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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너의 부 선배가 돌아왔어!

  • 고아연은 안색이 굳어지며 다시 밀어냈다.
  • “서희야, 가져가. 나 때문에 너와 곽승윤의 관계에 영향 주고 싶지 않아.”
  • “아연아, 나와 곽승윤이 무슨 사이인데?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가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 기분 나빠서 복수하고 싶어! 아연이는 무조건 날 도와줄 거야, 그치.”
  • 달관한 고아연은 단번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곽 씨 집안은 무조건 내일 밤 자선 파티를 빌어 미래의 안방 마님인 곽승윤의 약혼녀를 소개할 생각이었을 것이고 자연스레 서희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 “서희야, 고마워.”
  • 고아연은 초대장을 받았다.
  • “이건 내가 받을 테니 너도 몸 조심해.”
  • 조서희가 활짝 웃었다.
  • “걱정 마! 어쨌든 명의상으로는 그의 여동생인데 나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
  • 고아연은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마주했다. 조서희는 곽승윤의 의붓 여동생이었다. 곽승윤이 비록 과감하고 수단이 악랄하긴 해도 그녀에게 지나친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 “어? 아연아, 도리대로라면 내일 밤 자선 파티는 유수영 씨도 초대를 받았을 텐데 그가 널 데리고 가지 않아?”
  • 조서희는 또 정신이 약간 맑아졌다.
  • 눈이 따가워진 고아연은 “그에게 이미 파트너가 있다” 는 얘기를 도무지 할 수 없어 그저 웃으며 말했다.
  • “수영 씨가 아침에 출장 갔는데 내일 돌아오지 못 한대. 초대장도 그가 갖고 있고 날 데리고 참석하려고 했는데 공교롭게 시간이 안 맞았어.”
  • “아, 그렇구나. 난 또 너희 부부가 싸우기라도 한 줄 알았어!”
  • 조서희는 껄껄 웃으며 계속해서 머리를 박고 술을 마셨다.
  • 고아연은 마음이 아파 몰래 곽승윤에게 문자를 보내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
  • “서희야,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 “가지마! 왜 오자마자 가는 거야?! 아연아, 너 정말 의리 없어!”
  • 조서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 “너희 수영 씨도 없는데 바람이라도 피러 돌아가는 거야?! 응? 너 그거 아는지 모르겠다. 우리 대학교 때 그 부…” 부 선배가 돌아왔어!
  • “서희야, 농담하지 마.”
  • 고아연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서부터 가장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은 그녀는 고 씨 집안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얼마나 부유한지가 아니라 평판이었기에 “바람” 이라는 이런 단어는 입 밖에 꺼내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 조서희가 웃음을 거두었다.
  • “아연아, 미안해, 나 취했어.”
  • 고아연은 술에 잔뜩 취한 그녀를 보며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문 어구에 훤칠한 그림자가 나타날 때까지 또 한참을 같이 앉아있다가 곽승윤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가방을 챙겨 빠르게 떠났다.
  • 챠밍 나이트 문 어구에 롤스로이스 팬텀이 멈춰있다.
  • 운전석에 있던 비서 심열이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 “부 회장님, 곽 선생님을 모셔다 드렸으니 저희는 교외 별장으로 갈까요?”
  • 뒷좌석, 정교한 그레이 양가죽 시트에 앉아있는 부시양은 다리를 꼰 채 반쪽 얼굴을 손에 든 신문으로 가리고 있다. 깊어진 그의 눈동자는 줄곧 창 밖의 익숙한 번호판과 점점 가까워지는 실루엣을 쳐다보고 있다.
  • 심열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신문을 잡고 있던 손가락에 약간 힘이 들어가더니 담담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재빨리 차창을 올렸다.
  • 고아연은 여전히 오후에 입고 있던 스모크 그레이의 투피스 차림이었고 허리춤에 끼워진 빨간색 초대장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 입 꼬리가 올라간 부시양의 눈빛이 갑자기 깊어지더니 신문을 내려놓고 심열에게 분부했다.
  • “나중에 roseonly로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골라서 박 씨 집안 큰 아가씨에게 선물하고 그녀를 내 파트너로 내일 밤 자선 파티에 참가하자고 초대해.”
  • “네?”
  • 심열은 깜짝 놀랐다. 언론 앞에서 부 회장님의 이미지는 속세를 떠나 여색을 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뭐 하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