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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깨다

  • 잠시 후, 유모가 고용인들에게 끌려왔다.
  • 정도식을 본 유모가 울먹이며 변명을 토했다.
  • “대표님, 저 억울합니다! 제가 오늘 밖에 나간 건 아들놈이 또 사고를 쳤다고 해서 도와주려 나간 거예요. 코브라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저 평생 정씨 가문을 위해 일했던 사람입니다. 이렇게 저를 의심하시면 안 돼요!”
  •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정도식이 아니었다. 정도식의 차가운 목소리가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
  • “당장 저 여자를 묶어!”
  • 고용인들이 달려들어 밧줄로 유모를 꽁꽁 묶었다.
  • 거실을 서성이던 정도식은 마침 구석에 있던 벨트 하나를 발견했다.
  • 그는 벨트를 고용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 “쳐!”
  • 고용이는 잠시 주춤했지만 결국에는 벨트를 들었다.
  • 짝!
  • 꽁꽁 묶여 있던 유모는 날아오는 벨트에 얼굴을 맞고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 최은하는 옆에서 이 상황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내 방 베란다에 나타나서 코브라를 집어넣은 인간이 이 노친네였군.’
  • 자신이 저지른 일은 스스로 대가를 치뤄야 하는 법. 최은하는 전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 그렇게 한참을 매 타작이 오가고 유모는 더는 비명을 지를 힘도 없이 쓰러져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 하지만 여전히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었다.
  • 일단 자신이 꾸민 일이라고 인정하면 이는 살인미수였기 때문이다!
  • 벨트를 손에 쥔 고용인도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 “회장님, 더는 안 됩니다. 나이도 있고 더 때리면 목숨이 위험해요!”
  • 정도식도 사건이 해결되지도 않은 마당에 사람이 죽는 일은 원하지 않았다.
  • 그가 매를 멈추라고 지시하려던 순간, 외출했던 고용인이 돌아왔다.
  • “대표님, 근처 암시장을 조사했더니 야밤에 누군가 와서 코브라를 사 갔다고 합니다.”
  • 그러자 바닥에 쓰러졌던 유모가 잠시 움찔했다. 최은하는 예민하게 그것을 눈치채고 고용인을 다그쳤다.
  • “그래서 그 사람이 유모가 맞나요?”
  • 고용인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 “그건 잘 모르겠고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아까 그 코브라가 이 사람이 팔던 것인지 확인도 해야 하니까요.”
  • 정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 “잘했어, 들어오라고 해!”
  • “네!”
  • 잠시 후, 한 왜소한 남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집안에 들어섰다.
  • 정도식은 사람을 시켜 뱀 시체를 가져다가 남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 “오늘 판 뱀이 이거 맞아?”
  • 장사꾼은 코브라를 힐끗 보고는 공손히 대답했다.
  • “네, 이 뱀이 맞습니다. 꼬리 부분에 상처가 조금 있었는데 제가 며칠 전에 부주의로 낸 상처입니다.”
  • 정도식이 냉소를 지으며 쓰러진 유모에게 다가가서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다시 물었다.
  • “이 노친네한테 판 거 맞아?”
  • 장사꾼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당황해서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이 사람 맞습니다. 독사를 가져다가 술에 담근다고 해서 독성이 가장 강한 코브라를 추천해 줬습니다.”
  • 이제 모든 증거가 확보되었다.
  • “더 할 말 있어?”
  • 정도식이 유모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차갑게 물었다.
  • 바닥에 쓰러진 유모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이때 최은하가 입을 열었다.
  • “유모,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진실을 감추시나요? 경찰이 오기 전에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사실대로 말해요! 하늘이는 당신이 어릴 때부터 키운 자식과도 같은 아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애를 죽일 생각을 했어요?”
  • “아… 아닙니다. 제가 왜 하늘 아가씨를 해치려 했겠어요? 저한테 아가씨는 딸 같은 존재인데….”
  • “그러면 도대체 누구를 해치려고 한 건가요? 혹시 우리 아빠?”
  • 최은하는 유모가 자신을 모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거침없이 유모를 다그쳤다.
  • “그게 아니라면, 누가 시켜서 했나요? 나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설마 내가 시켜서 그런 거란 말은 하지 않겠죠?”
