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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대표님 품속으로 안겨들다

  • 떠나려던 진서연은 허미진에게 억지로 잡혔다. 허미진은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진서연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올라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을 진서연에게 집어던졌다. 다만 그 물컵이 진서연이 아닌 다른 쪽으로 갈 줄은 몰랐다.
  •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물컵은 지나가던 아이를 명중했다. 일찍이 발견한 진서연이 달려가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진서연의 온몸은 젖었고 아이는 이마 위에 부어오른 큰 혹을 부여잡고 대성통곡했다.
  •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그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호화로운 분위기를 가진 한 여자가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달려가 아이를 품속에 안고 가슴 아파하며 물었다.
  • “아가야,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든 거야!”
  • 허미진은 한눈에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봤다. 그녀는 인천의 한 보석 상인의 아내였다! 그 여자의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웠던 허미진은 즉시 진서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 “어떻게 어린애를 이렇게 심하게 다치게 할 수 있어!”
  • 여자는 진서연이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을 다치게 했다는 것을 듣고 화가 나서 진서연을 밀어냈다.
  • “꺼져, 내 딸 건드리지 마.”
  • 진서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창백해진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조성한 허미진은 옆에 서서 구경만 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진서연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 진서연의 창백했던 얼굴이 드디어 정상적으로 돌아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허미진을 바라봤다.
  • “당신이 아이한테 물컵을 던진 거잖아요.”
  • 진서연의 말을 들은 허미진은 당황했다.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허미진은 얼른 변명하기 시작했다.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다치게 했을 리가 없잖아!”
  • 말을 멈추었던 허미진이 다시 여자를 보며 말했다.
  • “이 사람이 당신 아이를 다치게 한 거예요. 그러고도 거짓말하고 있는 거 보세요, 이렇게 뻔뻔한 여자는 정말 처음 본다니까요!”
  • 자신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했던 여자는 허미진의 말에 격노해서 진서연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
  • “사과해!”
  •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 허미진은 눈앞의 여자가 이렇게 거친 성격을 가졌을 줄 몰랐다는 듯 눈썹을 치켜떴다. 차갑게 웃은 허미진은 사람들 속에 모습을 감추고 레스토랑을 벗어나려 했다.
  • 진서연은 허미진을 막으려고 했지만 여자가 진서연을 막고 놓아주지 않았다.
  • “어디 가려고! 사람을 때려놓고 도망가려는 거야? 경찰에 신고해서 너 감옥에 처넣을 거야!”
  • 박하석이 어수선한 소리를 듣고 눈길을 돌렸을 때 아이는 이미 몇 명의 웨이터들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서연을 욕하고 있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박하석의 섹시한 입술에 보일 듯 말 듯 한 귀찮음이 서려있었다. 오만하게 군주처럼 고고한 시선을 거둔 박하석은 VIP 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 뒤따라간 전찬혁이 물었다.
  • “대표님, 가서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진서연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 “저딴 불순한 마음을 가진 여자를 도와서 무얼 하려고.”
  • 박하석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냉혹했다.
  • 전찬혁이 생각해도 그랬다. 진서연은 왕 회장과 손을 잡고 대표님을 음해하려던 사람이니 좋은 사람이 아님이 분명했기에 지금 겪고 있는 것도 모두 자신이 초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대표님 말이 맞아요. 그런데 저 아까 진수영 씨의 어머니를 본 것 같았어요.”
  • 전찬혁의 말을 들은 박하석이 잘생긴 눈썹을 조금 치켜떴다.
  • “진수영?”
  • 전찬혁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다른 사람이 그의 시선을 막았다. 그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 “진서연 씨랑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 전찬혁의 중얼거림에 박하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 “대표님, 왜 그러세요?”
  • 전찬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들자마자 박하석의 잘생긴 얼굴에 드리운 암울함을 보게 되었다. 전찬혁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해석했다.
  • “제가 잘못 본 것 같아요. 허미진 씨가 어떻게 진서연 씨를 알고 있겠어요. 제가 잘못 본 게 확실해요.”
  • 전찬혁이 내뱉은 무심한 말이 박하석은 신경 쓰였다. VIP 룸에 앉은 그는 대충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진서연의 하얀 얼굴과 그날 밤 호텔에서 그녀가 내뱉은 신음 소리로 가득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리였다!
