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말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임성준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직접 봐야 알 수 있었다.
...
강진시 이씨 저택.
강진시의 제일 큰 약재상으로 이씨 집안은 자금이 많았다.
이씨 집안은 땅을 사서 그 위에 저택을 지었고 그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저택 앞에는 거대한 인공 호수가 있었고 햇빛이 내리비치어 수면이 반짝였다.
차가 멈췄고 이호민은 임성준을 부축해 휠체어에 앉힌 뒤 저택 안으로 향했다.
“세 면에 물이 있으나 뒤에 억눌러줄 산이 없군요.”
임성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호민은 그의 말에 살짝 당황하더니 놀란 얼굴로 임성준을 바라보았다.
이씨 저택의 풍수를 위해 이호민이 큰돈을 들여 사람을 고용했었고 그들은 나침반이나 연역적 추론을 통해 자세히 탐측해서 이와 같은 결론을 얻었었다.
그런데 임성준은 한눈에 그것을 꿰뚫어 보았다.
“임성준 씨, 풍수도 아십니까?”
이호민은 놀라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곳저곳 많이 다니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임성준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손을 내저었다. 이호민은 더는 묻지 않았지만 이미 임성준을 달리 보고 있었다.
그들은 곧 저택의 뒤쪽에 도착했다.
“오늘 어르신을 만나러 온 손님이 있나요?”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이호민은 안에서 웃음소리를 듣고 하인에게 물었다.
“큰 도련님, 허빈 씨께서 오셨습니다.”
하인은 다급히 공손하게 대답했고 이호민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임성준의 휠체어를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노인이 상석에 앉아 있었고 아래에는 젊은이 한 명과 노인 한 명이 앉아있었다. 세 사람은 즐겁게 담화를 나누고 있었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보였다.
“어르신.”
이호민이 안으로 들어와 어르신께 인사를 건넸다.
“호민이 왔니?”
어르신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형님, 이분은 누구세요?”
이호민의 매부 허빈은 미간을 구기며 임성준에게 물었다.
“이분은 임성준 씨야. 어르신의 병을 보이려고 모셔 온 손님이야.”
이호민은 매부를 별로 반기지 않는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형님 장난치지 마세요. 다리도 성치 않은 것 같은데 어르신의 병을 보인다고요? 안 그러셔도 될 것 같네요. 제가 어르신을 위해 어렵게 성진에서 구희찬 선생님을 모셔 왔거든요.”
허빈은 우쭐한 얼굴로 말하더니 이내 정중한 태도로 그 노인을 바라봤다.
이호민은 그 말에 살짝 당황했다. 구희찬은 유명한 사람이었고 예전에 이호민도 그에게 연락해 보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허빈이 한발 앞설 줄은 몰랐다.
“휴, 허빈아, 그런 얘기하면 안 되지. 여기 온 사람들은 전부 손님이야. 얼른 앉거라!”
이씨 어르신은 덤덤히 웃어 보였다. 그는 겉보기에 자애로워 보였다.
“네!”
이호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성준은 자신이 직접 휠체어를 밀며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구희찬은 고개를 들어 임성준을 힐끗 보더니 관심이 없는 듯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조금 전 어르신을 진단해 보았는데 체내의 습열 때문인 듯합니다. 이런 체질은 몸이 허약해 쉽게 병을 앓아요. 어르신은 젊었을 적 사업을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았고 그로 인해 병이 쌓인 것입니다. 젊었을 때는 버틸 수 있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의 각종 기능이 떨어지게 되며 빈번히 병을 앓게 되는 것이죠.”
구찬희가 말을 마치자 허빈은 선망이 깃든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구 선생님, 역시 의학 업계의 대가다우시군요!”
허빈은 연신 그를 칭찬했다.
이호민은 미간을 약간 구기더니 임성준에게 물었다.
“임성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형님, 뭘 또 보십니까? 구 선생님께서 이미 진단하셨으니 처방만 내리면 되는걸요.”
