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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는 내게 맡겨

아빠, 엄마는 내게 맡겨

Moon Su-jin

Last update: 2023-12-15

제1화 자신을 팔다

  • J 시티 제1 병원, 최고급 산부인과 수술실.
  • 강서서는 뱃속에서 느껴지는 진통을 참아내며,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또한,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분만실 침대 난간을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붙잡았다.
  •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분만 의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 “두려워 마세요. 아기가 곧 순조롭게 태어날 거에요. 조금만 참으면 돼요.”
  • 강서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며, 마음속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하였다.
  • 출산이 끝나면 아기는 곧 안겨서 떠나가게 된다.
  • 그녀는 열 달 동안 뱃속에서 아기를 품고 있으면서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비록 아기와 정을 쌓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 순간만큼은 가슴이 뜯겨 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 미안해, 미안해….
  • 강서서는 얼굴을 붉혔다.
  • 그녀는 이 아기를 원치 않는 게 아니라 가질 수가 없었다.
  • 그녀는 단지 대리 산모일 따름이다.
  • 아기를 낳고 돈을 받으면, 더는 아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 이때, 또 한 번의 진통이 밀려오자, 강서서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가슴속으로는 뼈저리게 후회했다.
  • 그녀는 돈 따위 필요 없었고 단지 아기만, 아기 하나만 원했다….
  • 그녀는 속으로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이를 듣지 못했다. 의사가 그녀에게 마취 주사를 놓자 그녀는 의식이 점점 희미해졌고, 결국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 한 시간 후, 강서서는 깨어나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 침대 머리에 놓여 있는 수표 한 장을 제외하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병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리고 그 수표에는 2억 원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 강서서는 갑자기 가슴을 도려내는 듯 아팠다.
  •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다시 푹 꺼진 배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 앞으로 다시는 뱃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장난꾸러기 같은 아기 따위 없을 것이다.
  • 그녀는 미처 아기를 볼 기회도 없었다!
  • 평생 다시는 서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강서서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 그녀가 흐느끼면서 소리 내 울기도 전에 병실 문이 사람에 의해 활짝 열렸다.
  • 강서서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자, 하이힐을 신은 채 거만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강청청을 발견했다.
  • 그녀는 잠시 당황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복부에서 심한 통증이 전해져 왔다.
  • 출산의 고통을 방금 겪고 난 그녀는 결국 이런 움직임조차 시도할 수 없었고, 그대로 다시 침대로 쓰러져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 강청청은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고, 비웃음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말했다.
  • “강서서, 역시 너였어!”
  • “네가 여기 왜 있어?”
  • 강서서는 놀라워하는 동시에 화가 났다. 그녀의 눈에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미움과 분노가 비쳤다.
  • 강청청은 마치 익숙하다는 듯 전혀 개의치 않았고, 승리를 거머쥔 자처럼 웃었다.
  • “나는 군호량 이미 약혼을 하기로 해서 혼전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하지만 여기서 너를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강서서야, 강서서, 너한테도 이런 날이 있구나! 돈을 위해서라면 몸을 팔아서 다른 남자의 아기를 낳아주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는다니.”
  • “그 입 다물어!”
  • 강서서는 화병이 나서 손가락으로 탁자 위에 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강청청을 향해 던졌다.
  • 그녀는 마치 눈앞의 여자가 너무 미워서 온 힘을 다 쏟아부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 상처 난 부위가 다시 당겨졌고, 너무 아픈 나머지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 강청청은 그녀의 공격을 쉽게 피해버리고, 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 “정곡을 찔러서 오히려 화가 나니? 그럼 너한테 일 년 전에 네 어머니의 산소마스크를 벗긴 사람이 나였고, 아버지가 내고자 했던 병원비를 중간에서 빼돌린 사람도 나였다는 거…. 심지어, 네가 대리 산모 하는 일까지 내가 군호 오빠한테 몰래 말해줬다고 얘기하면, 너는 아마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겠지?”
  • 강서서는 이 말을 다 듣고 나서, 믿을 수가 없었다.
  • 그녀는 가뜩이나 아기를 잃은 상황에서, 이제 지난 일에 대한 진실까지 알게 되어 거의 정신을 놓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조차 억제할 수 없었고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했다.
  • “강청청,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난 너한테 미안한 짓을 한 적이 없어. 왜 나한테 이러는 거니, 이 악랄한 여자야…. 넌 제명에 죽지 못할 거야! 제명에 못 죽는다고!”
  • 강청청은 그녀의 반응에 매우 만족해 보였지만, 갑자기 얼굴색이 어두워지면서 말했다.
  • “왜라고? 당연히 너를 망치려고 했기 때문이지! 네가 나한테 미안한 짓을 한 적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너의 존재는 나를 방해했어…. 우리는 똑같은 강 씨네 딸이었는데 왜 너만 어릴 때부터 부잣집 아가씨처럼 삶이 풍요로웠고, 나는 오히려 잡종이라고 욕을 먹어야 했지? 지난 과거를 하나하나씩 돌이켜보면 당연히 너한테서 빠짐없이 보상을 받아야지. 이제는 내가 이겼어…. 아버지도 그렇고, 강 씨네 재산도 그렇고, 심지어 군호 오빠도 이제 전부 내 것이야. 하지만 너는 이제 강 씨 가문에게 버림받은 존재에 불과하지! 하하하!”
  • 그녀의 귓가에는 강청청의 자랑스러운 떠벌림이 맴돌았고,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운 칼처럼 이미 피로 흥건한 그녀의 상처를 다시 한번 도려냈다.
  • 강서서는 1년 전을 회상했다….
  • 그녀의 어머니는 병상에 잘 누워있다가 갑자기 위독해지는 바람에, 어머니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돈을 구하러 아버지를 찾아갔지만, 한 푼도 받아내지 못했다.
  • 때마침, 죽마고우인 약혼자 남군호가 강청청과 바람을 꽤 오랫동안 피웠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녀는 의기소침해졌고, 어머니의 목숨을 살리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결국 대리 산모라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이 모든 일이 강청청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 그날 이후, 그녀는 집에서 완전히 쫓겨났다.
  • 강서서는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 “이 집에서 나가는 순간, 집안 망신시키지 않게 강 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말도 꺼내지 마.”
  • 그녀의 약혼자 또한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비난했다.
  • “강서서, 너 왜 이렇게 징그럽냐?”
  • 과거의 모든 일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강서서를 더욱 자극했다.
  • 그녀의 입술은 창백했고 고통과 증오가 동시에 그녀를 옭아매 온몸이 파도에 잠기기라고 한 듯, 마침내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