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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람 됨됨이를 가르쳐 줄게

  • 주일훈이 손을 흔들자 뒤에 있던 검은 옷의 경호원 일곱, 여덟 명이 바로 달려들어 임 씨 가문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냈다.
  • “주일훈 씨가 나가라고 했잖아요. 말귀 못 알아들어요?”
  • “어딜 가나 따라다니네요. 개들도 당신들은 성가시다고 할 거예요!”
  • 검은 옷의 경호원들은 그들을 끌어내며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들은 임 씨 가문 사람들을 별장 밖에 던져버렸다!
  • 주 씨 가문에서 소란을 일으키자 별장 주변의 이웃들이 목을 빼들고 상황을 살폈다. 누군가는 마당에서 차를 마시는 척, 누군가는 개를 산책시키다가 지나가는 척, 모두들 임 씨 가문을 구경거리 삼았다.
  • 임성철과 유진숙은 창피하고 화가 나 얼굴이 빨개졌다.
  • 이건 그들의 별장이었다!
  • 그런데 주 씨 가문에서 어떻게 이토록 난폭하게 그들을 끌어낼 수 있단 말인가? 너무 막무가내였다!
  • 호사만 부리며 살던 임 씨 가문 사람들은 이런 억울함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 하지만 상대는 서울의 주 씨 가문이었다. 그들은 아무리 억울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 그들은 그저 별장 입구에서 주 씨 가문 사람들이 나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임 씨 가문 사람들의 방해가 사라지자 콩이는 계속 앵무새를 달랬다.
  • “연두야, 연두야, 얼른 와! 이게 뭘까?”
  • 콩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에 사과 반 조각이 놓여 있었다.
  • 오늘 아침 한옥에서 나올 때 주태석이 깎아준 것인데 콩이가 몰래 숨기고 있었다.
  • 앵무새는 나무 우듬지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날아다녔는데 눈알을 굴리면서 주 씨 가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 주 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멀리 가 있었다. 주종섭은 지팡이를 짚은 채 엄숙한 표정을 지었는데 눈 밑에서 한 줄기 긴장이 느껴졌다.
  • 주영준은 마음이 급했다. 날개라도 생겨서 지금 당장 앵무새를 잡아 그것의 머리를 잡고 사과를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 사과를 들고 있는 콩이의 팔이 시큰시큰해졌다!
  • 주태석은 어디선가 앵무새 사료인 잡곡을 갖고 왔다. 그러고는 손바닥에 잡곡을 올려두고 콩이와 함께 앵무새를 달랬다.
  • “신선하고 향긋한 오곡 잡곡도 안 먹어?”
  • 콩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 “삼촌 나쁜 사람 아니야. 연두야, 빨리 와. 우리 간다.”
  • 옆에 있던 주 씨 가문 사람들은 주태석과 콩이를 지켜보았다. 저 두 사람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지? 순간 왠지 모르게 질투가 났다…
  • 바로 그때, 앵무새가 드디어 푸드덕 날아왔다. 그것은 발을 쫙 펴더니 주태석의 머리를 밟고 섰다.
  • “…”
  • 그 모습을 본 콩이가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주 씨 가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았다.
  • 처음부터 콩이는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았는데 목소리에 전혀 기복이 없었다…
  • 요양을 하던 열흘 동안, 아이의 얼굴에는 한 번도 웃음기가 어렸던 적이 없었다. 늘 조심스럽고 고분고분하게 행동해서 어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그랬던 콩이가 드디어 웃었다…
  • 주종섭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이가 들었는지 요 며칠간 눈물이 참아지지 않았다.
  • 앵무새는 콩이가 웃는 것을 보고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그것은 날개를 펼치고 몸뚱어리를 흔들었다.
  • “삼팔, 삼팔!”
  • 주태석은 할 말을 잃었다.
  • 콩이는 또다시 깔깔거리며 웃더니 진지하게 정정해 주었다.
  • “삼팔이 아니라 삼촌이야!”
