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사람 있는 거야? 누군데? 뭐 하는 사람이야? 어느 가문 아가씨야? 나이는? 예뻐? 부모님은 뭐하신데?”
질문 보따리가 쏟아졌고 허지신은 머리가 찌끈찌끈 해났다.
“엄마, 우선 진정 좀 하세요.”
“그래, 진정 좀 하고, 아니야 근데…빨리 자세히 말해봐!”
허 사모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큰아들이 결혼할 수도 있다는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 큰아들은 여자를 싫어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늘 피해 왔었다.
전에 선 자리도 여러 번 주선했지만 늘 나가지 않고 자신을 속여왔다.
그래서 혹시 게이는 아닐까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집을 비운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한다.
허지신은 자세히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이렇게 들들 볶아대시니 그 성화에 못 이겨 방 안으로 모신 뒤 대충 설명해 드렸다.
“우선, 결혼할 사람 없어요! 만일이에요, 만약, 지범이가 혼자 아무 말이나 하는 거에요. 그리고 아들이 좋아서 따라다니는 여자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지금 만나는 중이긴 한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그 말을 들은 두 어르신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
“너는? 너도 그 여자가 좋아?”
허지신은 미간을 좁혔다. 그에게 좋아한다는 그 단어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꽤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싫지는 않아요.”
“그럼 좋아하는 거지 뭐!”
허지범이 옆에서 말했다.
그러자 허지신이 그를 노려봤다.
그나마 아버지는 차분하게 물었다.
“믿을 만한 여자냐? 안 지는 얼마나 됐어?”
“몇… 달정도요?”
잠시 머뭇거리다 허지신이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인상을 쓰면서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몇 달 정도밖에 알고 지내지 않은 사람한테 우리 귀한 손자를 맡기다니! 혹시 딴마음이라도 품으면 어쩌려고! 몇 년 전 있었던 일은 잊어버린 거야? 우리 귀한 손자가 다시 한번 다치는 날에는 내가 너 용서 안 해!”
허 사모님도 말했다.
“맞아, 지신아, 네가 여자를 만나는 건 너무도 좋은 일인데 아직 우리한테 소개도 하지 않고 바로 우리 손자를 그 여자 손에 맡긴 건 너무 이른 것 같구나. 얼른 데려오자. 그리고 날 잡아서 그 여자도 우리한테 소개해주렴.”
허지신은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벌써 부모님께 소개라니? 방금 그렇게 설명해 드렸는데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허지범은 지신의 표정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하고 슬쩍 말을 돌렸다.
“아버지, 어머니, 오늘은 일단 일찍 쉬세요. 우리 형 안목 아시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귀한 조카가 그 여자 집에 있지만 경호원들도 곁에 있을 것이고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그리고 형 빨리 장가가기를 바라셨잖아요! 형도 여자한테 관심 없고 우리 조카도 여자들 잘 따르지도 않았는데 이 두 남자가 괜찮게 생각하는 여자가 나타났는데 혹시 도망이라도 가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 형 평생 혼자 살게 하시려고요? 아니면 남자랑…”
“그래도…”
하지만 두 어르신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허지범이 말을 가로챘다.
“걱정 마세요, 형이 말했잖아요,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아마도 제가 전에 잘못 들었었나 봐요, 결혼은 제가 지어낸 말이고요. 우리 귀한 조카 오늘 밤만 거기서 재우고 내일 아침 저랑 형이 가서 데려올게요. 시간도 늦었는데 일찍 쉬세요. 두분.”
그리고 그는 방 밖으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시면서 말했다.
“이놈, 몇 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밀어내다니.”
“그러게 말이야, 엉덩이 붙인 지 일 분도 안됐어!”
허 사모님도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
허지범이 말했다.
“귀한 손자 보러오신 거 알아요. 저희는 안중에도 없으시죠? 괜찮아요! 그러니깐 얼른 돌아가서 쉬세요! 기사님 밖에서 기다리세요.”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 등 떠밀려 두 어르신은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두 분을 돌려 보낸 뒤 허지범은 으쓱해서 하면서 형에게 걸어가 말했다.
“형, 어때? 방금 나 좀 멋있었지?”
“그래.”
허지신은 그를 칭찬했다.
허지범은 손을 한번 털고는 아이처럼 기뻐하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이렇게 착한 일 했으니 나한테만 말해봐. 그분 누구야? 나 어제 궁금해서 한숨도 못 잤다고!”
허지신은 동생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서재에 결제 해야 할 문서만 산더미야, 잠 안 오면 그거나 보고 있어.”
허지신은 순간 표정이 굳으면서 투덜거렸다.
“왜 안 알려주는 건데! 알려주면 닳아? 앞으로 내 도움 많이 필요할걸?”
허지신이 말했다.
“예를 들면?”
허지범은 잘난 체 하면서 말했다.
“예를 들어서 부모님을 설득한다거나! 지금은 내가 두 분 잠잠하게 만들었지만 두고 봐, 좀만 지나면 아마 그 여자가 누군지 궁금해하실걸, 그러면 뒷조사 시킬 거고 조사가 끝나면 이제 그분을 귀찮게 굴겠지. 그때가 되면 이 동생님이 필요할 거란 말이지, 내가 나서서 두 분 설득하는 거야, 그러니깐… 누군지만 알려줘, 형!”
하지만 허지신은 전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안되면 너 먼저 장가보내면 되고, 그러면 부모님께서 나는 신경 쓰지 않으실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