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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10년 전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두 악덕 황태자가 우르르 차를 끌고 성세 클럽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쯤, 임광요는 룸에서 모든 동창들의 아부와 아첨을 즐기고 있었다. 임광요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롤모델을 보는 것마냥 짙은 존경심이 담겨져 있었다.
  • “하하... 역시 우리 반장은 능력자야! 서자항과 같은 도련님하고도 친분이 있다니!”
  • “맞아, 보아하니 곧 천용그룹에서 또 승진하겠어. 축하해! 축하해!”
  • “반장, 나중에 서자항 도련님 좀 소개해줘! 너무 만나보고 싶어!”
  • “... ”
  • 많은 동창들이 임광요를 향해 끊임없이 아부를 떨고 있었다. 이 말들은 임광요의 허영심을 충족시켜줬다.
  • “하하, 좋아!”
  • 임광요는 말을 끝내고 임범과 백이를 향해 말을 이었다.
  • “임범 씨, 백이야 와서 앉아!”
  • 그러고는 두 사람을 자리로 안내했다. 다만 그는 앉자마자 옆 사람에게 눈짓을 했고, 그자는 곧바로 웃으며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 “임범 씨, 반장이 큰 도움을 주는 건데, 오늘 이 식사는 당신이 한턱내요!”
  • “그래요, 임범 씨가 한턱내요! 우리 반장이 목숨을 살려준 셈인데!”
  • “... ”
  • 주위의 사람들은 서로 거들며 호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경멸의 눈빛으로 임범을 바라보며 불구경이이라도 할 셈이었다.
  • 웃음으로 가득했던 백이도 이 말을 듣고는 경직된 표정이었다. 이곳의 인당 소비가 200만 원이란 걸 알고 있었으며, 족히 열몇 명은 넘으니 2000만 원은 될 건데... 지금 그녀 수중에는 천만 원도 안되는 카드한장 뿐이었다. 하여 급급히 임범에게 거절하라고 눈치를 줬으나, 임범은 마치 보지 못한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오늘은 제가 계산할게요!”
  • 그가 환구그룹의 신임 회장이 된 순간, 명하의 모든 카드는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했고, 식사 한 끼는 물론이고 나라를 사버리는 것도 손쉬운 일인데, 하물며 성세 클럽은 그의 산업 중 하나이니 말이다.
  • 화르륵!
  • 임범의 말이 끝나자 백이는 머리가 핑 돌았고, 주위의 사람들도 들끓기 시작했다.
  • 승낙이라고? 더군다나 주춤하지도 않고 시원하게 승낙했어!
  • 온청과 임광요도 어리둥절해졌다. 한 끼 식사가 2000만 원이 되고, 그들도 이런 소비는 더치페이로 계산하는데, 임범은...
  • “좋아!”
  • 온청은 임범이 번복할까 봐 바로 비꼬는 말투도 대답하고는 메뉴판을 내밀었다.
  • “임범 부자님, 오늘 한턱 쏜다고 하니 메뉴 좀 골라봐!”
  • 온청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임광요와 다른 이들도 하나같이 비웃는 얼굴로 임범이 메뉴판의 가격을 보고는 놀라 기절할 것을 기대했다. 이와 동시에 백이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임범이 이렇게 경솔하게 승낙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제 승낙한 이상 뭐라 해도 소용이 없는 법,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백이는 마음속으로 계산하며 집에 전화할 생각이었다. 옆에 있던 임범은 백이의 걱정에 대해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메뉴판을 대충 훑고는 손가락으로 몇 가지를 짚었는데, 모두 사이드 메뉴로 가격이 제일 싼 요리였다.
  • “임범 부자님, 왜 제일 싼 것만 골라? 돈이 없으면 있는 척하지나 말지!”
  • 온청은 비꼬며 인정사정없이 쏘아붙였고, 듣고 있던 다른 이들의 얼굴 표정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임범 씨, 제일 싼 사이드 요리를 주문하다니! 저희를 얕보는 건가요?”
  • “맞아요! 아까 반장이 목숨까지 살려줬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예요? 너무 인색한 거 아니에요? 백이야, 이런 남자는 버려도 그만이야!”
  • “짠돌이하고는! 없으면 가만히 짜져있을 것이지... ”
  • “... ”
  • 비아냥거리는 모든 말은 화살마냥 백이를 향해 쏘아왔고, 수치수럽다고 느낀 백이의 얼굴은 붉어지기 시작했다.
  •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숨어 들어가고 싶었다. 하여 임범을 말리려고 하는 그때! 임범은 메뉴판을 덮고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웨이터에게 말했다.