  • 앵무새가 말했다.
  • “삼추! 삼추!”
  • 주태석의 입꼬리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지금 당장 이 앵무새를 잡아내리고 싶었다.
  • 새파란 새새끼가 그의 머리에 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 하지만 콩이가 이렇게 기뻐하자 주태석은 화가 가라앉았다.
  • 그는 앵무새가 그의 팔에 앉도록 유인하기 위해 손을 펴서 잡곡을 보여주었다. 주태석은 앵무새가 움직이자 그것이 방심한 틈을 타 발을 움켜잡았다.
  • 앵무새는 순간 빼액 소리를 질렀다.
  • “살려줘! 살려줘! 날 삶지 마! 삶지 마!”
  • 다들 할 말을 잃었다.
  • 정말 시끄러운 앵무새군…
  • 결국 앵무새는 발찌를 차고 그들과 함께 임 씨 가문 저택을 나섰다.
  • 콩이는 앵무새를 쓰다듬으며 그것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위로했다.
  • “무서워하지 마. 이건 목걸이야. 연두, 목걸이 하니까 너무 이쁘다! 집에 가면 풀어줄게!”
  • 주종섭은 지팡이를 짚고 탁한 눈으로 별장을 둘러보았다.
  • 이곳이 바로 그의 소중한 딸이 죽기 전에 살았던 곳이다. 그녀가 여기서 잘 먹고 잘 잤을까…
  • 병이 났을 때 세심하게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었을까…
  • 그녀도 이 마당을 걸었을까? 종종 창밖에 있는 이 나무를 보며 멍하니 있진 않았을까?
  • 주종섭은 마음이 쓰라렸다. 주 씨 가문의 형제들도 그가 입술을 오므린 채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무거웠다.
  • 별장 밖.
  • 임빈은 그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달려갔다.
  • 방금 주 씨 가문 사람들이 그들을 상대해 주지 않았으니 지금은 반드시 콩이에게서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 임성철은 빙그레 웃었다.
  • “어머, 역시 사돈이네. 결국 앵무새를 잡았군.”
  • 임빈도 웃으며 말했다.
  • “콩이가 앵무새를 좋아하는구나… 아빠가 정말 무심했어. 앞으로 콩이한테 앵무새 많이 사줄게, 어때?”
  • 아이들은 어른만큼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바보는 아니다.
  • 콩이는 임빈의 거짓 웃음을 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토끼 인형과 앵무새를 꼭 껴안았다.
  • 콩이는 여러 마리의 앵무새를 원하지 않았다. 엄마가 죽은 뒤, 아이는 아빠의 품을 바랐을 뿐이다.
  • 그런데 아빠는 자신을 아랑곳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욕하고 때렸다.
  • 심지어 언젠가, 아이는 아빠가 정말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어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콩이는 할머니가 늘 자신을 살별이라고 불러서 아무도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을 줄 알았다!
  • 그런데 입원해있는 동안, 외할아버지와 외삼촌들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콩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도 많이 해주었다.
  • 그래서 콩이는 지금… 아빠가 싫었다.
  • 콩이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를 악물고 말했다.
  • “싫어요. 아빠가 사주는 앵무새 싫어요. 아빠도 싫어요!”
  • 임빈은 멈칫했다.
  • 임성철과 유진숙도 미간을 찌푸렸다.
  • 이 자식이 주 씨 가문이 돈이 많은 걸 알고 바로 그들을 버린 것인가!?
  • 임빈은 저도 모르게 정색을 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 “콩이야!”
  • 임빈은 자신이 충분히 참았다고 생각했다. 콩이 이 자식을 내가 몰라? 고집이 센 아이는 달래는 것이 아니다!
  • 유진숙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 “어휴, 콩이야, 평소에 네 아빠가 좀 엄하긴 했지만 그런 말은 하면 안 되지! 아빠를 싫다고 하는 아이가 어딨어!”
