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신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하는 물건을 전부 그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따라서 그녀는 신이를 위해 평생 잊을 수 없는 생일 파티를 기획해주고 싶었다.
자료가 없어졌다면 다시 찾으면 그뿐이다.
기획안이 훼손되었다면 새로 만들면 된다.
그녀는 신이에게 유일무이한 생일 파티를 기획해주기로 했다.
하림은 강서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갈기갈기 찢긴 기획안을 발견하고는 바로 불평했다.
“안예비는 업무능력 외에는 진짜 배울 점이 일도 없어. 속도 어찌나 쪼잔한지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그러게. 자기가 입이 가볍게 작은 도련님을 잡종이라고 욕한 탓이지. 결국, 이런 상황까지 가기에는 모두 자초한 것이지.”
“게다가, 이 기획안에는 우리의 노력도 담겨 있는데, 어쩜 눈 하나 깜빡이지 많고 이렇게 망치다니.”
다른 사람도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태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강서서는 서둘러 위로했다.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자료가 훼손되면 다시 만들면 되죠. 제가 이미 확인했던 자료라서 70% 이상은 빠르게 복구가 가능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원래 기획안을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사실 요 며칠 신이…. 허 도련님이랑 접하면서 원래 기획안의 일부 세부 사항을 적당하게 수정을 진행한다면, 더욱 완벽한 생일 파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다들 저와 함께할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건 쓸데없는 소리잖아. 자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너랑 함께할 거야. 이제는 담당자는 너라고, 우리의 업무는 너를 도와주는 것이야.”
하림은 웃으면서 농담했지만, 함께 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다른 사람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서서 씨, 우리 다음 달 보너스는 당신한테 달렸어요.”
“저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방이 있었다고요, 잘 부탁드려요.”
“저는 프러포즈용 결혼반지를 사야 해요. 저의 행복한 남은 인생은 당신에게 달렸어요.”
사람이 옆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던 강서서는 마음이 많이 풀렸고 의욕도 넘쳐나기 시작했다.
……
이때 기획부 매니저 사무실, 안예비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가득했고, 마치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도록 하였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예 실장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안예비는 화가 나서 이를 갈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으로 책상 위의 서류를 전부 바닥으로 쓸어버리고 말했다.
“강서서, 이 나쁜 년! 감히…. 감히 내 프로젝트를 빼앗다니!”
그녀는 프로젝트 초반에 많은 심혈을 쏟아부었다. 만약 이를 성사 시킬 수 있다면, 회사에서 우수사원을 뽑을 때 그녀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리고 나면, 그녀는 해외 연수를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그 이후로 사업은 승승장구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서, 그녀는 강서서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는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비록 예 실장은 한마디도 안 했지만, 본인의 말실수로 이 지경까지 온 거라고 속으로 조용히 투덜댔다.
가만히 있던 예 실장을 본 안예비는 부아가 치밀었다.
“너 죽었니? 평소에 그 누구보다 비겁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내는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히려 벙어리가 되어 있네?”
꾸중을 듣게 된 예 실장은 낯이 뜨거웠지만, 속으로 불만을 삼키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매니저님이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어요! 그녀는 이제 갓 입사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인턴이에요. 매니저님은 진짜 그녀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허 도련님의 생일 파티가 얼마나 큰 스케일인지 알잖아요. 만에 하나라도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할 거에요. 그나저나, 그녀가 진짜 잘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저희가 약간만 손을 대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그녀를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망칠 수 있죠. 대체 왜 여기서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 말을 들은 안예비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예 실장이 말한 내용을 곱씹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허 씨 가문의 어르신 부부는 작은 도련님을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며, 그의 생일 파티에 어떠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강서서가 조그마한 실수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참혹한 말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를 떠올리자, 먹구름이 내려앉았던 안예비의 마음은 한순간에 풀렸다. 그녀의 얼굴은 고소함으로 가득 찼다.
“그래, 내가 너무 흥분했어. 네 말이 맞아. 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강서서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돼.”
두 사람은 꿍꿍이가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무실 밖, 강서서는 이미 업무에 파묻힌 채 바삐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다른 사람은 짐을 챙기면서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강서서는 그럴 기미가 없었다.
하림이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
“서서, 조금 있다 같이 영화 보러 갈래?”
강서서는 고개도 들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에 가자. 아직 정리해야 할 자료가 남았어.”
하림은 그녀를 툭툭 건드렸다.
“네가 워커 홀릭의 기질을 타고날 줄은 몰랐네. 이제 첫날이야.”
강서서는 웃으면서 설명했다.
“그건 아니고, 이 자료를 마무리하고 싶어서 그래. 몇 페이지 안 남았으니깐 금방 할 거야.”
“알았어. 너도 일찍 들어가. 우린 간다. 내일 봐.”
“내일 봐.”
하림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강서서는 다시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사무실에 있던 사람이 모두 떠나고, 하늘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8시쯤, 강서서는 무언가를 잊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강서서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낯선 숫자가 떠 있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 신이의 귀엽고 말랑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서 이모, 왜 아직도 집에 없어요?”
강서서는 그제야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렇다!
그녀는 신이와 저녁에 보기로 약속했었는데, 결국 너무 바빠서 잊어버린 것이다.
강서서는 죄책감에 얼른 사과했다.
“신이야, 미안해. 이모가 바빠서 까먹었어. 지금 우리 집 문 앞에 있는 거야? 그럼 이모 조금만 기다려 줄래? 금방 돌아갈게.”
그녀는 말을 마치고 일어서서 집에 얼른 돌아가려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전화기 너머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요?”나지막한 목소리에 타고난 귀족적인 아우라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전혀 무뚝뚝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듣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