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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독사 사건 2

  • 최은하는 전등은 켜지 않은 채 침대에서 내려 휴대폰 조명으로 방 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 “쉭쉭-”
  •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근처에서 들렸다.
  • 소리가 들리는 방향에 불을 비춰 보니 소리는 그녀의 침대 쪽에서 나고 있었다!
  • ‘뭐지?!’
  • 최은하는 서둘러 휴대폰 불빛을 최대로 올리고 그쪽을 비췄다.
  • 긴 혀를 내두른 코브라가 떡하니 침대 주변을 오가고 있었다.
  • 아까부터 그녀를 노리고 있었던 뱀은 눈에서 파란 불을 뿜으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 만약 그녀가 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지금쯤 죽어 있을지도 모른다.
  • 그리고 이때 코브라가 그녀의 목을 향해 몸을 날렸다!
  • 평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최은하는 민첩하게 몸을 날려 뱀의 공격을 피했다.
  • 그러고는 뱀의 꼬리를 잡고 힘주어 바닥에 던져서 기절시켰다.
  • 최은하는 미리 베개 밑에 준비해 두었던 가위를 꺼내 뱀의 머리로 가져갔다.
  • 하지만 가위가 뱀의 머리에 닿던 순간,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주로 따뜻한 남방에서 서식하는 코브라가 추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결코 우연일 수 없었다!
  • 이는 산에서 우연히 그녀의 방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집어넣은 것이다!
  • 최은하는 아까 들렸던 발소리를 떠올렸다. 그제야 그녀는 아까 베란다에 잠시 다녀간 사람의 목적을 알아챌 수 있었다.
  • 이들은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 최은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녀가 큰 이용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정도식은 그녀를 이용해 여씨 가문에 연줄을 대려고 계획하고 있으니 절대 이런 짓을 할 리 없었다.
  • 그렇다면 범이는 최시월과 정하늘 모녀로 유추할 수 있다.
  • 하지만 최시월은 침착하고 지능이 뛰어난 인물로 그녀가 집에 돌아온 첫날밤에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일을 꾸민 인간은 정하늘이 유일했다.
  • 최은하의 눈빛이 달빛을 받아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 ‘나를 죽이려고? 주제도 모르고 설치네!’
  • 달은 어느새 기울고 밤은 더 깊어지고 있었다.
  • 새벽 한시, 저택의 모든 사람이 꿈나라로 가 있을 시각이었다.
  • 하지만 정하늘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이 오지 않았다.
  • 그녀는 지금 최은하가 죽었다는 소식을 고대 기다리고 있다.
  • 하지만 몇 시간이 흘러도 그녀가 바라던 ‘희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 드디어 참다못한 정하늘은 유모에게 전화를 걸어 방으로 불렀다.
  • 정하늘이 원망하듯 말했다.
  • “유모 일 제대로 한 거 맞아?! 내일 아침까지 소식이 없으면 경찰서로 갈 준비나 해!”
  • 유모가 서둘러 변명했다.
  • “아가씨, 오해세요! 저는 시키는 대로 시장에 가서 가장 독하다는 코브라를 사서 두 시간 전에 이미 방에 집어넣었어요.”
  • 그 말을 들은 정하늘이 미간을 찌푸렸다.
  • “그런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어? 뱀에게 물렸으면 통증에 소리를 질렀을 테고 내 방이랑 가까운데 무슨 소리라도 들렸을 거 아니야?”
  • “그건… 잘 모르겠네요.”
  • “그 뱀, 공격성이 없는 뱀 아니야?”
  • 유모가 곧장 부정했다.
  • “그럴 리 없어요. 장사꾼한테 부탁해서 가장 공격성이 강한 놈으로 샀거든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만 보면 기를 쓰고 달려들 거예요.”
  • 정하늘이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 “그럼 왜 아직도 소식이 없지?”
  • 잠시 생각하던 유모가 말했다.
  • “장사꾼 말로는 독성이 엄청나서 치료를 못 받으면 한 시간도 못 지나서 즉사한다고 했어요. 아마… 뱀이 그 여자를 물지 않은 게 아니라 지금쯤 이미….”
  • 정하늘의 눈빛이 순간 빛났다.
  • “이미 죽은 거야!”
  • 유모는 정하늘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러면 핑계를 대고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해 볼까요?”
  • “아니, 됐어.”
  • 정하늘이 고개를 흔들었다.
  • “이번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해. 지금 들어가면 나중에 의심받을 게 분명해. 어차피 죽었으니까 내일 사람들이 발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안전해. 혹시라도 병원에 실려가서 살아나기라도 할지 누가 알아?”
  • 유모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아가씨 말씀이 맞아요. 그러면 내일 아침 시신으로 발견되기만 기다려요! 그때 가면 이미 차갑게 식은 시체일 테고 아무리 용한 의사라도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는 없을 거예요.”
  • 정하늘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목에 걸었던 목걸이를 빼서 유모에게 건넸다.
  • “잘했어. 이건 보상이야.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 “감사합니다, 아가씨!”
  • 살인을 했다는 죄책감에 잠시 불안했던 유모의 마음이 철저히 사라진 순간이었다.
  • ‘이건 살인이 아니지. 사람을 죽인 건 독사니까 난 결백해!’
  • “이제 가서 쉬어. 나도 잠 좀 자야겠어.”
  • 정하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최은하의 장례를 치를 것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왔다.
  • ‘그래도 언니니까 구슬피 울어 줘야지.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착한 동생이라고 볼 거야. 곧 있으면 연예계도 진출할 텐데 이런 것들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 전등을 끄고 침대에 누운 정하늘은 달콤한 상상을 하며 잠에 들었다.
  • 기분이 좋아서인지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꿈속에서 그녀는 시상식 무대에 오르고 있었고 여시준은 다재다능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사람들 앞에서 그녀가 미래의 여씨 가문 안주인이고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공표했다!
  • 그녀는 그렇게 존귀한 사모님이 되어 꽃길만 걸었다.
  • 하지만 깊은 잠에 빠진 정하늘은 어둠 속에 누군가 자신의 방 베란다에 나타났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 깊은 밤이 지나고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 사방이 고요한 시간, 갑자기 새된 비명소리가 저택을 뒤흔들었다.
  • “악!”
  • 정원에 잠들었던 새들마저 놀라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 “무슨 일이야?”
  • “무슨 일이지?”
  • “나도 모르겠어. 비명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 “둘째 아가씨 방에서 나는 소리야! 빨리 가보자!”
  • 놀란 고용인들은 곧장 정하늘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 정하늘은 침대에 누운 채 온몸이 경직된 채 거품을 토하고 있었다. 하얗던 얼굴은 파란색을 띠고 있었고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상태였다.
  • 놀란 고용인들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 “무… 무슨 상황이지?”
  • 뒤늦게 정신을 차린 고용인들이 정하늘을 향해 달려갔다.
  • “잠깐! 멈춰!”
  • 고용인 중 한 명이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 “침대에 뱀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