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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 여자 당신한테 선물해 줄게요

  • 박하석은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뚜렷한 윤곽과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 밤하늘의 별을 빼다 박은 것 같은 두 눈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어느 곳 하나 사람을 사로잡지 않는 곳이 없었다.
  • 이 남자는 그야말로 최상품이었다!
  • 그러나...
  • 남자의 길쭉한 손가락이 진서연의 얼굴을 스쳐 지나갈 때,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버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본분을 지키지 못하던 남자의 손이 자신의 목을 타고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갈 때까지...
  • 진서연의 호흡이 조금 흐트러졌다. 그녀는 당황함을 느끼며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 “자중하세요!”
  • 박하석이 가볍게 웃더니 입꼬리를 올려 하찮음을 드러냈다. 순진한 척하고 있는 눈앞의 여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남자친구와 레스토랑에서 꽁냥거리다 돌아서자마자 자신에게로 안겼으면서 자중이라는 두 글자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뻔뻔했다.
  • 진서연은 박하석이 만난 여자들 중에서 제일 더러운 여자였다.
  • 박하석의 비웃음을 담은 차가운 눈은 온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게임을 끝내고 흥미를 잃은 것처럼 손을 놓은 그가 말했다.
  • “오늘 저녁 6시에 나랑 연회에 함께 가도록 해.”
  •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77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냉담하고 거만한 남자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떠나버렸다.
  • 혼자 남겨진 진서연은 의문을 가득 품은 채 박하석의 뒤를 따라갔다.
  • “저는 당신을 알지도 못하는데 왜 당신이랑 같이 연회에 참석해야 하죠?”
  • “내가 네 대표님이니까.”
  • 박하석의 목소리는 누구보다도 오만해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손바닥만 한 진서연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진수영의 약혼남이라는 건가?
  • 세상에!
  • 그러니까 방금 진수영의 약혼남이 자신에게 그런 무례한 짓을 했다는 거야?
  • 무슨 상황인 건지!
  • 진서연은 제자리에 멍청하게 서있다 몇 초가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순간 더러운 기분이 그녀를 잠식했다. 물론 자신이 두 사람의 약혼식을 망쳤다고 하지만 본질상에서 진서연은 박하석에게 미움을 산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왜 박하석이 자신을 알고 싫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지.
  • 고개를 저은 그녀는 자신의 환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남자를 빼앗는 취미 따위 없었다. 더구나 이 남자는 진수영의 남자였다!
  • 붉어진 얼굴로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른 진서연은 하루 종일 정신을 다른 곳에 팔고 있었다. 힘들게 퇴근시간까지 버틴 그녀는 일을 끝내고 진천우를 데리러 가겠다고 약속을 한 상태라 회사를 나가려 했지만 전찬혁이 진서연을 막았다.
  • “진서연 씨,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리 마치고 저를 따라오세요.”
  • 전찬혁이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달고 말했다.
  • 하지만 진서연은 예쁜 눈썹을 살짝 치켜뜨더니 칼같이 거절했다.
  • “저 안 가요.”
  • “진서연 씨는 재운 그룹의 직원입니다. 그러니 거절할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더구나...”
  • 자신의 머리를 내리친 여자를 대표님께서 연회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는 건 이미 충분히 너그러운 처사였다. 다른 여자였다면 이미 대표님의 손에 몇 번이나 죽었을지도 몰랐다!
  • “더구나 뭐요?”
  • 진서연이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 하지만 전찬혁은 웃으며 허리를 똑바로 세우더니 진서연에게 길을 안내했다.
  • 벤틀리에 오른 진서연은 의외로 차 내부가 꽤나 넓다는 것을 발견했다. 차 안의 설비도 고급 졌다. 옆에 앉은 남자는 고귀한 자태를 한 채 진서연이 차에 오른 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답답한 분위기는 진서연에게 두려움을 안겨줬다.
  • 백화점의 전문 매장에 도착하자 매니저는 벌써 매장 밖에서 공손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고한 남자가 들어서는 모습을 본 매니저의 얼굴에 순간 웃음꽃이 폈다.
  • “대표님, 드레스는 이미 다 준비되었습니다.”
  • “갈아입고 나와.”
  • 박하석이 차갑게 명령했다.
