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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아연아, 넌 너무 착해

  •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의 박동이 그녀에게 느껴질 정도로 부시양은 그녀를 더욱 세게 그러안았다
  • 그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고아연은 그를 밀쳐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 "부 회장님, 그 일은..."
  • 이운서가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심산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어째도 그는 꽤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고 부시양이 아무리 금성에서 날고 긴다고 해도 자신과 척을 져서 좋을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 부시양의 검은 눈동자에 차가운 한기가 스치더니 입 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 "혹시? 아저씨가 직접 한 말을 번복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아저씨가 비서실장으로 승진을 하게 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우리 금성에서 난 비서실장이 신용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일 리는 없겠죠? 진 청장님께서는 사람을 뽑음에 있어서 신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는데."
  • "부시양!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고작 너까짓 게 날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 궁지에 내몰린 이운서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부릅뜬 두 눈은 붉게 충혈이 되었고 화가 난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까지 던져버리고 말았다.
  • "제겐 아저씨를 위협할 만한 무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진 청장님께서 중병에 걸려 위독하실 때 우리 누나가 청장님께 신장을 제공해 준 적이 있어..."
  • 부시양이 눈을 가늘게 떴다.
  • "아저씨, 생각해 보세요. 만약 우리 두 사람이 싸우게 된다면 진 청장님께서 저를 도우실까요, 아저씨를 도와주실까요?"
  • "부시양, 너... 이런 식으로 권세에 힘입어 사람을 괴롭히는 거냐!"
  • 이운서는 화가 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그였지만 상사인 진 청장은 그의 정치 생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이운서는 부 씨 집안이 진 청장과 어떤 사이인지는 잘 몰라도 진 청장이 신장병으로 위독 했을 때 어렵게 신장 공여자를 찾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 고아연을 보는 이운서의 눈빛이 마치 그녀의 가죽을 벗겨 버리기라도 할 듯 더 표독스러워졌다.
  • "네, 전 지금 제 권력에 힘입어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중입니다."
  • 술을 한 모금 마신 부시양이 낮게 웃었다.
  • "부시양, 망해버린 여자 하나 때문에 나와 척을 지다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냐?"
  • 그 말을 들은 부시양의 낯 빛이 별안간 어두워졌고 목소리도 몇 배는 더 차가워졌다.
  •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고아연에게 사과하세요!"
  • 이운서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그러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 그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들려오는 염라의 목소리와도 같아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정치 생애에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오해일 뿐이니 그냥 여기서 끝내죠?"
  • 고아연은 앞으로 아버지의 사건이 그의 손을 거쳐가야 했기 때문에 이운서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았다.
  • "그냥 넘어가면 안 되지."
  • 부시양의 그녀의 허리를 힘껏 그러안았다.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술기운이 그녀의 얼굴로 감쌌고 그가 나른하게 말을 시작했다.
  • "아연아, 넌 너무 착해.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 그 말을 들은 이운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입 꼬리를 비틀며 고아연에게 말했다.
  • "아연아, 이번 일은 아저씨가 잘못했으니 이번만 아저씨를 용서해 주거라, 응?"
  • 고아연이 입을 떼려는데 부시양이 그녀보다 먼저 비웃음을 날렸다.
  •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하시다니, 너무 성의 없네요 아저씨."
  • "그래... 그래."
  • 이운서가 몸을 곧게 펴더니 숱한 사람들의 앞에서 표정을 구기고는 고아연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 "아연아, 아저씨가 미안하다. 아저씨가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으마!"
  • 고아연은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우려 하였지만 그녀의 몸을 단단히 잡고 있는 남자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 부시양이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을 웨이터에게 건넸다. 여전히 거만한 표정에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말투였다.
  • "이운서 씨,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얘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