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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좀 어떻게 해봐

대표님 좀 어떻게 해봐

오소영

Last update: 2024-04-19

제1화 반드시 없애야 해

  • 오후 2시, 월셋집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 진서연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있었다. 창백하게 질린 앳된 얼굴을 한 그녀는 작은 손으로 엄마의 소맷자락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 “엄마, 제발 저 보내지 마세요!”
  • 하지만 가혹한 여자는 매몰차게 진서연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 “네가 왕 회장님한테 안 가면 네 언니가 유학하는 동안의 비용은 누가 내니?”
  • “저도 엄마 딸이잖아요. 저 남자친구도 있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언니를 위해서 저를 늙고 못생긴 남자에게 팔아넘길 수 있어요!”
  • 진서연이 억울하게 말했다.
  • 진서연의 말을 들은 허미진이 차갑게 웃었다.
  • “수영이는 내가 배 아파 낳은 딸이지만 너는 그저 길가에서 주워온 잡종이야. 언니 혼수 비용을 벌어서 이 집 살림살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서 너를 거둔 거라고. 기정수 그 거지 같은 자식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근근이 수영이가 해외 유학을 할 수 있게 하는 정도지. 몸이 뭐야, 신장을 팔라고 해도 너는 팔아야 해!”
  • 허미진의 말을 들은 진서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들을 그녀는 감히 믿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허미진이 자신에게 한 행동들을 돌이켜보니 무한한 절망감이 밀려왔다. 그 절망감은 진서연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유일한 희망을 훼멸시켰다.
  • 곧 진서연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 “오늘부터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에요.”
  • 그녀가 허무하게 문을 향해 걸어갔다.
  • 스위트룸 안, 희미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 진서연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침대 시트를 꼭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긴장감에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 그때 싸늘한 기운이 그녀의 코를 타고 몸속으로 침투했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몸이 진서연의 작은 몸을 뒤덮었다. 남자의 타고난 거대한 위압감은 진서연으로 하여금 두려움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 “그 여자가 오라고 한 거야?”
  • 허스키한 목소리가 갑자기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 진서연은 잔뜩 굳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네.”
  • 가볍게 웃은 남자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서슴없이 상처 주는 말을 내뱉었다.
  • “더러워!”
  •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캄캄한 밤 속에서 더욱 날카롭고 차가워졌다. 입꼬리를 올린 남자는 여자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마치 성이 잔뜩 난 사나운 맹수처럼 움직이는 남자의 차가운 온도는 진서연을 무한한 구렁텅이에 빠뜨렸다.
  • 투명한 눈물이 진서연의 눈가를 따라 흘러내렸고 그녀는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다.
  •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지 못했을 때, 남자가 드디어 진서연의 몸 위에서 내려왔다.
  • 진서연은 남자가 욕실에서 나오기도 전에 옷을 바꿔 입고 급히 나왔다.
  • 하지만 호텔을 벗어나자마자 등 뒤에서 날카로운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진서연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자신에게 뺨을 날리는 허미진을 마주했다.
  • “네년이 감히 도망치려고 해!”
  • 허미진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 진서연은 아픔이 느껴지는 뺨을 붙잡은 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 “하라는 대로 했잖아요, 뭘 더 바라는 거예요?”
  • “왕 회장님이 네가 호텔에 없다고 했어. 너를 4 시간이나 기다리고 있다고. 지금 화가 단단히 났으니 당장 올라가서 잘 모셔. 아니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 허미진이 진서연의 코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 허미진의 말을 들은 진서연은 깜짝 놀라 말했다.
  • “그럴 리가요, 저 방금 이미...”
  • “이미 뭐? 왕 회장님은 지금까지 네 얼굴도 본 적 없다는데 지금 나한테 이미 만나고 왔다고 거짓말이라도 하려고!”
  • 말을 하던 허미진이 멈칫하더니 눈빛이 갑자기 사나워졌다.
  • 앞으로 다가가 진서연의 멱살을 잡은 허미진은 빨갛고 눈에 거슬리는 자국이 진서연의 어깨에 잔뜩 새겨진 흔적을 보자마자 화가 나 온몸을 떨며 소리쳤다.
