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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박하석, 이 개자식아

  • 진서연은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 봤다. 그녀는 박하석이 연회에 함께 참석할 파트너를 찾지 못했는데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을 만나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박하석이 자신을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가 이런 이유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그녀는 박하석의 직원이 틀림없었지만 그의 물건은 아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물건 취급하면서 선물해 줄 수 없었다!
  • 진서연은 모욕을 당한 것 같아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 “박 대표님께서는 이런 결정을 하시기 전에 저한테 물은 적이 있나요?”
  • 박하석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제서야 진서연의 분노 가득한 얼굴 위로 닿았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그가 말했다.
  • “2천만 원이면 충분해?”
  • 2천만 원?
  • 진서연은 웃겨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자신을 몸을 파는 사람으로 보는 건가.
  • 옆에서 구경하던 송준호는 울기보다 못한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진서연을 바라봤다. 박하석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여자를 모욕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행동은 확실히 지나쳤다. 그리고 그가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려던 그때 진서연이 가방에서 은행 카드를 꺼냈다.
  • “잘 됐네요, 마침 저도 2천만 원 있는데 박 대표님의 면상 하나 정도는 살 수 있겠죠!”
  • 말을 마친 진서연은 지나가던 웨이터의 쟁반에 놓여있던 와인 한 잔을 들어 박하석의 몸에 뿌렸다.
  • 순간, 연회 전체가 조용해졌다!
  • 귀빈들의 놀랍고도 의아한 시선이 일제히 진서연의 몸으로 집중되었다.
  • “저 여자 누구야?”
  • “대박, 미친 거 아니야. 감히 박 대표님한테 저런 짓을 하다니, 죽고 싶다는 건가?”
  • 모든 이들은 진서연의 행동에 놀랐다. 당사자인 박하석마저도 허세를 부릴 줄 밖에 모르는 이 여자가 이런 대담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 주위의 온도가 순식간에 몇 십 도는 내려갔다. 진서연의 손목을 움켜잡은 박하석이 분노를 억누르며 송준호에게 물었다.
  • “게스트룸은 어디에 있습니까?”
  • 박하석의 말에 송준호는 어리둥절해졌다.
  • “3층에 있습니다. 왼쪽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됩니다.”
  • 멍한 얼굴을 한 송준호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 박하석은 진서연을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남겨진 귀빈들은 모두 멍청하게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 “무슨 일이야? 박 대표님께서 저 여자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거야?”
  • “누가 무슨 상황인지 좀 설명해 줄래요?”
  •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전찬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전찬혁은 뜨거운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얼른 위층으로 따라올라갔다!
  • 박하석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분노하며 문을 잠갔다. 그리고 진서연을 침대 위로 힘껏 밀치더니 몸에 남은 술자국을 짜증스럽게 보곤 명령했다.
  • “이거 지워!”
  • 진서연은 고집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목을 빳빳이 들고 굴북하지 않으며 말했다.
  • “손 없어요? 이천만 원이면 충분히 세탁소에 맡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너 죽고 싶어?”
  • 박하석의 온몸에서는 무서운 한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하지만 콧방귀를 뀐 진서연이 말했다.
  • “당신은 다른 사람을 괴롭혀도 되고 저는 반격도 하면 안 된다 이거예요? 똑똑히 들어요. 나 재운 그룹의 직원 인건 틀림없는데 당신을 따라서 접대하러 갈 의무는 없어요. 제가 회사를 나간다고 하더라고 당신이 나를 모욕할 권리는 없다고요!”
  • 진서연의 말을 들은 박하석이 갑자기 웃었다. 맑은 웃음소리는 3월의 원앙 소리처럼 유난히 듣기 좋았다.
  • “10억 원의 위약금을 낼 수 있으면 언제든지 가도 상관없어.”
  • “무슨 10억 원을 말하는 거예요?”
  • 진서연이 물었다.
  • 박하석은 뼈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진서연의 턱을 잡고 사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 재운 그룹에서 월급을 타먹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입사할 때 과장이 재직 기간에 주동적으로 사직을 신청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안 알려줬어?”
  • 상사에게 잘리지 않는 이상, 기타 계약기간 동안 주동적으로 사직을 하는 사람은 모두 고액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진서연은 입사할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인사팀의 과장님은 재운 그룹은 큰 회사라서 그렇게 각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말 직원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한다면 그들도 사정을 봐주어 직원들을 보낼 것이라고 했기에 진서연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었다.