허빈은 임성준을 힐끔 보면서 조롱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이호민은 불만스러웠지만 뭐라고 얘기하지는 않고 임성준을 바라보았다
임성준은 이씨 어르신을 잠깐 보았다가 시선을 거두고 눈을 감았다.
“하하! 구 선생님, 그냥 얘기해주시죠.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았습니까? 생로병사는 원래 자연스러운 이치 아닙니까?”
이씨 어르신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이 호쾌하게 웃어 보였다.
“제가 있으니 어르신께서는 안전할 겁니다. 여기 오기 전에 허빈 도련님이 제게 어르신의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약도 이미 챙겼죠.”
구천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덤덤히 말했고 곧이어 작은 박스 하나를 천천히 꺼냈다.
“어르신, 지금 복용하시면 됩니다.”
구천희는 박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요. 한 번 시험해봐야겠군요!”
이씨 어르신은 덤덤히 웃으며 손을 뻗었다.
“이건 무슨 약입니까?”
바로 그때 줄곧 말이 없던 임성준이 천천히 물었다.
“습열에 쓰이는 약이지.”
구천광은 같잖다는 눈빛으로 임성준을 힐끗 보았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자신과 고객을 빼앗으려 하다니, 참으로 우스웠다.
“죽고 싶으면 드세요.”
임성준의 이어진 말에 단약을 입 안에 넣으려던 이씨 어르신은 돌연 멈췄다.
“이 자식이! 그게 무슨 뜻이야?”
허빈은 테이블을 쾅 치며 일어서더니 임성준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임성준은 허빈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자네 그게 무슨 뜻인가? 난 어르신의 병을 진단했는데 자네는 어르신을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인가?”
구천희는 코웃음을 치더니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말했다.
“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임성준이 덤덤히 말했다.
“젊은이가 말은 쉽게 하지. 그럼 내 약이 무엇 때문에 어르신을 죽게 하는지 한 번 얘기해 보지 그래? 한의학에서는 시진, 문진, 청진, 타진이 기초가 되지. 자네는 진맥도 하지 않고 어르신의 상황 또한 묻지 않았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네가 어떻게 어르신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알 수 있단 말인가?”
구천희는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임성준을 보았다.
의학계에서 유명한 구천희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니까 말에요. 몸도 성치 않으면서, 왜 자신의 다리는 치료하지 않는대요? 그러면서 의사인 척하기는.”
허빈은 굉장히 불만에 차 있었고 모욕적인 언사를 뱉었다.
“오후에 체온이 오르는 건 오후의 오수조열병과 증상이 비슷하죠. 저녁 여덟 시 이전에는 체온이 서서히 내려가지만 열 시가 되면 온몸이 아프면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죠.”
임성준은 평온한 눈빛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헉!”
이씨 어르신은 고개를 번쩍 들어 임성준을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약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임성준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었다!
밤만 되면 고통스러워 이곳저곳 의사를 찾아다녔었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임성준 씨, 치료할 방법이 있을까요? 병을 치료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그 고통을 덜어주기만 해도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어르신은 흥분한 얼굴로 임성준을 보았다.
이씨 어르신의 반응에 허빈과 구천희는 전부 넋이 나갔다. 임성준이 정말 의술을 아는 것일까?
이호민은 갑자기 기가 살았다.
“한 번 해볼게요.”
임성준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래요! 임성준 씨, 제가 뭘 해야 합니까?”
이씨 어르신은 손바닥을 비비면서 다시금 물었다.
“이리로 와 제 앞에 앉으시죠.”
임성준은 자신의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겠어요.”
이씨 어르신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의자를 들고 와 임성준의 앞에 앉았다.
“어르신께 뭘 하려는 거야?”
허빈은 냉소를 흘리더니 임성준을 보며 말했다.
임성준이 손목을 한 번 돌리자 은침이 담긴 박스가 손에 나타났다. 허빈과 이호민 등은 임성준의 동작도 잘 보지 못했다.
“하, 침술? 침구학을 10년 동안 연구한 나도 쉽게 침을 놓지 못하는데. 그리고 어르신의 이 병은 침술로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