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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새로 기획하다

  • 누구의 걸작인지 안 봐도 뻔했다.
  • 단지 수단이 너무 비열할 뿐이었다.
  • 강서서는 눈살을 찌푸린 후, 그냥 이 상황을 받아 들였고, 딱히 짜증 내지는 않았다.
  • 오히려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 이렇게 되면 그녀는 신이의 생일 파티를 전담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녀는 신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하는 물건을 전부 그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따라서 그녀는 신이를 위해 평생 잊을 수 없는 생일 파티를 기획해주고 싶었다.
  • 자료가 없어졌다면 다시 찾으면 그뿐이다.
  • 기획안이 훼손되었다면 새로 만들면 된다.
  • 그녀는 신이에게 유일무이한 생일 파티를 기획해주기로 했다.
  • 하림은 강서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갈기갈기 찢긴 기획안을 발견하고는 바로 불평했다.
  • “안예비는 업무능력 외에는 진짜 배울 점이 일도 없어. 속도 어찌나 쪼잔한지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 “그러게. 자기가 입이 가볍게 작은 도련님을 잡종이라고 욕한 탓이지. 결국, 이런 상황까지 가기에는 모두 자초한 것이지.”
  • “게다가, 이 기획안에는 우리의 노력도 담겨 있는데, 어쩜 눈 하나 깜빡이지 많고 이렇게 망치다니.”
  • 다른 사람도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태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 강서서는 서둘러 위로했다.
  •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자료가 훼손되면 다시 만들면 되죠. 제가 이미 확인했던 자료라서 70% 이상은 빠르게 복구가 가능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원래 기획안을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사실 요 며칠 신이…. 허 도련님이랑 접하면서 원래 기획안의 일부 세부 사항을 적당하게 수정을 진행한다면, 더욱 완벽한 생일 파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다들 저와 함께할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 “이건 쓸데없는 소리잖아. 자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너랑 함께할 거야. 이제는 담당자는 너라고, 우리의 업무는 너를 도와주는 것이야.”
  • 하림은 웃으면서 농담했지만, 함께 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 다른 사람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 “서서 씨, 우리 다음 달 보너스는 당신한테 달렸어요.”
  • “저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방이 있었다고요, 잘 부탁드려요.”
  • “저는 프러포즈용 결혼반지를 사야 해요. 저의 행복한 남은 인생은 당신에게 달렸어요.”
  • 사람이 옆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던 강서서는 마음이 많이 풀렸고 의욕도 넘쳐나기 시작했다.
  • ……
  • 이때 기획부 매니저 사무실, 안예비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가득했고, 마치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도록 하였다.
  •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예 실장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 안예비는 화가 나서 이를 갈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으로 책상 위의 서류를 전부 바닥으로 쓸어버리고 말했다.
  • “강서서, 이 나쁜 년! 감히…. 감히 내 프로젝트를 빼앗다니!”
  • 그녀는 프로젝트 초반에 많은 심혈을 쏟아부었다. 만약 이를 성사 시킬 수 있다면, 회사에서 우수사원을 뽑을 때 그녀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 그리고 나면, 그녀는 해외 연수를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그 이후로 사업은 승승장구할 것이었다.
  •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서, 그녀는 강서서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그녀는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 비록 예 실장은 한마디도 안 했지만, 본인의 말실수로 이 지경까지 온 거라고 속으로 조용히 투덜댔다.
  • 가만히 있던 예 실장을 본 안예비는 부아가 치밀었다.
  • “너 죽었니? 평소에 그 누구보다 비겁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내는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히려 벙어리가 되어 있네?”
  • 꾸중을 듣게 된 예 실장은 낯이 뜨거웠지만, 속으로 불만을 삼키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 “매니저님이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어요! 그녀는 이제 갓 입사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인턴이에요. 매니저님은 진짜 그녀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허 도련님의 생일 파티가 얼마나 큰 스케일인지 알잖아요. 만에 하나라도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할 거에요. 그나저나, 그녀가 진짜 잘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저희가 약간만 손을 대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그녀를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망칠 수 있죠. 대체 왜 여기서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 이 말을 들은 안예비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예 실장이 말한 내용을 곱씹기 시작했다.
  • 한참이 지난 후, 그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허 씨 가문의 어르신 부부는 작은 도련님을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며, 그의 생일 파티에 어떠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때문에, 강서서가 조그마한 실수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참혹한 말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이를 떠올리자, 먹구름이 내려앉았던 안예비의 마음은 한순간에 풀렸다. 그녀의 얼굴은 고소함으로 가득 찼다.
  • “그래, 내가 너무 흥분했어. 네 말이 맞아. 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강서서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돼.”
  • 두 사람은 꿍꿍이가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무실 밖, 강서서는 이미 업무에 파묻힌 채 바삐 움직였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 다른 사람은 짐을 챙기면서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강서서는 그럴 기미가 없었다.
  • 하림이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
  • “서서, 조금 있다 같이 영화 보러 갈래?”
  • 강서서는 고개도 들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 “다음에 가자. 아직 정리해야 할 자료가 남았어.”
  • 하림은 그녀를 툭툭 건드렸다.
  • “네가 워커 홀릭의 기질을 타고날 줄은 몰랐네. 이제 첫날이야.”
  • 강서서는 웃으면서 설명했다.
  • “그건 아니고, 이 자료를 마무리하고 싶어서 그래. 몇 페이지 안 남았으니깐 금방 할 거야.”
  • “알았어. 너도 일찍 들어가. 우린 간다. 내일 봐.”
  • “내일 봐.”
  • 하림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강서서는 다시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어느덧 사무실에 있던 사람이 모두 떠나고, 하늘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8시쯤, 강서서는 무언가를 잊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그녀가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 강서서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낯선 숫자가 떠 있었다.
  • 그녀가 전화를 받자, 신이의 귀엽고 말랑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서서 이모, 왜 아직도 집에 없어요?”
  • 강서서는 그제야 단번에 알아차렸다!
  • 그렇다!
  • 그녀는 신이와 저녁에 보기로 약속했었는데, 결국 너무 바빠서 잊어버린 것이다.
  • 강서서는 죄책감에 얼른 사과했다.
  • “신이야, 미안해. 이모가 바빠서 까먹었어. 지금 우리 집 문 앞에 있는 거야? 그럼 이모 조금만 기다려 줄래? 금방 돌아갈게.”
  • 그녀는 말을 마치고 일어서서 집에 얼른 돌아가려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이때, 전화기 너머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디에요?”나지막한 목소리에 타고난 귀족적인 아우라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전혀 무뚝뚝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듣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 그는 바로 허지신이었다!
  • 강서서는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 “아직 회사에요.”
  • 허지신은 대답했다.
  • “네, 기다려요.”
  • 말을 마친 그는 강서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 강서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한순간 기다리라는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 강서서는 그가 직접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