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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낭비

  • 조권용은 그의 말을 듣더니 서서히 허리를 숙여 임성준을 내려다보았다.
  • 그러고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내가 가지면 뭐 어쩔 건데? 내가 네 그딴 옷을 욕심낼 것 같아? 그런데 여자는 옷과 같다는 말이 있지... 네가 입었던 옷이라면 너도... 무슨 뜻인지 알겠지?”
  • 조권용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돌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임성준이 다시 한번 그의 뺨을 때릴까 두려웠다.
  • 임성준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이미 속으로 조권용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 “어르신, 이건 어르신 선물입니다.”
  • 조권용은 값비싸 보이는 제이드를 천천히 진가네 어르신의 앞에 내려다 놓았다.
  • 포장은 정교했고 품질도 좋아 보였다.
  • 진가네 어르신은 그 모습에 아주 신이 났다.
  • “고마워!”
  • 진가네 어르신은 옅은 미소를 지었고 속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 이것이 바로 차이였다!
  • “휴, 임성준은 예전에 바보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죠. 하지만 이제는 다 나았는데 어르신 생신에 뭘 드렸나요?”
  • 조권용은 고개를 돌리며 일부러 물었다.
  • “권용이 형, 이게 바로 임성준이 드린 선물이에요.”
  • 진성우은 손을 들더니 갈색의 약을 흔들어 보였다.
  • “이게 뭔데?”
  • 조권용은 그것을 받아 들더니 곧이어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 “임성준 저 바보가 준 거예요. 모든 병을 다 뿌리까지 치료할 수 있는 단약이라고 하던데요.”
  • 진성우은 씩 웃으며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 조권용은 잠깐 당황하더니 냄새를 맡는 척하며 곧장 그것을 바닥에 던졌다.
  • 임성준은 그 모습에 냉소를 흘렸다.
  • “임성준.”
  • 진유월은 이를 악물면서 임성준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 “후!”
  • 임성준은 천천히 몸에서 힘을 빼며 침묵을 유지했다.
  • “어르신, 이건 단약이 아니예요.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막 먹으면 오히려 큰일 날 수 있어요!”
  • 조권용은 속으로 냉소를 흘렸지만 겉으로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헉! 임성준이 어르신께 독을 먹이려 했다는 말인가?”
  • “조권용의 집안은 약재 장사를 하잖아. 그가 한 말이니 아마 맞을 거야.”
  • “임성준, 정말 호랑이 새끼가 다름없네. 어르신을 해치려 하다니.”
  • 조권용의 말 몇 마디에 임성준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 “이 단약은 한 알뿐이에요.”
  • 임성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 “무슨 뜻이야?”
  • 조권용은 냉소를 흘리며 임성준에게 물었다.
  • 임성준은 천천히 고개만 저을 뿐, 설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 “유월 언니, 언니는 2년 전에 이 멍청이를 받아주면서 할머니랑 인연을 끊으려고 했었지! 그런데 이 배은망덕한 놈은 할머니를 해치려고 했어. 두 사람 무슨 속셈이야?”
  • 진유비가 앞으로 나서더니 진유월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 “난...”
  • 진유월은 반박할 수 없었다.
  • 그녀는 임성준이 어디서 단약을 구했는지 알지 못했고, 임성준이 제정신으로 돌아왔는데 예전보다 더 남에게 손가락질당할 줄도 몰랐다.
  • “멍청이가 제멋대로 나대는 건 그렇다 쳐도 언니까지 왜 같이 이 난리를 치는 거야?”
  • “유월아, 참 실망이다.”
  • 진가네 어르신은 진유월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 그렇게 진유월과 임성준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질책의 대상이 되었다.
  • “여긴 두 사람을 환영하지 않으니 떠나.”
  • 진유비는 팔짱을 두른 채로 진유월에게 말했다.
  • 진가네 어르신과 진씨 집안사람 중 진유월을 변호해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할머니, 화내지 마세요. 무슨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제가 잘 알아본 다음에 설명 드릴게요.”
  • 진유월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임성준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향했다.
  • 가족 생일 파티에 온 것인데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쫓겨나다니...
