 있어?”
  • 콩이는 울먹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럴게요, 콩이가 외할머니를 잘 보살펴드릴게요.”
  • 주단옥은 빙긋 웃었다. 그녀는 무슨 말을 더 하려는듯했지만 몸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점점 투명해졌다.
  • “콩이야, 사랑해, 엄마는 영원히 콩이 사랑해!”
  • 콩이는 꿈을 꾸며 연신 엄마를 불렀다. 아이의 작은 얼굴에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