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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 여자의 집으로 가다

  • 강서서는 얼떨떨해졌고,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이승문은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눈치를 주었다.
  • 아기님이 강서서를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 만약 이를 계기로 강서서가 그와 친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 강서서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다시 안고 일어섰다.
  • 이 작은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두 손으로 더 꼭 껴안고 두 눈을 반짝거렸다.
  • 강서서는 기쁜 마음에 그를 안고 밖으로 향했다.
  • 그리고 밖에 나와서야 웃으면서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 “꼬마야, 아까는 나 대신 화풀이 해줘서 고마웠어.”
  • “천만에요. 못 된 여자일 뿐인데요. 아빠 주변에 하도 많아서 이제 익숙해요.”
  • 아기님은 귀여운 목소리로, 하지만 압도적인 기세로 대답했다.
  • 그는 마치 애늙은이처럼 보였다.
  • 강서서는 이 말을 듣고 우스운지 말했다.
  • “네가 겨우 몇 살이라고 벌써 익숙해졌어.”
  • 아기님은 한숨을 폭 내쉬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어쩔 수 없죠. 전부 아빠가 너무 잘생긴 탓이죠. 여자들은 파리 떼처럼 온종일 아빠 곁에서 맴돌고 있어 너무 짜증 나요. 하지만 이모는 달라요. 이모는 예쁘고 착해서 저는 이모가 좋아요. 그래서 제가 이모를 키울 계획이에요!”
  • 강서서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잘 못 들은 줄 알고, 다리가 휘청거릴 뻔했다.
  • 그녀는 4~5살 된 꼬마한테서 자신을 키워준다는 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강서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속으로 그가 키운다는 뜻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내뱉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사람을 보낸 후 다시 일하러 돌아가려고 했다.
  • 그러나 아기님은 잔뜩 기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은 묵인한다는 뜻이죠?”
  • 강서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며 대답했다.
  • “그래, 동의해.”
  • “진짜요? 잘됐네요. 그럼 나중에 저랑 집에 같이 가요.”
  • 아기님은 너무 행복한 나머지 입꼬리가 승천할 지경이었고, 뽀얗고 부드러운 얼굴은 그 웃음으로 인해 핑크빛이 맴돌아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웠다.
  • 보는 이로 하여금 뽀뽀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 하지만 강서서는 꾹 참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 “집에 가? 집까지 가는 건 아니지 않아…?”
  • 아기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이모는 내가 당신을 키운다는 데에 대해 이미 동의했어요. 설마 지금 번복하는 거예요? 아빠는 거짓말하면 코가 자란다고 말했어요!”
  • 강서서는 그제야 이 꼬마가 진심이었고 전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 하지만 그녀는 이것은 너무 특이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 그녀는 이렇게 어린 꼬마한테서 “키운다”라는 단어 자체를 꺼낼 수 있다는 점에 놀라울 따름이다.
  • 허 씨 가족은 대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그녀는 궁금해했다.
  • 대화 중, 그들은 이미 일 층에 도착했다.
  • 입구에는 초호화 롤스로이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 경호원은 허리를 굽혀 차 문을 열었지만, 아기님은 여전히 강서서한테 매달려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 강서서는 그의 눈빛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고, 그녀는 급히 말했다.
  • “꼬마야,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는 게 어때? 이모는 다시 일을 해야 한다고, 너 얼른 집에 가. 그리고 나를 키우는 문제는…. 음…. 우리 나중에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
  • “아니, 이모는 이미 저에게 약속했으니까 번복할 수 없어요.”
  • 아기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 강서서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거 같았다. 그녀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은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 인제 와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를 속인 것으로 되고, 동의하자고 하니…. 겨우 몇 살밖에 안 된 아이한테 짐승 같은 짓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마침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꼬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
  • “혹시 우리 집에 가기 싫은 거에요?”
  • 강서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허 씨 가문은 부잣집 가문이라 규제가 엄청 많을 거야.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인데, 내가 진짜 따라가면 사기꾼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니, 절대 동의할 수 없어.”
  • 아기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일리가 있는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좋아요. 우리 집 안 가도 돼요. 그럼 이모네 집으로 가요.”
  • “쿨럭쿨럭….”
  • 강서서는 사레가 걸린 듯 기침을 했다.
  • 결국, 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 “이것도 안 돼?”
  • 아기님은 토라져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강서서를 바라보았다.
  • “이모, 나 안 좋아해요?”
  • 이 모습을 바라보는 강서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았다.
  • 그녀는 그를 싫어 할 수가 없었다.
  • 새빨간 입술에 하얀 이빨이 돋보이고, 귀여우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미소를 짓기만 해도 마음이 녹아내리는 거 같았다.
  • 결국, 눈 깜짝할 사이에, 강서서는 두손 두발을 다 들고 허락했다.
  • “좋아, 우리 집으로 데려갈 테니, 이젠 울지 마.”
  • 그녀는 말을 마치고 바로 아기님을 안고 뒷좌석에 올라탔다.
  • 아기님은 강서서의 품에 숨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 ……
  • 이때, 허 씨 그룹 사장실.
  • 허지신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재무제표를 보고 있었다.
  • 가연 실장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와서 책상 위에 놓고 보고를 올렸다.
  • “사장님, 방금 작은 도련님의 경호원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오늘 도련님이 비욘드 컴퍼니에 가서 소란을 일으켰다고 하네요.”
  • 허지신은 몸을 꼿꼿이 세운 채 똑바로 앉아, 고개도 들지 않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 “소란을 일으키고 싶으면 일으키라고 해. 또다시 토라지지만 않으면 돼. 만약 상대방 회사에서 손해를 입었다면 물어 주면 그만.”
  • 가연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손해를 입히진 않았지만…. 어떤 여자가 도련님을 집으로 데려갔다고 하네요.”
  • “여자?”
  • 허지신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고, 잘생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 “어떤 여자?”
  • “비욘드 컴퍼니의 여직원인 거 같았어요. 작은 도련님은 그녀를 보자마자 맘에 들었는지, 그녀의 품에 안겨 떠나질 않는다고 하네요. 게다가 그녀한테 매달려 그녀를 키우겠다고 했대요.”
  • 가연은 약간 곤란하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 허지신은 이 말을 듣고, 짐작이 간다는 듯이 얼굴을 굳혔다.
  • “지범이에게 다음부터 신이한테 이런 엉망진창인 단어를 다시 가르쳐 준다면, 아프리카로 발령 보내 평생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고 전해.”
  • “네.”
  • 가연은 서둘러 대답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럼, 사람을 보내서 작은 도련님을 픽업해 올까요?”
  • 허지신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고 말했다.
  • “평소에 삐지기만 하면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잖아. 내가 갈게. 주소!”
  • 가연은 서둘러 주소를 댔다.
  • 허지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 키를 잡고 일어나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