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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신의?

  • “이거 놔!”
  • 진유월은 임성준의 손을 쳐냈고 다시 한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난 더는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이미 질렸어! 아무도 날 이해 못해. 다들 나 비웃는다고. 난 그들의 눈에 웃음거리일 뿐이야!”
  • 2년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감정이 오늘 완전히 폭발했다.
  • “나한테 시간을 좀 줘. 곧 모든 게 달라질 거야. 네가 원하는 건 뭐든 줄 수 있어.”
  • 임성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우선 너부터 일어선 다음에 그런 말을 해.”
  • 진유월은 눈물을 닦더니 몸을 돌려 먼 곳으로 달려갔다.
  • 임성준은 서서히 시선을 거두더니 눈앞의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 “난 일어설 거야. 이제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
  • ...
  • 같은 시각, 강진시 어느 비즈니스 클럽.
  • “정 선생님, 저희 집 어르신의 병을 꼭 치료해주세요. 우리 이씨 집안이 의약 집안이라고는 하지만... 의사는 자신을 치료할 수 없다고 하죠. 어르신의 병은 보기 드문 난치병입니다. 저희에게는 방법이 없어요!”
  • 이호민은 간절한 눈빛으로 정수호를 바라보았다.
  • “이 대표, 왜 날 찾았어? 강진시에 신의가 있는데 그분을 모시지 않고!”
  • 정수호는 손을 저으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 “신의라고요? 강진시에요?”
  • 이호민은 그 말에 살짝 당황하면서 뒤늦게 물었다.
  • “그래. 강진시 이 작은 도시에 이런 신의가 있을 줄은 몰랐네. 내가 급한 일 때문에 빨리 가봐야 하는 게 아니었다면 그분을 꼭 만났을 텐데 말이야.”
  • 정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 “누굽니까? 신의가 누구죠?”
  • 이호민은 다급히 몸을 바로 세우며 물었다.
  • “이 단약을 꺼낸 사람이지.”
  • 정수호는 천천히 작은 박스를 꺼냈다. 그 안에는 으스러진 단약이 있었다.
  • “그건... 선생님께서는 모르십니다. 진씨 집안은 2년 전 어디서 바보 한 명을 데려왔어요. 그 바보는 진씨 집안의 진유월과 혼약이 있어서 진씨 집안에 머무르게 된 겁니다. 그 단약은 바로 그 바보가 준 거고요. 그런 자가... 어떻게 신의라는 말이죠?”
  • 이호민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바보가 어떻게 신의란 말인가?
  • “이 단약이 뭘 대표하는지 알고 있나? 그자가 신의가 아니라고 해도 아마 신의와 아주 깊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야. 이 단약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없어. 난 여기까지 말하겠어. 이 대표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게.”
  • 정수호는 말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켜 인사를 건넸다.
  • 이호민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다.
  • “차 준비해 둬! 진씨 집안에 가봐야겠어.”
  • 이호민은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 ...
  • 임성준은 강진 호수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손으로 휠체어를 밀면서 홀로 집으로 돌아갔다.
  • 그곳은 진유월의 집에서 고작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그렇기에 진유월이 임성준을 여기에 홀로 내버려 둔 것이다.
  • “너 걔 2년 동안 보살폈어! 어느 방면으로 보나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 임성준이 이제 막 정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안에서 오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알아요.”
  • 진유월의 고집스러운 목소리도 들려왔다.
  • “알긴 뭘 알아? 알면서 왜 못 떠나는 건데? 나 오희연, 절대 다리도 성치 않은 놈을 내 사위로 맞을 수 없어! 게다가 쟤는 집안 형편도 안 좋은 장애인이잖아!”
  • 오희연은 한 손을 허리 위에 올리고 진유월을 향해 호통을 쳤다.
  • “꼭 성준이랑 결혼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전 그냥 성준이를 보살펴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저랑 혼약이 없었다고 해도 성준이가 장애를 가지게 된 건 전부 나라를 지키려다가 그런 거잖아요. 그 점만으로도 전 그를 보살펴야 해요.”