  • 6년 전 그 여자의 것과 매우 흡사했다!
  • “앞으로 그 여자 얘기 꺼내지 마.”
  • 박하석의 기분이 복잡해졌다.
  • 하지만 박하석의 말을 들은 전찬혁이 알 수 없다는 듯 물었다.
  • “허미진 씨 말씀하시는 거예요?”
  • “진서연!”
  • 박하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생긴 얼굴에 드리운 차가움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 놀란 전찬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진서연을 회사에 들여놓고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하다니, 자신의 대표님께서는 무엇을 하려고 저러는 건지?
  • 설마 진서연이 마음에 든 걸까?
  • 전찬혁은 조금 난감해졌다.
  • “그럼 진서연 씨를 특별히 보살필 필요는 있을까요?”
  • 박하석이 눈을 들었다. 날카로운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했다. 전찬혁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아무래도 진서연의 저 얼굴을 보는 것이 언짢은 것 같았다. 짜증도 나고 만나기로 했던 거래처가 지각을 하는 바람에 박하석은 인내심을 잃고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커피를 두고 몸을 일으켰다. 레스토랑 로비를 지나치며 진서연이 있던 곳에 눈길을 돌렸지만 그곳은 이미 텅 비어있었다.
  • “대표님, 물어봤는데 진서연 씨 남자친구가 대신 배상해 주고 사람을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 웨이터에게서 정보를 얻어낸 전찬혁이 박하석에게 보고했다.
  • 박하석의 사람을 얼려버릴 듯한 차가운 눈빛은 다시 한번 전찬혁으로 하여금 소름 돋게 만들었고 그는 얼른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 “쓸데없는 참견이야.”
  • 박하석이 냉혹하게 말했다.
  • 전찬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잘못했습니다.”
  • 박하석이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 “오후에 혼자 창고에서 일하라고 해.”
  • “네!”
  • 전찬혁은 왠지 자신의 대표님이 질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 ‘아니야, 절대 아니야. 대표님이 그런 나쁜 여자를 위해서 질투를 할 리가 없지!’
  • ......
  • 레스토랑에서 나온 기정수는 진서연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하고 분노를 참고 있는 그 모습은 많은 행인들이 눈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 진서연은 그 상황이 어색해 손을 비틀며 말했다.
  • “기정수, 이 손 놔.”
  • 기정수는 성까지 붙여가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진서연의 목소리를 들으니 안색이 나빠졌다.
  • “예전에는 나 이렇게 안 불렀잖아.”
  • “그건 예전이고,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 진서연이 한걸음 물러서며 담담하게 기정수와 거리를 넓혔다.
  • 기정수는 실망스러웠다. 씁쓸하게 웃은 그가 물었다.
  • “그렇게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 진서연은 입술을 깨물고 기정수의 뜨거운 눈빛을 외면했다.
  • “됐어, 강요 안 해.”
  • 기정수는 한 걸음에 진서연 앞으로 다가가 따뜻한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 “많이 아팠지? 병원에 가보자.”
  • “필요 없어, 회사로 돌아가야 해. 방금 전 일은 고마웠어. 먼저 갈게.”
  • 진서연은 기정수의 호의를 거절했다. 천우를 낳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과 기정수 사이에 다시 그 어떤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가능성이 없다면 계속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이러다간 서로에게 상처를 안겨줄 뿐이었다.
  • 진서연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기정수의 눈빛에 자리한 고통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에 미친 듯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 재운 그룹으로 미치다시피 달려간 진서연은 눈앞에 있는 이를 미처 확인하지도 않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순간 힘 있는 손바닥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엘리베이터 안의 온도는 순식간에 10 몇 도는 떨어졌다!
  • 날카로운 눈빛이 머리 위에서 전해졌다. 진서연은 서둘러 사과를 하며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깊고도 어두운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 진서연의 하얀 얼굴이 변했다.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에 진서연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자꾸만 어디선가 박하석을 만난 것 같았다. 놀란 그녀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박하석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당신...”
  • 진서연의 심장은 긴장감에 속도를 가했다. 그때 박하석이 그녀의 턱을 잡더니 무례하게 얼굴을 들어 올렸다. 따뜻하고 거만한 숨이 살짝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 사람의 마음을 끄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