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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네가 뭔데!

  • 10년 전,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왕 매니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음 설정이라도 한 듯 룸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 사람들은 호흡을 멈추고는 뭔가 불가사의한 얘기를 들은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 혈장미의 생명의 은인이 임광요라고?
  • 후!
  • 온청과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듯, 충격에 젖었다.
  • 그녀는 무려 혈장미야!
  • J시의 여왕같은 공포의 존재인데, 임광요가 그녀의 목숨을 구해줬다니. 더군다나 임광요는 서자항 도련님과도 친분이 있으니, 이제 그의 지위는 하늘 날듯이 날아 J시의 톱 거물급에 다다를 수 있겠어!
  • 솨솨솩!
  • 이 순간, 사람들은 존경에 찬 눈빛으로 임광요를 바라봤다. 특히 왕 매니저가 웨이터들을 거느리고 공손히 룸에서 물러나자 룸안의 동창들은 흥분한 기색으로 임광요를 에워싸며 서로 다투어 아부를 했다.
  • “광요 형! 너무 대박이야, 혈장미의 생명의 은인이라니!”
  • “세상에, 이 모두 혈장미가 아끼는 술들인데, J시의 톱 거물급들도 마실 수 없는 걸 지금 모두 선물로 보내주다니! 이거 적어도 2억이 넘는 귀한 것들이야!”
  • “반장, 앞으로 우리도 꼭 챙겨줘야 한다!”
  • “... ”
  • 임광요를 바라보는 온청의 눈빛에도 빛이 반짝였다. 더욱이 과감한 여자들은 임광요의 팔에 자신을 몸을 쓸기 시작했다. 그 아양 떠는 태도는 진짜 극에 달할 정도였다. 그들뿐만 아니라, 백이조차도 경이로움을 금치 못하며 달라진 눈빛으로 임광요를 쳐다봤다. 특히 옆에서 잠자코 있던 임범과 비교하고 나서는 더욱 강렬한 실망감을 느꼈다.
  • 왜 다른 남자들은 저리도 눈부신데, 임범은 이리도 못난 걸까!
  • 사람들의 열광적으로 아부하는 것과는 달리 임광요의 머릿속은 의혹과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 그가 혈장미를 구했다는 사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 10년 전이면 그는 아직 학생인데, 어찌 사람을 구해?
  • “내가 무심결에 구했었나?”
  • 임광요는 머리를 긁적이며 불안감을 제쳐버렸다. 특히 뭇 사람들의 열광적인 아부를 받으니 본인이 진짜 혈장미를 구한 은인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 순간, 모든 것이 굉장해졌다.
  • 더군다나 백이가 자신을 쳐다보는 색다른 눈빛을 발견하자 허영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친구들, 임범이 돈이 없다면, 오늘은 내가 쏠게!”
  • 와!
  • 말이 끝나자 룸안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졌다. 모든 사람의 눈에서 임광요의 형상이 무한으로 커지고 있었다.
  • “하하하... 반장 너무 멋있어! 척하는 누군가와 다르게 말이야. 돈도 없으면서 뭔 짓인지!”
  • “맞아! 우리 반장이 제일 위풍당당하네! 애초에 백이가 반장에게 시집가야 했어!”
  • “헤헷! 백이 여신, 옆에 있는 병신을 지금 버려! 백이 너는 반장과 제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 “... ”
  • 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 하며 모두 임범을 비웃고 멸시했고, 백이와 임광요를 이어주려고 애썼다. 듣고 있던 백이의 예쁜 얼굴에도 홍조와 창백한 기색이 오갔다. 뿐만 아니라 온청도 비웃으며 임범에게 말했다.
  • “임범, 봤지? 우리 반장이 어떤 인물이고 네가 어떤 병신인지? 네가 무슨 자격으로 백이와 함께 있는 건데! 사서 고생하지 말고 어서 백이 옆에서 떨어져!”
  • 사람들은 모두 온청과 같은 생각이었다.