  • 진유월의 태도는 무척 확고했다.
  • “지금 성준이는 두 다리를 다쳐서 혼자 생활하지 못해요. 성준이를 내쫓는다는 건 그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요! 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
  • 진유월은 입술을 깨물면서 오희연의 요구를 거절했다.
  • “그게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아? 이건 진씨 집안사람들, 그리고 어르신의 뜻이야! 걔 이미 우리 집안에 2년 동안 빌붙어 살았어. 우리가 뭘 돌려받길 원하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이젠 제정신으로 돌아왔으니까 반드시 당장 떠나야 해! 우리 진씨 집안이 2년 동안 보살펴줬는데 저놈이 저런 쓰레기 같은 물건을 선물로 꺼내서 체면을 구겼잖아. 차라리 안 줬으면 몰라!”
  • 오희연은 말하면 말할수록 화가 났고 목소리도 커졌다.
  • “전 엄마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성준이 아직 밖에 있으니까 데리러 갈래요.”
  • 진유월은 잠깐 침묵하다가 문을 향해 걸어갔다.
  • “탁!”
  • 문을 여는 순간 진유월은 임성준과 눈이 마주쳤다.
  • “너...”
  • 진유월은 잠깐 당황했다.
  • 날카로운 감각을 지닌 임성준은 진유월이 자신을 보는 순간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임성준을 걱정하고 있었다.
  • “멍청한 놈이 무슨 낯짝으로 돌아온 거야? 네가 선물로 드린 게 독약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이씨 제약의 이호민 대표는 의약 가문이야. 그가 독약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어.”
  • 오희연은 허리를 손에 올린 채로 임성준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 “그건 그 사람이 안목이 없다는 걸 뜻하죠.”
  • 임성준은 오희연을 힐끗 보면서 덤덤히 얘기했다.
  • 그러나 진유월은 그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이씨 제약이 강진시에서 얼마나 유명한지 잘 알고 있었다.
  • 이호민까지 독약이라고 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 “임성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진유월의 눈동자에는 경악과 실망이 가득했다.
  • “난 그런 적 없어.”
  • 임성준은 미간을 구겼다.
  • “쟤는 속이 시커멓다니까. 앞으로 나도 약을 먹여 죽이려 할지 몰라. 그러니까 지금 당장 쫓아내.”
  • 오희연은 냉소를 흘렸다. 그녀는 임성준을 내쫓기 위해 진실을 덮고 거짓을 꾸몄다.
  • “이씨 제약의 판단이니 틀릴 리가 없잖아. 임성준, 진짜 실망이다. 할머니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 되지. 너 나가!”
  • 진유월은 그 말을 한 뒤 이를 악물며 몸을 돌렸다.
  • “날 내쫓는 거야?”
  • 임성준은 한숨을 쉬면서 진유월에게 물었다.
  • “네가 한 짓이 너무 실망스러워.”
  • 진유월은 임성준에게서 몸을 돌린 채로 이를 악물었다.
  • 오희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임성준을 바라보았다.
  • ‘드디어 저 멍청이를 집에서 내쫓을 수 있겠어.’
  • “내가 강진시에 남길 원했던 건 전부 널 위해서였어. 지금 간다면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 임성준은 진지한 어조로 진유월에게 말했다.
  • “가! 가라고!”
  • 진유월은 임성준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몸을 떨고 있었다.
  • 임성준이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2년간 함께 지내면서 감정이 생겼다. 그런데 임성준은 독약으로 그녀의 할머니를 죽일 생각이었다. 진유월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 “빵빵! 빵빵!”
  • 바로 그때 먼 곳에서부터 경적이 울렸다.
  • 흰색 벤틀리가 앞에, 그 뒤에 파나메라 두 대가 있었는데 차 세 대는 꽤 빠른 속도로 곧장 진씨 저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 “벌컥!”
  • 차 문이 열리자 열 명이 넘는 검은색 옷을 입은 경호원이 정연하게 차에서 내렸다.
  • “임성준 님, 임성준 님을 모시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