  • 아무도 진유월이 지금 얼마나 억울한지 알지 못했다.
  • 조권용은 진유월을 붙잡고 싶었으나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리고는 그녀를 막지 않았다.
  • “멍청한 놈이 갔으니 공기도 맑아진 것 같네요.”
  • 진성우는 씩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고 사람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 심지어 오희연마저 함께 소리 내 웃었다.
  • 사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임성준을 사위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아직 진유월과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임성준이 쪽팔리든 말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어르신, 오늘 어르신 생신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 오희연은 진가네 어르신을 보면서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말해봐.”
  • 진가네 어르신은 작게 손을 내저었다.
  • “임성준 이 멍청한 놈도 이제 나았으니 진씨 집안에서 떠날 때가 온 것 같아요. 2년 전 수많은 재벌가 자제가 유월과 결혼하고 싶어 문턱이 닳도록 진씨 집안을 들락날락했죠. 하지만 임성준이 오고 나서 유월은 평판도 나빠지고 이젠 아무도 유월이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임성준은 회복했고 우리 진씨 집안도 할 만큼 한 것 같으니 임성준이 더는 유월의 발목을 잡게 내버려 둬서는 안 돼요.”
  • 오희연의 말에 진가네 사람들, 다른 강진시의 재벌 가문 사람들까지 전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진유월은 임성준을 2년 가까이 돌보았고 할 만큼 했다.
  •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왔으니 더는 진씨 집안에 들러붙게 할 수 없었다.
  • “맞는 말이야. 하지만 유월의 평판은 임성준 때문에 이미 작살이 났어. 그런데 강진시에서 누가 유월이랑 결혼하길 원하겠어?”
  • 진가네 어르신은 미간을 구기며 작게 하소연했다.
  • 그 말에 강진시의 재벌가 자제들은 모두 설레었다.
  • 누가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가?
  • 진유월의 미모는 강진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 게다가 임성준 그 멍청이는 2년 동안 진유월에게 손도 대지 못했을 것이다.
  • 설령 손을 댔다고 해도 진유월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 “어르신, 저 조권용은 진유월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어르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제대로 날을 잡아 혼담을 꺼내겠습니다!”
  • 바로 그때 조권용이 정중하게 말했고 진가네 어르신은 그 말에 기뻤다.
  • 조씨 집안은 강진시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재벌가였고 잠재력이 무한했다.
  • 만약 진씨 집안이 조씨 집안과 사돈을 맺게 된다면 진씨 가문은 반드시 지금 상황을 벗어나 예전처럼 일류 가문의 행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진가네 어르신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곧장 승낙하려 했다.
  • “이씨 제약 이 대표님이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 바로 그때 문 입구에서 문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 이씨 제약이라면 강진시의 대기업이었다. 강진시의 제약 업계는 이씨 제약을 선두로 하고 있었고 조씨 집안도 약재 업계에서는 이씨 제약에 미치지 못했다.
  • 더욱 중요한 건 이씨 집안이 의약 집안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약을 팔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병을 보기까지 했다. 그건 단순한 약재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 곧 중년 남성과 그의 뒤를 따르고 있는 노인이 함께 룸 안으로 들어왔다.
  • “어르신, 이씨 제약은 청심양신환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수명을 늘릴 수 있고 기혈을 보충할 수 있으며 노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 이 대표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작은 박스를 건네며 웃어 보였다.
  • “고마워, 이 대표. 얼른 앉게나!”
  • 진가네 어르신은 얼굴에 화색이 돌며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 진가네 사람들은 전부 감탄했다. 이씨 제약이 가져온 물건은 참으로 진귀한 것이었다.
  • “이건 무슨 냄새죠?”
  • 이 대표의 옆에 있던 노인이 킁킁거리면서 물었다.
  • “무슨 냄새요?”
  • 사람들은 당황했다.
  • “아니, 이 냄새는... 이건...”
  • 노인은 자세히 분석해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 다음 순간, 노인은 조권용을 밀치고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 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조권용에게 밟힌 약을 빤히 바라보았다.
  • “헉! 이건, 이건... 이런 값진 것을 낭비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