  • 최은하에게 모든 걸 덮어 씌우려던 유모는 그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 만약 지금 상황에서 최은하가 시킨 거라고 잡아뗀다면 너무 억지스러웠다….
  • 유모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때, 최은하가 먼저 선수를 쳤다.
  • “아빠, 우리 경찰 불러요. 이런 사람은 감옥에서 평생 썩어야 해요!”
  • “아, 안 돼요. 저한테는 아들이 둘이나 있어요….”
  • 유모가 무릎을 꿇고 최은하를 향해 사정했다.
  • 최은하는 담담히 대꾸했다.
  • “그러면 어서 사실을 말해요. 사실을 말하면 아빠도 옛정을 봐서 한번 눈감아 주시겠죠….”
  • 유모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이대로 감옥에서 평생 썩을 수도 있다.
  • 그녀는 정하늘 모녀를 대신해 감옥에 가고 싶을 정도로 충성심이 깊지 않았다.
  • “말할게요. 전부 말할게요….”
  • 유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하늘 아가씨가 시킨 거예요! 아가씨가 저한테 뱀을 사다가 은하 아가씨 방에 넣으라고 시켰어요. 그런데 그 뱀이 어떻게 하늘 아가씨의 방에 들어간 건지는….”
  • 최은하가 말을 가로챘다.
  • “저랑 하늘이의 방이 가까워서 베란다를 타고 하늘이 방까지 들어갔나 보네요. 하늘이가 이렇게까지 저를 미워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까까지 분명 잘해줬는데….”
  • 최은하는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 “망할 노친네! 그 양심도 없는 년! 제 발등을 찍었구나!”
  • 정도식은 한숨을 내쉬더니 한참 뒤에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용인들에게 명령했다.
  • “사모님을 불러와. 자기가 가르친 딸이 어떤 인간인지 똑똑히 알아야지!”
  • 거금을 들여 키운 요조숙녀가 이런 악랄한 인간이었다니! 정도식은 한숨이 나왔다.
  • 최은하가 그런 그를 위로했다.
  • “아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하늘이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나 봐요. 시간이 지나면 하늘이도 저를 받아 줄 거예요….”
  • “이런 상황에 너는 걔 편을 들어 주고 싶어? 사람이 너무 착해도 힘들어! 오늘 운이 나빴으면 네가 병원에 실려갈 수도 있었다고!”
  • 최은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요. 하물며 하늘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철들 날이 오겠죠….”
  • 이때, 최시월이 계단을 내려왔다.
  • 유모에게서 사건 경과를 들은 최시월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내가 그렇게 섣불리 행동하지 말라고 일렀거늘! 이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다니….’
  • “미안해요, 여보.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켰어요. 하늘이 돌아오면 내가 단단히 혼낼게요. 은하야, 아까는 널 오해해서 이모가 미안해. 하늘이 너무 미워하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 정도식은 주동적으로 최은하에게 사과를 건네는 최시월을 보자 어느 정도 화가 누그러졌다.
  • “이제 됐어! 집안일이니까 더 시끄럽게 일을 키우지 말고 여기서 넘어가자. 저 노친네는 이제 이 집안에 못 둬! 시골 농장에 끌고 가서 가두고 아무도 못 만나게 해!”
  • “네!”
  • 고용인들이 유모를 끌고 나갔다.
  • 잠시 후, 병원에서도 연락이 왔다.
  • “대표님, 둘째 아가씨께서 깨어나셨답니다. 그런데 병원에 있기 싫으시다고 당장 집에 돌아온다고 떼를 쓰고 있다네요.”
  • “마음대로 하라고 해!”
  • 정도식이 차갑게 말했다.
  • 한 번이 있으면 두 번이 있는 법. 이번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시 안 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 그는 자신과 최시월 사이에서 왜 저런 딸이 나왔는지 골치가 아팠다!
  • 한편 그 시각 병원.
  • 정하늘은 퇴원 수속을 마치고 다급히 집으로 향했다.
  • ‘아빠한테 말씀드려야 해! 뱀은 최은하 그년이 내 방에 가져다 둔 거라고! 최은하가 날 죽이려고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