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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결혼할 사람이 생기다

  • 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은 순간 얼어붙었다.
  • “여자라고?”
  • 허지범이 가장 먼저 정신이 돌아왔고 흥분하면서 말했다.
  • “형형형…혹시 전에 말한 그분이야?”
  • “누구?”
  • 두 어르신은 바로 작은아들 지범 이를 보면서 물었다.
  • 허지범은 신이 나서 대답했다.
  • “여자예요, 형이 전에 아마 결혼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분인가 봐요.”
  • “결혼?”
  • 두 어르신도 그제야 상황파악이 되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 “결혼할 사람 있는 거야? 누군데? 뭐 하는 사람이야? 어느 가문 아가씨야? 나이는? 예뻐? 부모님은 뭐하신데?”
  • 질문 보따리가 쏟아졌고 허지신은 머리가 찌끈찌끈 해났다.
  • “엄마, 우선 진정 좀 하세요.”
  • “그래, 진정 좀 하고, 아니야 근데…빨리 자세히 말해봐!”
  • 허 사모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큰아들이 결혼할 수도 있다는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 큰아들은 여자를 싫어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늘 피해 왔었다.
  • 전에 선 자리도 여러 번 주선했지만 늘 나가지 않고 자신을 속여왔다.
  • 그래서 혹시 게이는 아닐까 걱정도 했었다.
  • 그런데 집을 비운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한다.
  • 허지신은 자세히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이렇게 들들 볶아대시니 그 성화에 못 이겨 방 안으로 모신 뒤 대충 설명해 드렸다.
  • “우선, 결혼할 사람 없어요! 만일이에요, 만약, 지범이가 혼자 아무 말이나 하는 거에요. 그리고 아들이 좋아서 따라다니는 여자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지금 만나는 중이긴 한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 그 말을 들은 두 어르신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
  • “너는? 너도 그 여자가 좋아?”
  • 허지신은 미간을 좁혔다. 그에게 좋아한다는 그 단어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꽤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 “싫지는 않아요.”
  • “그럼 좋아하는 거지 뭐!”
  • 허지범이 옆에서 말했다.
  • 그러자 허지신이 그를 노려봤다.
  • 그나마 아버지는 차분하게 물었다.
  • “믿을 만한 여자냐? 안 지는 얼마나 됐어?”
  • “몇… 달정도요?”
  • 잠시 머뭇거리다 허지신이 대답했다.
  • 그러자 아버지는 인상을 쓰면서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 “몇 달 정도밖에 알고 지내지 않은 사람한테 우리 귀한 손자를 맡기다니! 혹시 딴마음이라도 품으면 어쩌려고! 몇 년 전 있었던 일은 잊어버린 거야? 우리 귀한 손자가 다시 한번 다치는 날에는 내가 너 용서 안 해!”
  • 허 사모님도 말했다.
  • “맞아, 지신아, 네가 여자를 만나는 건 너무도 좋은 일인데 아직 우리한테 소개도 하지 않고 바로 우리 손자를 그 여자 손에 맡긴 건 너무 이른 것 같구나. 얼른 데려오자. 그리고 날 잡아서 그 여자도 우리한테 소개해주렴.”
  • 허지신은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 벌써 부모님께 소개라니? 방금 그렇게 설명해 드렸는데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 허지범은 지신의 표정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하고 슬쩍 말을 돌렸다.
  • “아버지, 어머니, 오늘은 일단 일찍 쉬세요. 우리 형 안목 아시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귀한 조카가 그 여자 집에 있지만 경호원들도 곁에 있을 것이고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그리고 형 빨리 장가가기를 바라셨잖아요! 형도 여자한테 관심 없고 우리 조카도 여자들 잘 따르지도 않았는데 이 두 남자가 괜찮게 생각하는 여자가 나타났는데 혹시 도망이라도 가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 형 평생 혼자 살게 하시려고요? 아니면 남자랑…”
  • “그래도…”
  • 하지만 두 어르신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 허지범이 말을 가로챘다.
  • “걱정 마세요, 형이 말했잖아요,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아마도 제가 전에 잘못 들었었나 봐요, 결혼은 제가 지어낸 말이고요. 우리 귀한 조카 오늘 밤만 거기서 재우고 내일 아침 저랑 형이 가서 데려올게요. 시간도 늦었는데 일찍 쉬세요. 두분.”
  • 그리고 그는 방 밖으로 밀어버렸다.
  • 그러자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시면서 말했다.
  • “이놈, 몇 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밀어내다니.”
  • “그러게 말이야, 엉덩이 붙인 지 일 분도 안됐어!”
  • 허 사모님도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
  • 허지범이 말했다.
  • “귀한 손자 보러오신 거 알아요. 저희는 안중에도 없으시죠? 괜찮아요! 그러니깐 얼른 돌아가서 쉬세요! 기사님 밖에서 기다리세요.”
  •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 등 떠밀려 두 어르신은 차에 올라탔다.
  • 그렇게 두 분을 돌려 보낸 뒤 허지범은 으쓱해서 하면서 형에게 걸어가 말했다.
  • “형, 어때? 방금 나 좀 멋있었지?”
  • “그래.”
  • 허지신은 그를 칭찬했다.
  • 허지범은 손을 한번 털고는 아이처럼 기뻐하면서 말했다.
  • “그럼 내가 이렇게 착한 일 했으니 나한테만 말해봐. 그분 누구야? 나 어제 궁금해서 한숨도 못 잤다고!”
  • 허지신은 동생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 “서재에 결제 해야 할 문서만 산더미야, 잠 안 오면 그거나 보고 있어.”
  • 허지신은 순간 표정이 굳으면서 투덜거렸다.
  • “왜 안 알려주는 건데! 알려주면 닳아? 앞으로 내 도움 많이 필요할걸?”
  • 허지신이 말했다.
  • “예를 들면?”
  • 허지범은 잘난 체 하면서 말했다.
  • “예를 들어서 부모님을 설득한다거나! 지금은 내가 두 분 잠잠하게 만들었지만 두고 봐, 좀만 지나면 아마 그 여자가 누군지 궁금해하실걸, 그러면 뒷조사 시킬 거고 조사가 끝나면 이제 그분을 귀찮게 굴겠지. 그때가 되면 이 동생님이 필요할 거란 말이지, 내가 나서서 두 분 설득하는 거야, 그러니깐… 누군지만 알려줘, 형!”
  • 하지만 허지신은 전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안되면 너 먼저 장가보내면 되고, 그러면 부모님께서 나는 신경 쓰지 않으실지도.”
  • “헐!”
  • 허지범은 펄쩍 뛰면서 허지신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 “형! 양심 없어? 나 혹시 친동생 아니야?”
  • “당연히 친동생이지.”
  • 허지신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슬쩍 웃으며 말했다.
  • “지금도 누군지 궁금해?”
  • 허지범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아니, 안 궁금해.”
  • 훗, 내가 알아보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