  • 임성철은 주 씨 가문 사람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 “하하, 역시 아이는 아이군요! 자, 사돈, 저희 같이 밥이나 먹을까요? 멀리서 오신 손님인데 환영회를 해드려야죠!”
  • 임빈은 콩이의 마음은 무시한 채 맞장구를 쳤다.
  • “그러니까요! 장인어른과 여러 형님들이 모처럼 오셨는데… 어휴, 단옥이 그 멍청이가 친정 식구들 얘기를 안 해서요.”
  • 임 씨 가문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한마디씩 했다.
  • 그들은 이러쿵저러쿵 끊임없이 입을 놀려댔는데 한 가족이라는 말을 죽어라 강조했다!
  • 임빈은 애틋한 척 이따금씩 ‘단옥이’를 입에 올렸다…
  • 주영준은 다시 성질이 났다.
  • 뚜둑… 그는 손가락을 누르더니 갑자기 임빈의 목을 움켜쥐고 그를 별장 대문에 세게 내리쳤다!
  • “체면 좀 봐주는 것 같으니까 끝이 없지!?”
  • “사돈?! 너희 따위가 뭐라고! 시발, 쓰레기 같은 새끼들!”
  • 쾅~ 쾅~!
  • 임빈의 머리가 별장의 철문에 세게 부딪혔다. 징과 북을 두드리는 것보다 더 큰 소리가 났다.
  • 임빈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다!
  • 주태석은 바로 콩이를 안았다.
  • “우리는 먼저 차에 가 있을게.”
  • 임빈을 때리는 것을 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콩이와 앵무새를 달래는 일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그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
  • 임빈은 주영준이 갑자기 자신을 폭행할 줄은 정말 몰랐다. 분명 좋게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았는가!
  • “그만…”
  • “쾅!”
  • “그만해…”
  • “쾅쾅쾅!”
  • 임성철과 유진숙은 놀라서 멍해졌다.
  • 건설 현장에서 ‘청부 업자’로 일하는 주영준은 매너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임빈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몇 번이나 벽에 내리쳤다.
  • 유진숙은 다급해졌다.
  • “어휴! 할 말 있으면 좋게 해요, 좋게 말해요! 다들 한 가족인데…”
  • 임성철도 그를 말렸다.
  • “사돈총각, 진정 좀 해요…”
  • 주영준은 두 사람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 “내가 웬만해서는 여자랑 노인은 때리지 않는데 특별한 상황이면 때리기도 하거든요. 한 마디만 더 나불대면 당신들도 같이 때리는 수가 있어?”
  • 한 가족!?
  • 퉤!
  • 주영준은 마지막으로 임빈의 머리를 돌벽에 세게 내리치고 발을 날려 그가 아버지가 될 자격을 박탈했다.
  • 뚝-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 임빈의 처절한 비명이 별장 구역 전체에 울려 퍼졌다.
  • 멀리서 구경하던 행인들까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 주영준은 콧방귀를 뀌고는 손을 털고 갔다.
  • 그의 여동생을 배신한 자에게 복수를 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 그런데 고작 이깟 병신 때문에 살인죄를 뒤집어쓸 수는 없으니 고자로 만들 수밖에.
  • 임성철과 유진숙은 깜짝 놀라 몸을 웅크린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 주 씨 가문 사람들이 전부 차에 타자 그제야 울음을 터뜨렸다.
  • 유진숙이 말했다.
  • “이게 다 무슨 일이래. 그러고도 사람이야? 어떻게 이렇게 심하게 때릴 수가 있어!”
  • 임성철의 안색도 말이 아니었다!
  • 주 씨 가문에 주영준 같은 난폭한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막무가내 그 자체였다!
  • “그만 울어! 얼른 병원에 데려가!”
  • 임성철이 말했다.
  • 유진숙은 허둥지둥 응급차를 부르려고 했지만 전화는 이미 요금 미납으로 정지되어 있었다.
  • 그리고 지금 임 씨 가문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돈이 한 푼도 없었다…
  • 임빈은 새우처럼 몸을 말고 피를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