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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웬 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 다음 날 아침, 강서서와 신이가 막 잠에서 깰 때 허지신이 왔다.
  • 맞춤 정장을 입은 그는 옷이 몸에 딱 달라붙어 있었고 귀티가 줄줄 흘렀다. 얼굴은 조각해 놓은 것처럼 잘생겼다. 그리고 남자다운 눈빛까지, 눈을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 강서서도 그를 보고 순간 멍해졌다.
  • 한참을 보다 그제야 정신이 들어 말했다.
  • “지신 씨, 이렇게 일찍 무슨 일로?”
  • 허지신은 왠지 기쁜 일이 있는 것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 “아침 사 왔어요.”
  • 그는 주머니를 그녀에게 흔들어 보였다.
  • 강서서는 그 주머니를 받아 들면서 말했다.
  • “우선 여기 앉아 계세요, 제가 그릇에 담아 올게요.”
  • 허지신은 성큼성큼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 마침 신이가 눈을 비비면서 잠이 덜 깬 채로 방에서 걸어 나왔다. 까치 집이 잡힌 머리는 너무도 귀여웠다.
  • 아빠를 보고도 신이는 바로 강서서에게 안기면서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 “안아 줘.”
  • 강서서는 웃으면서 신이를 안아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 접시를 들고 걸어 나왔다.
  • 허지신은 바로 일어나 접시를 받아 들면서 아들을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 “서서 씨, 그렇게 안아 주지 않으셔도 돼요.”
  • 강서서는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 “괜찮아요, 말도 잘 듣고 가벼워서 괜찮아요!”
  • 신이는 아빠한테 흥 하고는 다시 강서서 품에 안겼다.
  • 강서서는 웃었고 신이를 다리 위에 앉히고는 달래면서 말했다.
  • “먹고 싶은 거 말해, 이모가 집어 줄게.”
  • 신이는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 “우유 줘.”
  • 강서서는 신이에게 우유를 건네주었다.
  • 그렇게 마침 그녀의 옆모습이 지신에게 비쳤다.
  • 살짝 올라간 입꼬리, 높은 콧대, 그려놓은 것 같은 눈썹까지 너무도 아름다웠다.
  • 피부는 꼭 신이 피부와 같아서 생얼임에도 불구하고 청순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셔츠는 너무도 평범한 베이지색 셔츠였지만 몸매 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 허지신은 넋을 잃고 그런 그녀를 쳐다봤고 마치 그녀에게로 빨려서 들어가는 것 같았다.
  • 강서서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 그리고 둘은 눈이 마주쳤고 허지신은 황급히 시선을 돌리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 “왜요?”
  • “아, 아니에요.”
  • 강서서는 고개를 돌렸지만,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착각인가?
  • 분명 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 20분 뒤, 강서서와 신이는 식사를 다 하고 지신과 함께 집 문을 나섰다.
  • 허지신은 강서서를 회사 근처까지 바래다줬다.
  • 차에서 내리기 전 허지신이 갑자기 말했다.
  • “아, 서서 씨, 오늘은 신세 안 져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오셔서 많이 보고 싶어 하시거든요.”
  • 강서서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대답했다.
  •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 신이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 “나 서서 이모랑 있을래!”
  • 허지신은 못 들은 척 하고 계속 그녀에게 말했다.
  • “혹시 신이가 보고 싶으시면 전에 드린 번호로 전화하시면 돼요.”
  • “알겠습니다.”
  • 강서서는 아쉬웠지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신이에게 뽀뽀하고 인사한 다음 회사로 향했다.
  • 마침 출근 피크타임이라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이 많았고 강서서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 그리고 부서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무엇인가 열심히 토론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녀를 보자 하림은 그녀를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 “서서 씨, 큰일 났어요!”
  • “무슨 일인데요?”
  • 강서서는 깜짝 놀랐다.
  • 하림은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 “이거요…”
  • 강서서는 핸드폰을 봤다. 사내 커뮤니티 페이지였다.
  • 위에는 비욘드컴퍼니 대기업 인수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 강서서는 깜짝 놀라 하면서 물었다.
  • “이거 언제 올라온 거에요?”
  • 하림이 말했다.
  • “오늘 아침에요, 소문에 그 대기업은 남 씨 기업이라는 것 같더라고요.”
  • 강서서는 표정이 굳으면서 말했다.
  • “무슨 남 씨 기업이요?”
  • 하림은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다 말했다.
  • “무슨 남 씨 기업이라뇨? J시티에 남 씨 그룹이 하나밖에 더 있어요? 몰라요?”
  • 강서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표정이 굳었다.
  • 모르다니? 그녀가 어떻게 모를까!
  • 너무 잘 알아서 다시 확인한 것이다.
  • 단지 5년 만에 이 이름을 이렇게 다시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동료들도 그녀에게 말했다.
  • “서서 씨,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남 씨 기업 큰 도련님 소문난 미남이잖아! 후덜덜한 기품에 얼마나 많은 여자가 가슴앓이를 한다고!”
  • “맞아 맞아, J시티 엘리트 랭킹 9위 아니야! 비즈니스 칼럼에도 자주 등장하시는 그분! 몰라요?”
  • “그러면 뭐? 이미 약혼자가 있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그 약혼자도 서서 씨랑 같은 강 씨던데, 강청청이라고 하던가? 서서 씨 친척 아니에요?”
  • “하하하…”
  •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지만, 서서는 웃을 수가 없었다.
  • 맞다, 가족이다.
  • 지금 이 상황이 바로 웬 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거 맞겠지?
  • 5년 전 그 사건 이후, 그녀는 가족들과 완전히 인연을 끊었다. 그리고 평생 다시는 보지 않으려고 했다.
  •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마주치게 되다니.
  • 강서서는 머리가 복잡했다.
  • 하림은 그녀의 낯빛이 안 좋아지자 걱정하면서 물었다.
  • “왜 그래요 서서 씨?”
  • “아무것도 아니에요.”
  • 강서서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가방을 놓고 바로 탕비실로 가서 커피를 마시려고 했다.
  • 그런데 탕비실 입구에 막 도착했을 때 맞은 편에서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 그중 두 명은 안예비 부장과 이승문 대표였다, 그 둘 중간에는 남녀가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
  • 남자는 그레이 정장에 깔끔하게 차려입고 기품있게 걸었고 누구나 반할 것 같은 외모를 가졌다.
  • 그의 옆에 있는 여자는 세련된 레드 드레스를 입었다. 그 드레스는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고 10센치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도도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 그 두 남녀를 본 강서서는 화가 치밀었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 바로 남군호와 강청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