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더는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이미 질렸어! 아무도 날 이해 못해. 다들 나 비웃는다고. 난 그들의 눈에 웃음거리일 뿐이야!”
2년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감정이 오늘 완전히 폭발했다.
“나한테 시간을 좀 줘. 곧 모든 게 달라질 거야. 네가 원하는 건 뭐든 줄 수 있어.”
임성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우선 너부터 일어선 다음에 그런 말을 해.”
진유월은 눈물을 닦더니 몸을 돌려 먼 곳으로 달려갔다.
임성준은 서서히 시선을 거두더니 눈앞의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일어설 거야. 이제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
...
같은 시각, 강진시 어느 비즈니스 클럽.
“정 선생님, 저희 집 어르신의 병을 꼭 치료해주세요. 우리 이씨 집안이 의약 집안이라고는 하지만... 의사는 자신을 치료할 수 없다고 하죠. 어르신의 병은 보기 드문 난치병입니다. 저희에게는 방법이 없어요!”
이호민은 간절한 눈빛으로 정수호를 바라보았다.
“이 대표, 왜 날 찾았어? 강진시에 신의가 있는데 그분을 모시지 않고!”
정수호는 손을 저으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신의라고요? 강진시에요?”
이호민은 그 말에 살짝 당황하면서 뒤늦게 물었다.
“그래. 강진시 이 작은 도시에 이런 신의가 있을 줄은 몰랐네. 내가 급한 일 때문에 빨리 가봐야 하는 게 아니었다면 그분을 꼭 만났을 텐데 말이야.”
정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누굽니까? 신의가 누구죠?”
이호민은 다급히 몸을 바로 세우며 물었다.
“이 단약을 꺼낸 사람이지.”
정수호는 천천히 작은 박스를 꺼냈다. 그 안에는 으스러진 단약이 있었다.
“그건... 선생님께서는 모르십니다. 진씨 집안은 2년 전 어디서 바보 한 명을 데려왔어요. 그 바보는 진씨 집안의 진유월과 혼약이 있어서 진씨 집안에 머무르게 된 겁니다. 그 단약은 바로 그 바보가 준 거고요. 그런 자가... 어떻게 신의라는 말이죠?”
이호민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바보가 어떻게 신의란 말인가?
“이 단약이 뭘 대표하는지 알고 있나? 그자가 신의가 아니라고 해도 아마 신의와 아주 깊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야. 이 단약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없어. 난 여기까지 말하겠어. 이 대표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게.”
정수호는 말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켜 인사를 건넸다.
이호민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다.
“차 준비해 둬! 진씨 집안에 가봐야겠어.”
이호민은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
임성준은 강진 호수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손으로 휠체어를 밀면서 홀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은 진유월의 집에서 고작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그렇기에 진유월이 임성준을 여기에 홀로 내버려 둔 것이다.
“너 걔 2년 동안 보살폈어! 어느 방면으로 보나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임성준이 이제 막 정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안에서 오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아요.”
진유월의 고집스러운 목소리도 들려왔다.
“알긴 뭘 알아? 알면서 왜 못 떠나는 건데? 나 오희연, 절대 다리도 성치 않은 놈을 내 사위로 맞을 수 없어! 게다가 쟤는 집안 형편도 안 좋은 장애인이잖아!”
오희연은 한 손을 허리 위에 올리고 진유월을 향해 호통을 쳤다.
“꼭 성준이랑 결혼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전 그냥 성준이를 보살펴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저랑 혼약이 없었다고 해도 성준이가 장애를 가지게 된 건 전부 나라를 지키려다가 그런 거잖아요. 그 점만으로도 전 그를 보살펴야 해요.”
진유월의 태도는 무척 확고했다.
“지금 성준이는 두 다리를 다쳐서 혼자 생활하지 못해요. 성준이를 내쫓는다는 건 그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요! 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
진유월은 입술을 깨물면서 오희연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게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아? 이건 진씨 집안사람들, 그리고 어르신의 뜻이야! 걔 이미 우리 집안에 2년 동안 빌붙어 살았어. 우리가 뭘 돌려받길 원하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이젠 제정신으로 돌아왔으니까 반드시 당장 떠나야 해! 우리 진씨 집안이 2년 동안 보살펴줬는데 저놈이 저런 쓰레기 같은 물건을 선물로 꺼내서 체면을 구겼잖아. 차라리 안 줬으면 몰라!”
오희연은 말하면 말할수록 화가 났고 목소리도 커졌다.
“전 엄마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성준이 아직 밖에 있으니까 데리러 갈래요.”
진유월은 잠깐 침묵하다가 문을 향해 걸어갔다.
“탁!”
문을 여는 순간 진유월은 임성준과 눈이 마주쳤다.
“너...”
진유월은 잠깐 당황했다.
날카로운 감각을 지닌 임성준은 진유월이 자신을 보는 순간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임성준을 걱정하고 있었다.
“멍청한 놈이 무슨 낯짝으로 돌아온 거야? 네가 선물로 드린 게 독약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이씨 제약의 이호민 대표는 의약 가문이야. 그가 독약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어.”
오희연은 허리를 손에 올린 채로 임성준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그건 그 사람이 안목이 없다는 걸 뜻하죠.”
임성준은 오희연을 힐끗 보면서 덤덤히 얘기했다.
그러나 진유월은 그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이씨 제약이 강진시에서 얼마나 유명한지 잘 알고 있었다.
이호민까지 독약이라고 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임성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진유월의 눈동자에는 경악과 실망이 가득했다.
“난 그런 적 없어.”
임성준은 미간을 구겼다.
“쟤는 속이 시커멓다니까. 앞으로 나도 약을 먹여 죽이려 할지 몰라. 그러니까 지금 당장 쫓아내.”
오희연은 냉소를 흘렸다. 그녀는 임성준을 내쫓기 위해 진실을 덮고 거짓을 꾸몄다.
“이씨 제약의 판단이니 틀릴 리가 없잖아. 임성준, 진짜 실망이다. 할머니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 되지. 너 나가!”
진유월은 그 말을 한 뒤 이를 악물며 몸을 돌렸다.
“날 내쫓는 거야?”
임성준은 한숨을 쉬면서 진유월에게 물었다.
“네가 한 짓이 너무 실망스러워.”
진유월은 임성준에게서 몸을 돌린 채로 이를 악물었다.
오희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임성준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저 멍청이를 집에서 내쫓을 수 있겠어.’
“내가 강진시에 남길 원했던 건 전부 널 위해서였어. 지금 간다면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임성준은 진지한 어조로 진유월에게 말했다.
“가! 가라고!”
진유월은 임성준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몸을 떨고 있었다.
임성준이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2년간 함께 지내면서 감정이 생겼다. 그런데 임성준은 독약으로 그녀의 할머니를 죽일 생각이었다. 진유월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빵빵! 빵빵!”
바로 그때 먼 곳에서부터 경적이 울렸다.
흰색 벤틀리가 앞에, 그 뒤에 파나메라 두 대가 있었는데 차 세 대는 꽤 빠른 속도로 곧장 진씨 저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