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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박하석 아이야

  • 진수영은 재운 그룹 밖에서 한참을 빌었지만 박하석을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절망감에 빠질 때쯤, 호텔 프런트에서 걸려온 전화가 그녀를 두려움에 빠뜨리고 말았다.
  • 진수영은 얼른 차를 운전하여 코리아나 호텔로 향했다.
  • 한편 초인종 소리가 룸 안의 평화를 깨뜨렸다. 옷을 개고 있던 진천우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화장실을 향해 소리쳤다.
  • “엄마, 초인종이 울렸어요.”
  • 진서연이 제대로 듣지 못하자 진천우는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 서있는 사람을 본 진천우는 얼어버리고 말았다. 이 여자 낮에 결혼식에서 만난 그 여자잖아!
  • 진천우는 이 여자가 왜 여기로 온 것인지 알지 못했기에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진수영은 얼른 문을 막고 억지로 들어왔다. 그리고 거칠게 바닥에 있던 꼬맹이를 들어 올렸다.
  • “엄마, 살려줘.”
  • 진천우는 고통에 두 손을 휘적이며 발버둥 쳤다.
  • 화장실에서 나온 진서연은 그 장면을 보자마자 얼른 달려갔다.
  • “천우 내려놔!”
  • “천우? 이름은 꽤 귀엽네. 하지만 아쉽게도 엄마를 잘못 만났어.”
  • 진수영이 차갑게 웃더니 사나워진 눈빛으로 진천우의 목을 잡았다.
  • 그리고 진천우를 잡은 채 의자에 앉았다. 진천우를 잡은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
  • “5년 전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들었어.”
  • “너랑 상관없어.”
  • 진서연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 진수영이 손에 힘을 가하자 다리 위에 있던 꼬맹이가 아파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인천에서 꺼져, 그럼 더 이상 건드리지 않을게.”
  • “우리 일이야. 아이랑 상관없으니까 일단 그 손 놔.”
  • 진서연은 너무 울어서 눈까지 부은 천우를 바라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 진수영은 고개를 숙여 품 안에 있는 아이를 보더니 물었다.
  • “얘랑 상관이 없어? 이 잡종만 아니었다면 너 살려줬을 지도 몰라.”
  • “그게 무슨 소리야?”
  • 진서연이 의아하게 물었다.
  • 진수영은 다시 차갑게 웃었다. 질투의 불꽃이 그녀의 눈 속에서 미친 듯이 불타고 있었지만 진수영은 깊이 감추고 있었다.
  • “떠날 거야?”
  • “아니,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5년 전 너희 두 모녀가 나한테 한 짓으로는 부족한 거야?”
  • 진서연은 정말이지 이렇게 악독한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 왜 자신이 아이의 아빠를 찾는 일까지 간섭하는 것인지?
  • 진수영이 무슨 자격으로 자신을 막는 단 말인가?
  • 진수영도 진서연과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 “그래, 네가 안 떠나면 이 아이도 데리고 갈 생각하지 마.”
  • 그녀는 진천우를 안고 밖으로 걸어갔다. 놀란 천우는 빨개진 눈으로 소리쳤다.
  • “엄마, 살려줘.”
  • 진서연은 다가가 아이를 빼앗아오려고 했지만 진수영의 비서가 그녀를 막았다.
  • “뭐 하려는 거야, 내 아들 돌려줘!”
  • 진서연이 다급하게 말했다.
  • 진서연은 성가시다는 듯 품에 있는 꼬맹이를 한 눈 보더니 경고했다.
  • “네가 안 떠나면 이 아이 영원히 사라지게 할 거야!”
  • “너 미쳤어!”
  • 진서연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 “어디 감히 그렇게 해봐.”
  • 진수영이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
  • 자신의 엄마를 막고 있는 남자를 보며 천우는 안간힘을 써 진서연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자신을 꼭 잡고 있는 진수영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화가 난 천우가 말했다.
  • “이 나쁜 아줌마, 이거 놔요, 나 엄마 찾으러 갈 거예요.”
  • “꼬맹이야, 말 안 들으면 캄캄한 방에 가두어 놓을 거야.”
  • 진수영의 얼굴에 악독한 표정이 서려있었다.
  • 진수영의 말에 천우는 더욱 발버둥 쳤다. 천우의 목은 졸려서 빨간 자국까지 생겼다.
  • 하지만 진서연은 천우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발버둥 치는 천우에게 진수영이 손이라도 댈까 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고 말했다.
  • “천우야, 착하지. 일단 저 여자 따라가, 엄마가 며칠 있다가 데리러 갈게.”
  • “싫어, 나는 엄마랑 같이 있을 거야.”
  • 천우가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 “엄마랑 같이 있고 싶으면 같이 인천에서 떠나.”
  • 진수영은 비서에게 명령했다.
  • “진서연 잘 보고 있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오게 해. 인천에서 떠날 생각 있다고 하면 나한테 다시 연락해.”
