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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큰 은혜

  • 이런 카드를 소유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모두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었다.
  • 임성준은 과거 서북 대원수이자 구성 총사령관의 신분으로 백만에 달하는 병사들을 이끌 수 있었다. 그에게는 당연히 자격이 있었다.
  • 구성 총사령관이라, 얼마나 존귀한 신분인가?
  • 그에게 돈은 폐지나 다름없고 권세는 이미 극치에 달했다.
  • “하지만 그것 또한 과거일 뿐이지.”
  • 임성준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 예전에는 백만 명의 형제가 그의 뒤를 따랐었고 그의 명령에 따라 산과 강을 건넜다. 돈과 권세는 말할 것도 없었고 지위 또한 최고로 높았다.
  • 그러나 지금의 그는 작은 도시에 숨어서 소리 없이 살아가고 있었고 심지어 두 다리마저 성치 않았다.
  • “하지만 이 또한 날 쓰러트릴 순 없어. 난 임성준이니까.”
  • 임성준은 서서히 시선을 거두어들이더니 은침을 들어 자신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두 다리는 성치 않았기 때문에 반드시 빨리 치료해야 했다.
  • 현재 상황이 불분명했기에 무턱대고 윤상현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 임성준은 윤상현이 자신에게 연락하는 순간이 천지개벽이 일어날 때라는 걸 알았다.
  • ...
  • 다음 날.
  • 강진시 이가네 저택.
  • 허빈과 이호민은 아침 일찍 이씨 어르신을 찾았다.
  • 이호민은 어르신의 상태가 걱정되어서였고 허빈은 임성준과 이호민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꼴을 보러 온 것이었다.
  • 어제 임성준은 이씨 어르신의 중시를 받았고 심지어 구천희는 그를 신의라면서 떠받들었다. 만약 어르신이 낫지 않았다면 그들은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 “어르신, 어떠십니까?”
  • 이호민은 어르신을 보면서 기대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 “어젯밤엔 아주 잘 잤어! 임 선생님이 진짜 신의인가 보구나!”
  • 이씨 어르신은 무척이나 흥분한 얼굴로 감탄하며 말했다.
  • 평소였다면 오후부터 체온이 천천히 상승하고 저녁부터 체온이 떨어져야 했다. 그리고 밤 열 시부터 온몸에서 격렬한 통증이 느껴져야 했다. 마치 수만 마리의 개미가 그를 물어뜯는 듯한 고통에 이씨 어르신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만큼 괴로워야 했다.
  • 그러나 어제 임성준이 진단을 마친 뒤 체온을 재보니 일정했고 밤 열 시가 되어서도 평소처럼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씨 어르신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편히 잘 수 있었다. 그는 임성준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 이호민은 당연히 어르신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호민이 웃음거리가 되길 바랐던 허빈은 부랴부랴 그곳을 떠났다.
  • “정수호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임성준 씨가 신의라고 하더군요! 정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진짜였어요.”
  • 이호민은 감개하며 말했다.
  • “이건 정말 커다란 은혜야! 우리 이씨 집안은 이 은혜에 꼭 보답해야 한다.”
  • 이씨 어르신은 곧장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임성준 씨가 사례를 바라지는 않았니?”
  • 이호민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 “임성준 씨는 성격이 조금 특이하더군요. 다른 건 필요 없고 진씨 집안을 잘 보살펴 달라고 하더군요.”
  • 이씨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격이 특이하지. 임성준 씨가 물질적인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진짜로 주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야.”
  • 이호민은 그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어떤 걸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돈을 드릴까요?”
  • “안 돼!”
  • 이씨 어르신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 “돈을 주는 건 적합하지 않아. 임성준 씨는 다리가 성치 못하니 거동이 불편하지. 가서 차를 하나 선물로 드리거라. 걷는 걸 대신할 수 있게 말이야.”
  • 이민호는 눈앞이 환해졌다. 임성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차일 것이다. 또 차를 선물로 준다면 이씨 집안의 성의도 표할 수 있었다.
  • “네! 그럼 지금 당장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 이호민은 곧장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 했다.
  • “기억하거라. 좋은 차여야 한다!”
  • 이씨 어르신이 당부했다.
  • “알겠어요!”
  • 이호민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후.
  • 임성준은 카드를 들고 돈을 찾으러 가려 했다.
  • 지금 그는 일전 한 푼 없었는데 돈이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했다. 마치 지금의 그처럼 외출해서 택시를 타려는데 돈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휠체어를 타고 외출해 근처에 있는 은행에 가야 했다.
  • 임성준은 은행과 진유월이 일하는 곳이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진유월이 요구한 것이었다. 일하는 곳이 집과 가까워야 임성준을 보살피기 쉬웠기 때문이다.
  • 임성준은 삼십 분 동안 휠체어를 타서야 겨우 그곳에 도착했다.
  • “펑! 펑!”
  • 돌연 임성준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폭죽을 터뜨리는 듯한 소리였다.
  • 임성준은 미간을 살짝 구기면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 진유월이 일하는 곳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고 남녀 할 것 없이 전부 구경하고 있었다. 적어도 몇백 명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고 그중에 많은 사람이 콘페티를 터뜨리고 있었다.
  • 사람들 틈 사이로 흰색의 고급 양복을 입은 청년이 손에 장미를 들고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청년은 인물이 훤칠했고 흰색 양복까지 입고 있어 꽤 분위기 있어 보였다. 얼핏 보면 백마 탄 왕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 “조권용!”
  • 임성준은 미간을 구기며 차가운 어조로 서서히 그의 이름을 뱉었다.
  • 백마 탄 왕자 같은 청년은 다름 아닌 진유월에게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조권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