  • 하지만 진서연의 얼굴에 선명한 난감함이 스쳐 지나갔다. 어쩔 수 없이 입술을 문 그녀는 드레스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드레스는 노출이 심했다. 튜브톱 디자인의 드레스는 진서연의 어깨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고 상반신은 망사 재질을 사용해 보일 듯 말 듯 했다. 그녀의 가슴 앞에 있는 모반까지 똑똑히 볼 수 있어 굉장히 보기 싫었다. 입어도 안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진서연은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이런 드레스를 본 적이 없었다.
  • “다 입었어?”
  • 탈의실 밖에서 귀찮다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진서연은 긴장된 얼굴로 거울을 한 번 보곤 쿠션 팩트를 꺼내 모반 위로 두껍게 펴 바르며 말했다.
  • “노출이 너무 심해요. 바꾸고 싶은데... 아! 갑자기 들어오면 어떡해요!”
  • 놀란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온 박하석을 본 진서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황급히 가슴 부근을 막은 진서연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팔을 뒤로 움직여 탈의실의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다.
  • 박하석의 행동에 놀란 진서연이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본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 위에 입고 있던 드레스를 꽉 움켜잡았다.
  • 박하석은 갑자기 진서연의 두 손을 잡더니 벽으로 밀어붙였다.
  • 진서연이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하던 찰나 머리 위에서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소리 지르지 마.”
  • 그 한마디에 그녀의 목소리는 목에 갇혀버렸다. 맑고 큰 눈이 두려움에 정처 없이 흔들렸다.
  • 박하석은 고개를 숙이고 불쌍한 그녀의 두 눈을 주시했다. 그의 눈 밑 깊은 곳에는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장난치 듯 망사 재질의 드레스를 향해 다가갔다.
  • 어두운 불빛 아래, 진서연의 얼굴은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남자에게 변태라며 욕을 하려던 찰나, 남자가 손을 거두고 진서연을 놓아주더니 여전히 아무런 온도도 담겨있지 않은 눈을 하고 말했다.
  • “기다려.”
  • 그가 나가자마자 점원은 정상적인 예복을 가지고 들어왔다.
  • 진서연은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붉어진 얼굴을 한 그녀가 탈의실에서 나온 후에도 박하석은 진서연을 보지 않았다. 오히려 전찬혁이 진서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상했다, 너무 이상했다. 그는 방금 전 탈의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 진서연이 옷을 갈아입고 머리까지 다 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8시가 넘었다. 연회가 이제 막 시작된 시간이었다.
  • 하늘이 선택한 운명을 타고난 박하석의 출현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연이어 박하석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박하석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그들을 지나쳤다. 그 모습은 고고한 군주 같았다. 그리고 짙은 하늘색 슈트를 입은 잘생긴 남자 앞에 도착해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 송준호는 박하석을 보자마자 그를 놀리며 말했다.
  • “박 대표님, 제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요. 머리가 백발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대표님께서 내 연회에 오는 줄 알았다고.”
  • “여기 당신 선물이에요.”
  • 박하석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 송준호는 그제서야 박하석의 옆에 여자가 하나 서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굉장히 청순한 여자였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송준호가 진서연을 가리키며 물었다.
  • “이 여자를 말하는 건가요?”
  • 그들의 대화를 들은 진서연이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지만 박하석의 냉혹한 말을 듣게 되었다.
  • “네.”
  • 순간 한기가 진서연의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 송준호도 박하석이 농담을 하고 있는 줄 알고 괴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 “농담 그만하세요. 아가씨 놀란 것 봐요. 제가 어떻게 감히 박 대표님이랑 여자를 빼앗겠습니까.”
  • “당신을 위해서 특별히 데리고 온 거예요. 사양할 필요 없어요.”
  • 박하석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 송준호의 웃음이 얼굴에 굳었다. 그가 의아하게 진서연을 바라봤다. 생긴 건 문제없었다. 청순한 것이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타입이었다. 몸매도 좋을 것 같았다. 대충 봐도 최상품의 절반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송준호는 오늘 박하석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필경 박하석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여자를 선물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송준호는 의심스럽게 물었다.
  • “무엇을 가지고 싶은 겁니까?”
  • “이난 지역의 개발권을 저에게 주시면 보답으로 이 여자를 당신한테 드리겠습니다.”
  • 상업적인 합작에서 원하는 것이 쪽에서 보통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진서연이 바로 박하석이 준비한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