  • 그리고 진천우를 데리고 호텔에서 나와 진천우를 뒷좌석에 던졌다.
  • 진 씨 저택.
  • 허미진은 약혼식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식음도 전폐하고 있었다. 진수영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던 허미진은 진수영의 차를 보자마자 급히 달려나갔다.
  • “수영아, 엄마 피 말려 죽인 셈이니? 결혼식은 왜 갑자기 그렇게 된 거야? 박하석 쪽에는 해명은 다 했고?”
  • 하지만 허미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옆에 있는 어린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 “뭐야, 이 아이는 어디서 났어?”
  • 진수영은 혐오하는 표정으로 진천우를 소파 위로 던졌다.
  • “진서연이 낳은 잡종이야.”
  • 천우는 화가 나 얼굴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말했다.
  • “아줌마가 잡종이에요!”
  • 진수영은 천우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 “너네 엄마 예전에 유흥업소에서 남자들이랑 자면서 돈 벌었어. 너는 그때 생긴 잡종이라고. 감히 내 약혼식에서 그 난리를 쳐? 네 엄마도 천하고 너도 천해.”
  • 그 말을 들은 천우의 작은 몸이 굳었다. 그는 이렇게 악독한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의 마음은 마치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 천우는 슬펐지만 씩씩하게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저 잡종 아니에요, 아빠 있다고요.”
  • “허, 엄마, 얘 위에 가둬놓고 어디도 못 가게 해.”
  • 진수영이 차갑게 말했다.
  • 허미진은 천우를 가두어놓고 내려와 진수영에게 물었다.
  • “저 아이 정말 진서연이 낳은 거야?”
  • “걔 말고 누가 있겠어! 그년이 박하석 아이를 임신하고 이렇게 클 때까지 키웠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년을 그렇게 살려두지 말았어야 했어.”
  • 진수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 진수영의 말을 들은 허미진은 놀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 “뭐라고? 저 아이가... 박 씨 집안의 아이라고?”
  • “응.”
  • 진수영은 타오르는 질투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6년이라는 시간을 이용하여 속임수를 써가며 박 씨 가문 사모님이 결혼을 재촉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박하석은 그제서야 그녀와 약혼식을 올리려고 했다. 사실 그동안 박하석은 그녀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 진서연이 그때 그 여자였다는 사실을 박하석이 알고 거기에 자신의 아이까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진수영은 지금껏 지켜온 지위를 잃게 될 것이다.
  • 절대 박하석이 이 아이의 존재를 알게 해서는 안 된다!
  • 진수영의 눈빛이 악독해지더니 자신의 엄마와 어떻게 진천우를 처리해야 할지를 상의해 보려 했다. 그때 진 씨 저택의 경비가 다급하게 뛰어들어왔다.
  • “큰일 났습니다, 아가씨. 기정수 씨께서 오셨습니다.”
  • 진수영은 짜증이 나던 차에 기정수의 이름을 들으니 더 머리가 아팠다.
  • 6년 전, 기정수가 아직 진서연의 남자친구이던 시절에 진수영은 혹여나 그가 진서연을 건드려 진서연을 좋은 가격에 팔아넘길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되어 진서연의 신분으로 기정수를 모욕하고 사례금이 든 카드까지 망가뜨렸었다.
  • 하지만 그때 아무것도 없던 가난뱅이가 유명한 기성 그룹의 상속인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최근 몇 년 동안 기정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진 씨 저택으로 찾아와 진서연을 찾았다.
  • 진수영은 기정수만 보며 진절머리가 났다!
  • “그 자식은 뭐 하러 온 거야? 문 잠그고 못 들어오게 해...”
  •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잘생긴 한 남자가 진 씨 저택의 거실로 쳐들어왔다.
  • “뭘 잠가? 서연이 어디에 있어?”
  • 진수영은 얼른 기정수를 막으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 “진서연 여기 없으니까 당장 나가, 여기 내 집이야.”
  • 하지만 진수영의 말을 듣고도 기정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수영을 바라보기만 했다.
  • “서연이가 네 약혼식에 갔으니 무조건 여기에 있을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사람 내놔!”
  • 진수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똑똑한 그녀는 기정수가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 그때의 치욕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기정수로 하여금 진 씨 집안을 뼈저리게 증오하게 만들었다. 오늘 진서연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 그때 진수영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진서연은 없는데 진서연 아들은 여기에 있어.”
  • “서연이한테 아들이 있어?”
  • 기정수가 놀라 물었다.
  • 진수영은 일부러 난감하다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 “그래, 그때 진서연이 네가 가난하다고 기어코 왕 회장님의 여자가 되겠다고 난리 쳤잖아. 그런데 왕 회장님은 이미 결혼을 했으니 진서연은 숨어서 세컨드 밖에 할 수 없었던 거지. 미워할 거면 진서연만 미워해.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