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면 뭐 어쩔 건데? 내가 네 그딴 옷을 욕심낼 것 같아? 그런데 여자는 옷과 같다는 말이 있지... 네가 입었던 옷이라면 너도... 무슨 뜻인지 알겠지?”
조권용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돌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임성준이 다시 한번 그의 뺨을 때릴까 두려웠다.
임성준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이미 속으로 조권용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어르신, 이건 어르신 선물입니다.”
조권용은 값비싸 보이는 제이드를 천천히 진가네 어르신의 앞에 내려다 놓았다.
포장은 정교했고 품질도 좋아 보였다.
진가네 어르신은 그 모습에 아주 신이 났다.
“고마워!”
진가네 어르신은 옅은 미소를 지었고 속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이것이 바로 차이였다!
“휴, 임성준은 예전에 바보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죠. 하지만 이제는 다 나았는데 어르신 생신에 뭘 드렸나요?”
조권용은 고개를 돌리며 일부러 물었다.
“권용이 형, 이게 바로 임성준이 드린 선물이에요.”
진성우은 손을 들더니 갈색의 약을 흔들어 보였다.
“이게 뭔데?”
조권용은 그것을 받아 들더니 곧이어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임성준 저 바보가 준 거예요. 모든 병을 다 뿌리까지 치료할 수 있는 단약이라고 하던데요.”
진성우은 씩 웃으며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조권용은 잠깐 당황하더니 냄새를 맡는 척하며 곧장 그것을 바닥에 던졌다.
임성준은 그 모습에 냉소를 흘렸다.
“임성준.”
진유월은 이를 악물면서 임성준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후!”
임성준은 천천히 몸에서 힘을 빼며 침묵을 유지했다.
“어르신, 이건 단약이 아니예요.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막 먹으면 오히려 큰일 날 수 있어요!”
조권용은 속으로 냉소를 흘렸지만 겉으로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헉! 임성준이 어르신께 독을 먹이려 했다는 말인가?”
“조권용의 집안은 약재 장사를 하잖아. 그가 한 말이니 아마 맞을 거야.”
“임성준, 정말 호랑이 새끼가 다름없네. 어르신을 해치려 하다니.”
조권용의 말 몇 마디에 임성준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 단약은 한 알뿐이에요.”
임성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무슨 뜻이야?”
조권용은 냉소를 흘리며 임성준에게 물었다.
임성준은 천천히 고개만 저을 뿐, 설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유월 언니, 언니는 2년 전에 이 멍청이를 받아주면서 할머니랑 인연을 끊으려고 했었지! 그런데 이 배은망덕한 놈은 할머니를 해치려고 했어. 두 사람 무슨 속셈이야?”
진유비가 앞으로 나서더니 진유월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난...”
진유월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임성준이 어디서 단약을 구했는지 알지 못했고, 임성준이 제정신으로 돌아왔는데 예전보다 더 남에게 손가락질당할 줄도 몰랐다.
“멍청이가 제멋대로 나대는 건 그렇다 쳐도 언니까지 왜 같이 이 난리를 치는 거야?”
“유월아, 참 실망이다.”
진가네 어르신은 진유월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진유월과 임성준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질책의 대상이 되었다.
“여긴 두 사람을 환영하지 않으니 떠나.”
진유비는 팔짱을 두른 채로 진유월에게 말했다.
진가네 어르신과 진씨 집안사람 중 진유월을 변호해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 화내지 마세요. 무슨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제가 잘 알아본 다음에 설명 드릴게요.”
진유월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임성준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향했다.
가족 생일 파티에 온 것인데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쫓겨나다니...
아무도 진유월이 지금 얼마나 억울한지 알지 못했다.
조권용은 진유월을 붙잡고 싶었으나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리고는 그녀를 막지 않았다.
“멍청한 놈이 갔으니 공기도 맑아진 것 같네요.”
진성우는 씩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고 사람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심지어 오희연마저 함께 소리 내 웃었다.
사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임성준을 사위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아직 진유월과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임성준이 쪽팔리든 말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르신, 오늘 어르신 생신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오희연은 진가네 어르신을 보면서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말해봐.”
진가네 어르신은 작게 손을 내저었다.
“임성준 이 멍청한 놈도 이제 나았으니 진씨 집안에서 떠날 때가 온 것 같아요. 2년 전 수많은 재벌가 자제가 유월과 결혼하고 싶어 문턱이 닳도록 진씨 집안을 들락날락했죠. 하지만 임성준이 오고 나서 유월은 평판도 나빠지고 이젠 아무도 유월이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임성준은 회복했고 우리 진씨 집안도 할 만큼 한 것 같으니 임성준이 더는 유월의 발목을 잡게 내버려 둬서는 안 돼요.”
오희연의 말에 진가네 사람들, 다른 강진시의 재벌 가문 사람들까지 전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유월은 임성준을 2년 가까이 돌보았고 할 만큼 했다.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왔으니 더는 진씨 집안에 들러붙게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유월의 평판은 임성준 때문에 이미 작살이 났어. 그런데 강진시에서 누가 유월이랑 결혼하길 원하겠어?”
진가네 어르신은 미간을 구기며 작게 하소연했다.
그 말에 강진시의 재벌가 자제들은 모두 설레었다.
누가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가?
진유월의 미모는 강진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게다가 임성준 그 멍청이는 2년 동안 진유월에게 손도 대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손을 댔다고 해도 진유월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어르신, 저 조권용은 진유월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어르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제대로 날을 잡아 혼담을 꺼내겠습니다!”
바로 그때 조권용이 정중하게 말했고 진가네 어르신은 그 말에 기뻤다.
조씨 집안은 강진시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재벌가였고 잠재력이 무한했다.
만약 진씨 집안이 조씨 집안과 사돈을 맺게 된다면 진씨 가문은 반드시 지금 상황을 벗어나 예전처럼 일류 가문의 행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가네 어르신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곧장 승낙하려 했다.
“이씨 제약 이 대표님이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바로 그때 문 입구에서 문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씨 제약이라면 강진시의 대기업이었다. 강진시의 제약 업계는 이씨 제약을 선두로 하고 있었고 조씨 집안도 약재 업계에서는 이씨 제약에 미치지 못했다.
더욱 중요한 건 이씨 집안이 의약 집안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약을 팔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병을 보기까지 했다. 그건 단순한 약재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곧 중년 남성과 그의 뒤를 따르고 있는 노인이 함께 룸 안으로 들어왔다.
“어르신, 이씨 제약은 청심양신환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수명을 늘릴 수 있고 기혈을 보충할 수 있으며 노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