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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진씨 집안의 자랑

  • 연령은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 “전 제자를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 임성준은 무덤덤한 얼굴로 손을 저으며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 “그...”
  • 구천희는 조금 아쉬웠으나 감히 뭐라고 더 말하지는 못했다.
  • “구 선생님, 어르신의 맥을 짚어주세요. 다 나았는지 확인하게요!”
  • 허빈은 굉장히 불만스러워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 “진맥할 필요 없습니다. 임성준 씨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어르신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 구천희의 말에 허빈은 말문이 막혔다. 그들은 구천희가 한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 임성준도 치료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치료할 수 없다니! 그 말은 임성준이 의술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걸 보여줬다.
  • “임성준 씨, 제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군요.”
  • 이씨 어르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 “별것 아닙니다.”
  • 임성준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덤덤히 얘기했다.
  • “아직 완벽히 치료된 건 아닙니다. 이틀 뒤에 다시 한번 침을 놓아야 합니다.”
  • 임성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보탰다.
  • “그래요! 임성준 씨 말대로 해야겠군요!”
  • 이씨 어르신은 당연히 망설이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임성준의 말이라면 당연히 따를 것이다.
  • ...
  • 진씨 저택.
  • 이호민은 임성준을 직접 데려다주었고 감히 저택 안에 발도 못 들이고 진씨 저택을 떠났다.
  • 임성준은 진유월에게 떠밀려 방 안으로 들어갔고 진유월은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 “이씨 어르신의 병을 치료해주러 갔어.”
  • 임성준은 진유월에게 숨기는 게 없었다.
  • “하, 거짓말하지마. 임성준, 네가 사기꾼이란 걸 왜 예전에는 몰랐지?
  • 진유월은 전혀 믿지 않았다. 임성준이 의술을 할 줄 안다고?
  • 임성준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 “네가 정말 의사라면 왜 네 다리부터 고치지 않는 거야?”
  • 진유월은 임성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물었다.
  • “이제 곧 일어설 수 있어. 예전에 배신당해 몸 대부분을 쓸 수 없게 됐어. 그래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 임성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진유월을 보며 말했다.
  • “그런데 넌 이미 2년 동안 회복했잖아. 그거 알아? 난 2년 동안 수많은 의사를 찾아다녔어. 그런데 다들 네 다리는 가망이 없다고 했어.”
  • 진유월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임성준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 “알아.”
  • 임성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2년 동안 정신이 온전치 못했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진유월이 그를 위해 했던 일들은 그는 전부 보았고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 “됐어. 그만 얘기해. 이 대표님과 같은 사람을 친구로 뒀으니 그래도 능력은 있네.”
  • 진유월은 말을 마친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떠나려 했다.
  • 문가에 선 진유월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 “그거 알아? 사실 난 네가 줄곧 정신이 온전치 못하길 바랐어. 그래야 사람들이 비웃는 걸 들어도 슬퍼하지 않을 테니까. 또 그래야만 내가 널 진씨 집안에 남겨둘 수 있으니까.”
  • 진유월은 말을 마친 뒤 천천히 문을 열고 나갔다.
  • 임성준은 진유월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 “난 진씨 집안에 남을 거야. 그뿐만 아니라 네가 나로 인해 기를 폈으면 좋겠어. 그리고 진씨 집안이 너로 인해 번성하길 원해.”
  • 임성준의 눈빛은 결연했다.
  • “저 바보가 너한테 뭐라고 한 거야?”
  • 진유월이 방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성준은 밖에서 들려오는 오희연의 목소리를 들었다.
  • “지금은 바보 아니에요.”
  • 진유월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 “그래도 장애인이고 쓸모없는 놈이야! 어차피 쓸모없고 돈 한 푼 없는 놈인 건 마찬가지야!”
  • 오희연의 말에 진유월은 침묵했다.
  • “넌 아직도 네 할아버지 말을 믿니? 쟤가 엄청난 군사적 재능이 있다는 말을? 내가 물을게. 네 사촌 오빠 5년 동안 복무해서 받은 돈이 얼마야? 그런데 임성준은 뭐가 있어? 카드 한 장이 있던데 내가 조사해봤어. 그런데 그거 알아? 그건 이미 계약 해지된 카드야. 게다가 안에는 기껏해야 200만 원 밖에 넣지 못해. 네가 얘기해 봐. 저놈 어디가 좋은 거야? 쥐뿔도 없으면서 군에 복무한 점이 좋은 거야?”
  • 오희연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임성준이 듣든 말든 상관없었다.
  •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얼른 쉬세요. 저 내일 일하러 가야 해요.”
  • 진유월의 한 마디에 드디어 대화가 끝이 났다.
  • 방 안에 있던 임성준은 천천히 자신의 박스를 꺼냈다. 아주 간단하고 특별한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박스였다.
  • “탁!”
  • 카드 한 장이 임성준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임성준은 힘겹게 허리를 숙여 그것을 주운 뒤 손에 놓고 보았다.
  • 카드는 아주 평범했지만 지금의 카드에 비해 조금 두꺼웠다. 이런 낡은 카드는 발행된 지 꽤 오래된 것이라 새것으로 대체된 지 오래였다.
  • “하지만 어떤 물건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법이지...”
  • 임성준은 혼잣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카드의 변두리를 서서히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 “쓱!”
  • 바닥에 버려도 아무도 줍지 않을 것 같은 카드 겉면이 한층 벗겨졌다.
  • 바로 그때, 카드가 참모습을 드러냈다.
  • 검은색 광택이 은은하게 도는 것이 아주 값비싸 보였다. 변두리에는 구불구불한 금빛 테두리가 마치 금색의 용처럼 카드 전체를 두르고 있었고 카드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흑요석이 눈 부신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 블랙 카드.
  • 전 세계 한정판으로 백 장도 되지 않는 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