  • “짚었던 그 몇 가지 사이드 메뉴를 제외한 모든 요리를 주문할게요. ”
  • 뭐!
  • 모든 요리를 다 주문한다고?
  • 미... 미친!
  • 이 순간 그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성세 클럽의 모든 요리 재료는 각 나라에서 공수해온 것으로 원가부터 비싸기 그지없었다. 더군다나 미슐랭 셰프의 솜씨까지 더해져, 요리 당 200만 원에 가까운 거금으로 메뉴판의 모든 요리를 더한다면 2000만 원, 더해서는 2억에 이르기 때문이다.
  • 후!
  • 그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고, 백이는 벼락이라도 맞은 냥 얼굴이 창백해져 갔다.
  • 임범의 허영심을 충족시키려 집에 전화할 생각까지 했었는데, 임범이 전 메뉴판을 주문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하...
  • 아름다운 백이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고, 마음은 찢어지는 듯 아파왔다.
  • 그녀는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임범에게 실망스러울 뿐이다. 임범이 체면을 차리기 위해 이런 멍청한 짓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임범, 백이가 용돈을 그렇게 많이 줘?”
  • 순간, 온청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가 봐왔던 백이는 극히 검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끼 식사에 2억을 소비하려 하다니, 이는 너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임범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응?
  • 사람들은 점점 더 궁금해졌고, 임광요도 결국 참지 못해 물었다.
  • “그럼 뭐로 계산할 거예요?”
  • 모두 짙은 의혹과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임범을 쳐다봤고, 백이조차도 궁금하다는 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의 주목이 집중된 가운데, 임범은 주머니에서 블랙 카드를 꺼내 테이블에 놓고는 고개를 돌려 백이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 “백이야, 이따가 이 카드로 계산해! 앞으로 이 카드는 네거야!”
  • 솨솨삭!
  •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카드에 집중되었다. 그 카드는 블랙 카드로, 표면에 숫자 하나 없이 그레이 색 해골만이 그려져 있었다.
  • 정적!
  • 룸은 뭔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지는듯 싶더니 돌연 여기저기서 폭소를 터뜨렸다.
  • “하하하... 임범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이건 은행 카드도 아닌데 어떻게 계산을 해요?”
  • “맞아요, 이거 게임 카드 아니에요? 해골 그림도 그려져 있다니, 장소 잘못 잡고 허세 잡았네, 하하하, 너무 웃겨!”
  • “쳇, 허세만 부리는 병신이었네! 감정 낭비야!”
  • 모두 짙은 비웃음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임범을 쳐다봤다. 그들은 이 카드가 그 어느 은행카드도 아니란 것을 확신했다.
  • 이 카드로 계산하려 하다니, 지금 장난하는 건가?
  • 비웃음으로 가득한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지자, 백이의 얼굴은 창백함에서 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으며, 마치 뺨이라도 맞은 것처럼 수치스러움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 지금 이 순간, 백이를 포함한 모든 이가, 임범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여 바보 보듯 그를 쳐다봤다.
  • 끼익!
  • 모두가 임범을 계속 비웃으려고 할 때, 룸문이 열렸다.
  • 성세 클럽의 총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한 무리의 웨이터를 거느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웨이터의 손에는 저마다 쟁반을 들고 있었고, 그 위에는 다양한 술과 음료들로 빼곡히 놓여있었다.
  •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 이는 성세 클럽의 총 매니저로서, 평소라면 서천용같은 거물급이어야 그와 동등한 자격을 가질 터이니.
  • “왕... 왕 매니저님, 이게 도대체... ”
  • 온청은 순간 얼떨떨해하며 벌벌 떨며 물었다.
  • 이 말을 들을 왕 매니저는 들뜬 기색을 띠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죄송하지만, 어느 분 성함이 임씨이십니까?”
  • 임씨?
  • 사람들은 멈칫하더니 임광요와 임범에게 시선을 돌렸고, 결국은 임광요에게 고정되었다. 필경 모든 이들 눈에 임범은 그냥 병신 데릴사위일 뿐, 왕 매니저님과 같은 분이 이런 인물에게 조심스러울 리가 없을 테니, 그럼 남은 건 임광요 한사람일 뿐이다.
  • “저요!”
  • 임광요는 서스름없이 대답했다.
  • 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왕 매니저님과 모든 웨이터들이 모두 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 “성세 클럽을 대표하여 고객님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저희 누님 혈장미께서 진귀한 술을 선물로 드리려 합니다, 부디 받아주세요! 또한 고객님께 한마디를 대신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 말을 끝낸 왕 매니저는 열광과 흥분된 눈빛으로 그를 향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 “10년 전,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