  • “이 더러운 년이, 감히 나를 속이고 다른 남자를 만났어? 뻔뻔한 년!”
  • 허미진의 얼굴은 화가 나 일그러졌다. 허미진이 또다시 진서연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
  • “네 언니가 돈이 없어서 유학을 못 가고 있으니 네가 나가서 몸을 팔아! 1억 원 다 벌면 그때 나와!”
  • 허미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진서연을 진 씨 저택으로 끌고 갔다.
  • 진수영은 차가운 얼굴로 진서연이 있는 방의 문을 잠그며 말했다.
  • “엄마, 진서연이 감히 그딴 일을 하다니, 내 유학 비용은 어떡해?”
  • 허미진도 이 미천한 계집애 때문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억울함에 울먹이는 진수영을 본 그녀가 말했다.
  • “수영아, 걱정 마. 1억 일뿐이야. 내가 의사를 찾아서 진서연 저 계집애한테 회복 수술을 하라고 할게. 엄마는 네가 이렇게 억울하게 두지 않을 거야.”
  • “고마워, 엄마.”
  • 진수영은 기뻐서 허미진의 품속에 기대며 서럽게 말했다.
  • “유학하려면 돈 엄청 많이 든다고 들었어. 1억은 그냥 한 번에 다 쓸 수도 있다던데, 나 엄마 보고 싶은데 돌아올 돈도 없을까 봐 무서워...”
  • “그럼 진서연한테 접대를 하라고 하면 되지. 번 돈은 다 너한테 보낼게.”
  • 허미진은 결심했다. 다시는 저 미천한 계집애가 자신의 귀한 딸의 앞길을 망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 진수영은 그제서야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웃었다. 진서연이 사람을 접대하는 일만 하게 된다면 영원히 그곳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그 더러운 진흙탕 속에 서서 고고한 자신을 올려다봐야 할 것이다!
  • 진수영은 기분이 좋아져 자신의 엄마와 함께 어디로 가서 축하파티를 열면 좋을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때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모녀 둘의 대화를 끊었다.
  • 수십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진 씨 저택을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보디가드들의 보호를 받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 집안에 있던 허미진과 진수영은 본 적 없는 장면에 놀라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
  • “누구를 찾으러 오신 건가요?”
  • 젊은 남자는 예의 있게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물었다.
  • “어젯밤 코리아나 호텔 797번 방에 있던 분이 진서연 씨인가요?”
  • 코리아나 호텔은 왕 회장님이 어젯밤에 머물고 있던 호텔이었다. 하지만 그의 방은 767번이었다.
  • 허미진은 진수영을 한 눈 보더니 젊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 “사람 잘못 찾아오셨어요.”
  • 전찬혁이 학생증을 건네며 말했다.
  • “어젯밤 저희 대표님 룸에 남겨두고 갔던 학생증입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술에 취해서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 그는 여기까지만 말했다.
  • 진수영은 진서연이 이렇게 쉽게 대표님과 하룻밤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리 옆에 있던 주먹을 살짝 쥔 그녀가 억지로 가짜 웃음을 지어냈다.
  • 그리고 학생증을 열어 뒤적여봤다. 학생증 위에는 정보도 완정하지 않았고 사진도 없었다.
  • “이거 제 거예요. 그런데 대표님이라고 하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박하석입니다.”
  • 전찬혁의 말투에는 자신의 대표님을 향한 존경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 진수영은 전찬혁의 말을 듣고 놀라 물었다.
  • “재운 그룹의 대표님 박하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네, 대표님께서는 빚지고 못 사는 분이십니다. 어젯밤 일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보상을 해드릴 예정이니 안심하고 기다려주세요.”
  • 말을 마친 전찬혁은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떠났다.
  •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본 진수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풀썩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
  • ‘어... 어떻게 이런 일이!’
  • 허미진은 어두운 안색을 한 딸을 보고 물었다.
  • “재운 그룹? 나는 왜 들어본 적 없지? 진서연이랑 잔 그 남자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 재운 그룹의 대표를 어떻게 대단하다는 몇 글자로 형용할 수 있을까?
  • 진수영은 질투심에 발광했다.
  • “박하석, 유명한 재벌가 박 씨 집안의 장남이야. 열아홉 살에 재운 그룹을 세워서 단 5년 만에 인천을 상업 도시로 만들었다고!”
  • 방금 전 그 사람의 말투를 듣자 하니 아마 진서연이 방을 잘못 찾아들어간 듯했다. 박하석이 진서연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진서연은 하룻밤 사이에 출세하게 될 것이다!
  • ‘안돼, 절대 진서연한테 그런 기회를 줘서는 안돼!’
  • 진수영은 흥분해서 허미진을 잡았다.
  • “엄마, 박 씨 집안사람들이 진서연의 존재를 알게 해서는 안 돼. 진서연을 반드시 없애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