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혈장미 누님! 저... . . 저 진짜 임 씨에요! 바로 당신들이 말한 생명의 은인이라고요! 저 절대 사칭한 게 아니에요, 아니에요... ”
임광요는 얼굴에는 회색빛이 감돌았고, 얼굴을 가리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고는 눈길이 저절로 왕 매니저에게로 향했다.
전에 왕 매니저가 분명 나를 혈장미의 생명의 은인이라 했는데...
이 눈길은 왕 매니저로 하여금 머리가 찌릿하게 만들었다.
틀렸어! 사람을 잘못 보고 가짜 생명의 은인을 진짜로 믿었다니!
이를 생각한 왕 매니저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지고 두 다리가 나른해지며, 쿵!하고 혈장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누... 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죄를 지었습니다! 사람을 잘못 알아본 제 탓입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왕 매니저는 공포에 떨며 한 손을 치켜들고 자신의 볼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짝! 짝! 짝!
뺨을 때리는 소리가 높이 퍼지기 시작했고, 임광요 등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듣고는 자신의 뺨을 맞는 것마냥 따갑고 아프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뿐만이 아니다. 혈장미의 매서운 눈초리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쓱 훑어보다가 백이의 얼굴을 보고서야 잠시 시선을 멈췄다.
“흥! 만약 그분이 오늘 이 자리에 없었다면 가짜인 너도, 그리고 너희들 모두 걸어서 성세 클럽을 나갈 순 없었을 거야!”
그녀는 말을 끝내고 룸을 떠났고, 오직 싸늘한 그녀의 말만 룸안을 맴돌았다.
“왕 매니저, 오늘 그들이 술을 마신만큼 토해내게 하고 보내! 아니면 너한테 책임을 묻겠어!”
우르르!
슈트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은 혈장미를 따라 룸을 빠져나왔다. 그제야뺨을 때리는 동작을 멈춘 왕 매니저의 얼굴엔 선홍색 손바닥 자국이 선명했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마치 지옥이라도 갔다 온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왕... 왕 매니저, 저... ”
임광요는 바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짝!하는 소리와 함께 왕 매니저가 그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 임광요는 순간 머리가 혼미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젠장! 네가 사칭을 해서 내가 죽을 뻔했어! 밖에 누구 없냐, 와서 때려!”
왕 매니저는 잔뜩 화가 나 있었고, 흉악한 얼굴은 원망으로 가득 찼다.
매니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웨이터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 임광요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처절한 비명 소리가 룸에 울려 퍼졌고, 이를 본 온청과 사람들도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무려 10여 분이 지났다.
임광요는 온몸이 맞아서 여기저기 붓고, 푸르고 피부가 찢기고 상처가 났다. 그제야왕 매니저는 손짓을 하며 웨이터들의 구타를 멈추게 했다.
“잘 들어! 너도 누님이 하는 말을 들었지? 너희들이 그분을 사칭해서 그녀가 소장한 귀한 술들을 마셨어! 그러니 이제 계산해야겠지?”
왕 매니저 말에 반박할 능력이 어디 있겠는가, 임광요는 머리를 조아리며 재빨리 대답했다.
“네! 왕... 왕 매니저님, 계산하겠습니다! 제가 전부 계산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대략... 얼마나 될까요?”
임광요는 이미 거금을 배상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필경 그의 목숨보다 더 중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만약 계산하지 않는다면 아마 살아서 성세 클럽의 대문을 나서지 못할 테니 말이다.
“이 모든 것은 각국에서 공수해온 술이다. 총 14억! 그리고 따로 주문한 요리는 6억이야!”
왕 매니저는 임광요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총 20억이니 빨리 계산해!!”
뭐?!
임광요 뿐만 아니라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모두 벼락 맞은 듯했다.
20억?
세상에, 이건 천문학적인 숫자로 일반인이 몇 평생 벌어도 가능하지 않은 거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왕... 왕 매니저님, 그만큼의 돈이 없어요! 5억이 전부 재산인데, 그걸 다 줄 테니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임광요의 얼굴은 잿빛이 되어 손이 발이 되도록 사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작 과장급으로, 한 달에 고작 천만 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고 있었다! 그 5억이 넘는 돈도 몇 년간 모은 전부 재산이었다.
20억? 그를 죽여도 내놓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문뜩 그는 뭔가가 생각이라도 난 듯, 얼른 고개를 돌려 온청과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도 술 마시고 요리도 먹었잖아! 너희들도 돈 내! 빨리, 있는 돈 다 내놔, 아니면 누구도 살아서 떠나지 못할 거야!”
특히 왕 매니저의 매서운 눈빛을 보고 나서는 모두 머리가 삐쭉 서는 것을 느껴, 너도나도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 850만 원 있어... ”
“나 700만 원 정도 있어!”
“나... 350만 원정도 밖에 없어. ”
온청과 뭇 사람들은 몸에 지니고 있던 카드와 현금을 모두 꺼냈지만 그래도 겨우 8천 5백만 원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금액이었다.
“이런 거지들 같으니라고!”
독기가 가득한 왕 매니저 눈빛은 마치 사람을 찢어 죽이려는 맹수와 같았다.
“계산을 할 수 없는 것 같네? 좋아, 그럼 모두 손과 발을 자르고 클럽에서 나가!”
콰르릉!
청천벽력과 같은 말 한마디에 온청과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특히 웨이터들이 흉악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하나둘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았고, 다리 사이로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가 흘러내렸다!
망했어!
임광요와 온청 및 사람들은 얼굴색이 창백해지며 마음속은 절망감으로 가득 찼다.
웨이터들이 행동을 취하려는 바로 이때!
“멈춰요!”
한 여인의 급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왕 매니저는 멈칫하더니 바로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백이였다!
“백이, 너... ”
사람들은 모두 두피가 저려났고 여전히 당황과 절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백이는 두 손을 꼭 쥐고는 카드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왕 매니저님, 이 카드로 계산이 가능한지 한번 긁어보시겠어요?”
뭐라고!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카드에 주목되었고, 보자마자 모두 알아차렸다. 그건 임범이 전에 백이에게 준 해골 그림이 그려져 있던 카드였다. 하지만 이는 은행 카드라기보다 게임 카드에 더 가까운 이미지인데, 어찌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온청과 임광요 및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백이야, 바보짓 그만해! 임범 그 병신이 남긴 게임 카드를 어찌 진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맞아. 백이야,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마! 네 남편은 백수고 병신이잖아! 그 사람 말은 분명 거짓말이야.”
“... ”
모든 사람들은 백이를 타일렀고, 왕 매니저는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였다. 그는 백이를 째려보고는 그제야카드를 건네받아 성세 클럽 전용 카드 단말기에 한 번 긁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백이의 이마에서는 방울방울 땀이 맺혔고, 두 손은 꼭 붙잡고 있었다.
긴장!
그녀 또한 임범에게 희망을 품지는 않았다. 다만 혈장미가 떠나기 전, 자신을 쳐다보던 그 의미심장한 눈빛이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였다.
“임범, 당신... 카드로 정말 계산할 수 있는 거야?”
백이의 마음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바로 이때! 성세 클럽 전용 카드 단말기에서 전자음 알림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띠띠띠! 경고! 경고! 해골 제왕 카드가 스캔되었습니다! 환구그룹 보스 전용 카드입니다! 환구 명하의 모든 소비는 모두 면제되며 지존 제왕급 대우를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