  • 그런데 그녀는 박하석 같은 대표님이 금방 입사한 직원 따위와 이렇게 따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 진서연은 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했지만 반격할 수 없었다!
  • 박하석은 화가 나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도 감히 움직이지 못하는 진서연의 두려운 모습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하얀 손가락이 그녀의 빨간 입술을 스치며 말했다.
  • “다시 말해 봐, 사직할 거야?”
  • “이 개자식이!”
  • 진서연이 낮은 목소리로 그를 욕했다.
  • 하지만 박하석은 화 한번 내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홀리는 웃음을 지었다.
  • “그만둘 거 아니면 더러워진 내 옷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봐.”
  • 그가 여유롭게 가슴 앞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진서연의 앞에서 윗옷을 벗은 그가 선명하고도 섹시한 가슴근육을 드러내더니 알코올 향이 섞인 셔츠를 진서연의 품에 던지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 그의 옷은 뜨거웠다. 진서연의 심장박동은 점점 빨라졌다. 그날 밤 이후로 그는 처음으로 옷을 입지 않은 남자를 보게 되었다!
  • 욕실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물소리를 들으니 느껴본 적 있던 느낌이 진서연의 몸을 뜨겁게 만들었고 심장박동도 더욱 빨라졌다. 그녀는 자신이 미쳐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 손에 있는 셔츠는 뜨거운 감자 같아 버리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다. 불이 켜진 욕실을 바라보기만 하던 그녀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 ‘이 옷을 가지고 나가서 세탁소에 맡겨야 하는 건가?’
  •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 욕실의 문이 열렸다.
  • 박하석은 하얀색의 가운을 입고 걸어 나왔다. 금방 샤워를 마친 그는 온몸이 젖어있었다. 부스스한 머리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나오던 박하석이 차갑게 자신의 셔츠를 한 눈 보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 “다 씻었어?”
  • “당신이 화장실에 있는데 제가 어떻게 씻어요?”
  • 진서연은 어색하게 박하석의 몸에서 눈길을 돌렸다.
  • “세탁소에 맡길 거예요.”
  • “손으로 씻어.”
  • 박하석이 진서연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온습한 기운을 그녀의 얼굴에 전하며 말했다.
  • “아까 어떻게 나한테 술을 들이부었으면 어떻게 깨끗하게 처리해.”
  • 진서연은 그의 말을 듣곤 박하석을 밀어내며 말했다.
  • “씻으면 될 거 아니에요, 제 몸에 손 대지 마세요!”
  • “하.”
  • 박하석이 하찮다는 듯 웃었다.
  • 진서연은 셔츠를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와인이 묻은 면적이 크지 않아 진서연은 물을 조금 묻히고 씻기 시작했지만 와인 자국은 씻기지 않았다. 미지근한 물을 받은 진서연이 다시 씻었지만 어떻게 문질러도 옷에 묻은 와인을 씻어낼 수 없었다.
  • 박하석은 욕실 입구에 서서 차갑게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 “못 씻으며 네가 입고 있는 치마 벗어.”
  • “누가 못 씻어낸다고 했어요?”
  • 진서연은 비누를 묻혀 몇 번이나 씻었지만 와인 자국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급한 마음이 든 그녀는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박하석이 정말 자신의 옷을 벗기러 오려는 건 줄 알고 급하게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누군가가 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대표님, 부탁하신 옷입니다.”
  • 전찬혁이었다.
  • 그의 말을 들은 진서연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 옷을 보내왔다는 건 자신이 이제 씻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닌가? 그녀가 기쁘게 수도꼭지를 잠갔다.
  • “다 씻었어?”
  • 남자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 그 말에 진서연의 웃음이 얼굴에 굳어버렸다. 그녀는 박하석의 손에 들린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 “입을 옷 생겼잖아요.”
  •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 박하석이 반문했다.
  • 결국 진서연이 다시 욕실로 들어섰다. 옷을 바꾼 박하석도 떠나지 않고 진서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진서연은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진서연이 힘들게 씻고 말린 옷을 받아 든 박하석은 하찮은 티를 내며 셔츠를 쓰레기통으로 버렸다.
  • “한 달 월급 깎을 거야.”
  • 남자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떠났다!
  • 진서연이 그런 박하석의 뒤를 쫓아가 말했다.
  • “제가 깨끗하게 씻어줬잖아요. 그런데 왜 월급을 깎는 거예요!”
  • “난 여자가 건드렸던 물건 안 좋아해.”
  • 박하석의 말을 들은 진서연은 어이가 없어졌다.
  • ‘이렇게 사람을 괴롭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