  • 사람들은 모두 임범을 쳐다봤고, 마치 어릿광대를 보는 듯, 웃음거리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임범은 전혀 화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 “그래?”
  • 그러고는 서서히 몸을 일으켜 룸에 있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 “조금 후에도 이리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 뭐!
  • 이 녀석 무슨 뜻이지?
  • 모두 눈살을 찌푸리고는 다시금 계속 임범을 호통치고 비웃으려 할 때, 임범은 백이에게 곧장 다가가서 말했다.
  • “밖에서 기다릴게!”
  • 그는 말을 끝내고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서 곧장 룸을 떠났다.
  • “쳇! 매너도 없는 자식! 스스로 웃음거리가 됐으면서 가오잡기는!”
  • 온청은 경멸과 혐오로 가득 찬 찌그러진 얼굴로 얘기했다. 다른 이들도 임범이 자리를 뜬 것에 대해 예의가 없고 웃음거리만 더했다는 생각이었다.
  • “신경쓰지 마! 창피하니까 알아서 떠난 거겠지!”
  • “맞아! 그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반장과 비교하겠어!”
  • “하하하... 가면 더 좋지 뭐! 백수 병신일 뿐인데, 우리끼리 먹자!”
  • “... ”
  • 사람들은 이내 웃고 떠들었고, 임범이 떠난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직 백이만이 텅 빈 룸 앞을 보며 실망감이 극에 달했고 마음이 죽은 것만 같았다.
  • 곧이어 웨이터들이 공손한 태도로 정교한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 온청과 임광요 등 뭇 사람들은 음식을 맛보고, 술을 마시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들 모두 임광요를 칭찬하기에 바빴고, 임광요는 자신이 마치 만인의 우상이라도 된 듯 그 존경과 경외를 만끽했다.
  • 그런데 이때!
  •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조금 전에 보았던 왕 매니저가 다시 룸으로 들어왔다.
  • “고객님, 누님께서 술을 권하려 합니다!”
  • 화악!
  • 왕 매니저 말을 들은 룸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 누님?
  • 당연히 혈장미겠지!
  • 사람들은 너무나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혈장미가 술을 권하는 장면을 직접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하여 모두가 극도로 흥분하고 들떠있었다. 그리고 임광요 또한 흥분하여 얼굴에 홍조가 띠기 시작했다.
  • “좋아요! 누님을 모시세요!”
  • 매너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임광요는 더욱 온청과 백이 등 뭇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문에 집중되어 있었다.
  • 바로 이때, 다다닥- 하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그들의 주목하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요염한 여인이 시선에 나타났다.
  • 그녀가 바로 혈장미이다! 뿐만 아니라 혈장미의 뒤에는 흑호 등 슈트 차림을 한 건장한 남자들이 아우라를 풍기며 위압을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갓 룸에 발을 들이고 뭇 사람들을 쓸어보고 나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그분은?”
  • 응?
  • 혈장미의 말을 들은 왕 매니저와 임광요 및 뭇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고 불길한 예감이 그들을 엄습해왔다.
  • 왕 매니저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누님, 이분이 바로 그분이잖습니까?”
  • 매니저는 손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임광요를 가르켰다. 임광요 또한 얼른 술잔을 들면서 공경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 “누님,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임광요입니다. 그때 누님을 구할 수 있었던 건 단지 사소한 일일 뿐! 그리 마음에 두실 필요가 없습니다!”
  • 뭐라고!
  • 임광요의 말을 듣고 난 혈장미의 눈에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특히 백이의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는 순간 모든 것을 알아챘다.
  • 다!
  • 다!
  • 닥!
  • 혈장미는 임광요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고, 이를 본 백이, 온청과 사람들은 더욱더 흥분하며, 임광요에 대한 숭배의 마음도 거의 극에 달했다.
  • 바로 앞에 서 있는 혈장미를 보자, 임광요는 재빨리 술잔을 들고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그때, 말도 꺼내기 전에 짝! 하는 소리와 함께 혈장미는 임광요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고, 임광요 또한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바로 이때, 혈장미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가 뭔데, 감히 그분을 사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