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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우리가 이혼하든 말든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야?

  • 고아연은 멍하니 제자리에 한참 서있다가 핸드폰을 넣고 택시 한대를 불러 교외의 유 씨 별장으로 향했다.
  • 마당에 유수영의 차인 포르쉐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걸 보니 그는 이미 돌아온 것 같았다.
  • 고아연이 집 문에 들어서기 무섭게 영수증 뭉치가 그녀 얼굴로 날아왔다.
  •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모두 11억이야! 고아연, 너 오늘 똑바로 얘기해!”
  • 시어머니 강아란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차갑게 호통쳤다.
  • “우리 유 씨 가문이 아무리 부잣집에 수영이가 돈을 번다 해도 네 수작질은 버티지 못하겠다!”
  • “말해봐! 이 돈들 다 어디 갔어?”
  • 강아란이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
  • 고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영수증을 주워들어 쳐다보자 “유수영” 명의였다. 그 카드는 유수영이 결혼할 때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었는데 5년 전 유수영이 밖에서 함부로 놀아나는 것을 발견한 뒤로 더이상 사용해 본적 없는 카드였다.
  • 그때는 고 씨 집안에도 돈이 부족하지 않았고 그녀는 존엄을 지키려 했고 비록 지금은 고씨 집안에 돈이 필요하다 해도 그녀는 여전히 존엄을 지켜야 했다.
  • 줄곧 침대 협탁 안에 놓여있다가 두달 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서 유수영이 가져간 줄 알았는데 오늘 이 상황을 보니…
  • 고아연은 한바퀴 둘러보다 유수영의 여동생인 유가희에게 눈길을 돌렸다.
  • 유가희의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빠르게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강아란 곁에 다가갔다.
  • “엄마! 그걸 말해야 알아요?! 발가락으로 생각해봐도 고 씨 집안에 일이 생겼으니 도와주려고 그녀가 몰래 빼낸 거지!”
  • “고 씨 집안 말이에요! 350억이라는 구멍이 뚫렸잖아요!”
  • “빨리 오빠랑 이혼 시켜요!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유 씨 집안도 남아나지 않겠어요!”
  • “고 씨 집안 큰 아가씨에 금성 제일 부잣집 아가씨는 무슨. 손버릇도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 무슨 부잣집 아가씨예요?!”
  • 유가희는 쉴새 없이 비아냥댔다.
  • “역시 연이 언니가 좋아요! 박 어르신은 승진도 하셔서 집안이 예전과 달라요. 애초에 오빠가 박연 언니와 결혼했으면 우리 유 씨 집안은 진작에 더 높이 올라갔을 거예요, 어디 지금처럼…”
  • “유가희, 너 말 다했어?”
  • 고아연이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차갑게 훑어보았다.
  • “말 다했으면 닥쳐!”
  • “…”
  • 배짱따위 없었던 유가희는 고아연과 감히 맞서지는 못하고 강아란 품으로 파고 들었다.
  • “엄마! 나한테 화까지 내요! 박연 언니였으니 나에게 화내지 않았을 거예요!”
  • 강아란은 유가희를 꽉 끌어안으며 고아연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 “고아연! 그만해!”
  • 고아연은 똑바로 서서 강아란과 시선을 맞추며 진지하게 말했다.
  • “어머니, 이 돈은 제가 가져가지 않았어요.”
  • “네가 아니면 누가 가져갔어?! 설마 내가 가져갔겠어? 아니면 가희가 가져갔겠어?! 너 지금 내가 늙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건 너희가 결혼할 때 수영이가 너에게 선물해준 카드잖아!”
  • 강아란은 또 한바탕 꾸짖었다.
  • “누가 가져갔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겠죠.”
  • 고아연은 유가희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 “저를 믿지 못하겠으면 신고하고 은행으로 가서 cctv 영상 확인하면 바로 나오겠네요.”
  • 유가희는 적잖이 놀라서 말했다.
  • “신고는 무슨?! 고 씨 집안 사람이 잡혀 들어간 것도 부족해서 우리 유 씨 집안까지도 소란스럽게 만들 생각이에요?! 당신이 가져간 돈은 직접 메꾸지 않으면 내가 오빠한테 얘기해서 오빠를 당신과 이혼하게 만들 거라고 내가 얘기 했잖아요!
  • “이혼은 무슨 이혼이야?”
  •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돌아선 고아연은 그제서야 유리잔을 들고 계단 입구에 서있는 유수영을 발견했다. 깔끔한 흰 셔츠를 입고 있는 그는 8년 전처럼 준수했지만 굳은 표정은 그때와 천지차이였다.
  • 소매는 반쯤 걷어 올리고 살짝 푼 옷깃 사이로 드러난 쇄골은 예전처럼 매혹적이었다. 세월은 분명 그의 얼굴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몸은 더욱 성숙하고 섹시하게 다듬었다.
  • 고아연은 지금의 유수영이 슬리퍼를 신고 아무렇게 서있어도 셀 수 없이 많은 부잣집 아가씨들이 문이 닳게 찾아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 유수영이 살짝 두려웠던 유가희는 다급하게 강아란 등 뒤로 숨었다.
  • “내가 아연이와 이혼하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 유수영이 계단으로 올라오며 어두운 눈빛으로 유가희를 노려보았다.
  • 강아란이 팔을 벌려 유가희를 등 뒤에 숨기고 미소를 쥐어짰다.
  • “수영아, 이 일은 가희를 탓할 게 아니야. 아연이가 철이 없어서 몰래 네 계좌에서 11억을 빼가고도 인정하지 않아서…”
  • “돈은 내가 빼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