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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용서를 빌자!

  • 혈장미가 장미왕좌에서 내려오자 1층에 있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 이들의 시선은 혈장미에게로 향했다. 혈장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으며, 마치 두려워하는 상대 혹은 일을 맞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 1층은 수근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슈트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인파 속에서 우르르 뛰쳐나와 혈장미 앞에 순식간에 도착했는데 족히 10명은 넘는 인원이었다. 우르르 모인 그들은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겼고, 마치 폭도마냥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 “누님, 무슨 일이십니까?”
  • 앞에 서 있던 다부진 몸매, 철탑과 같이 살기를 내뿜던 그 건장한 남자가 물었다. 이 남자는 혈장미의 수하로, 제1 장군이라는 호칭을 가진 “흑호”였다! 언더그라운드의 복싱왕으로 불리는 이자는 독하기로 J시에서 유명하다.
  • 순간, 음악 소리는 사라지고 정적이 흘렀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혈장미한테 고정되었다.
  • 경악! 의혹! 모든 이는 혈장미가 이런 표정을 드러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 “어서! 클럽을 비워! 보스가 도착하셨어!”
  • 뭐?!
  • 흑호를 막론하고 주위에 있던 모든 손님들도 혈장미의 말을 듣고는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 보스?
  •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혈장미가 보스라 칭하는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 화악! 순간 1층의 손님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혈장미는 곧 말을 이었다.
  • “흑호, 808번 룸을 지켜, 그 누구든 보스를 방해하게 하지 마!”
  • 808번!
  • 그녀의 한마디에 모든 이의 시선은 2층의 룸으로 향했고,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가 출렁이는 느낌이었다. 저 룸에 J시를 뒤흔들 수 있는 큰 인물이 계시다니!
  • 하지만 808번 룸에 있는 모든 이들은 이를 알 리가 없었고, 모두가 비웃음과 경멸의 눈빛으로 임범을 노려보기만 했다.
  • “미쳐! 이 사람이 우리 백이 여신님의 남편이라고? 세상에, 너무 수준이 안 맞잖아! 더군다나, 이건 너무 심각한 수준이야!”
  • “그러게 말이야! 옷차림 좀 봐봐, 망신당하러 온 거야?”
  • “... ”
  • 이곳저곳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룸에 울려 퍼졌고, 10여 명이나 되는 동창들이 임범을 비웃고 놀렸는데,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잘 들렸다. 지금 이 순간 임범은 모든 이의 입에 오르락 내리는 웃음거리였다.
  •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온청은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 ‘흥, 그렇게 오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말 안 듣더니 꼴좋네! 쪽팔리고 난감하지? 흥!’
  • 뒤늦게 온청은 손짓을 하며 낄낄대며 임범을 비웃는 동창들을 제지시키고는 소개했다.
  • “여러분, 소개할게. 이분이 바로 우리 학교 백이 여신님의 남편, 임범이야!”
  • 풋!
  • 말이 끝나기 바쁘게 룸에는 야유와 비웃음으로 가득 찼다. 또한 온청은 계속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
  • “방금 오는 길에 차 사고가 났는데, 치인 차가 천용그룹의 황태자 서자항과 회장님의 외동아들 장천의 람보르기니래. 더 중요한 건 그 사고친 놈이 임범이란 거야!”
  • 뭐라고?
  • 온청의 말을 들은 모든 이는 너무 놀라서 멍해지기 시작했다.
  • 감히 서자항과 장천의 람보르기니를 추돌하다니!
  • 세상에, 그 악덕 금수저들의 명성을 누가 모르겠어.
  • 그런데 이 미친놈이 그 두사람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당당하게 동창회에 발을 들이다니! 이건 우리를 해치는 거잖아.
  • 순간, 주위는 온갖 불만과 욕설로 뒤덮였고, 임범을 향한 시선은 마치 어릿광대를 쳐다보는 듯했다. 모든 이의 감정은 격앙되었다.
  • “온청, 너... ”
  • 백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룸에 들어오기 전 온청에게 사고 얘기를 했던 것은 같이 방법을 생각해달라는 것뿐이었는데, 뒤돌아서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다니!
  • “백이야, 걱정 하지마! 반장이 천용그룹 부서 과장이잖아. 서자항 도련님과도 사이가 각별해서 잘 해결해줄 거야. 그가 나선다면 아무일도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
  • 온청은 말하면서 금테 안경을 쓴 준수한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 “반장, 내 말이 맞지?”
  • 임광요!
  • 학청시절 백이의 열렬한 구애자 중 한명이었던 반장.
  • 임범은 그가 백이에게 여러 번 꽃을 선물하고, 심지어 대놓고 백이 집으로 찾아가 배웅하려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온청의 말을 듣고 있던 백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그제야 임광요가 천용그룹에 출근하고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가 서자항과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여 안절부절한 기색이 역력하며 조심스럽게 임광요에게 물었다.
  • “반장, 서자항한테 얘기 좀 해줘. 임범은 진짜 고의적으로 사고 낸 게 아니야!”
  • 기회다!
  • 백이의 긴장된 얼굴을 본 임광요는 미친 듯이 기뻐했고,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 여신님이 내게 부탁을 하는 날이 다 오다니!
  • 저 병신을 위해 사정해달라고? 꿈 깨!
  • 임광요는 속으로 비웃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 “백이야, 괜찮아! 간단한 일이야, 도련님한테 얘기해놓을게!”
  • “진짜? 너무 잘됐다!”
  • 대답을 들은 백이의 얼굴엔 드디어 희색이 감돌았고,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임광요에게 말했다.
  • “반장, 진짜 너무 고마워!”
  • 백이는 감격에 겨워했지만, 임범은 바지 주머니에서 몰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임광요를 발견했다. 더 생각할 필요가 있겠는가, 임범은 그자가 서자항에게 보고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으며, 임광요를 바라보던 임범의 눈빛은 더 싸늘해졌다.
  • ...
  • 같은 시각!
  • 임광요가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 온 도시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부 부서, 형사 계통의 차들이 거리 곳곳을 누비며 벤츠를 찾고 있었고, 천용그룹의 고위 간부들도 비싼 외제차를 타고 거리를 돌며 임범과 백이를 찾고 있었다.
  • 10분!
  • 20분!
  • 30분!
  • 시간이 흐를수록 서자항과 장천의 이마엔 땀이 맺혔고, 수도꼭지를 튼 것마냥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아버지는 몇 분에 한 번씩 전화 와서는 욕설을 퍼붓는 데,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 “빌어먹을! 임범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우리 아버지가 이토록 두려워하는 거야!”
  • 서자항의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 아버지가 말하길, 임범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는 집에서 쫓겨나고 호적도 파여 버려질 거라고 했다. 서자항뿐 만 아니라, 옆에 있던 장천도 놀라서 울음을 터트릴 지경이다. 그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서자항을 바라보며 말했다.
  • “자항 형, 이제 어떡해요? 아버지가 말하길, 임범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죽여버리겠대요. 정말 진심이에요!”
  • 공포!
  • 장천은 어려서부터 광기로 뒤덮여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만약 그가 임범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장천의 말을 듣고 있던 서자항도 머리가 삐쭉 설 지경이었다. 그가 장천을 위로하려고 하던 바로 이때!
  • 띠딩!
  •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소리가 들려왔다.
  • “젠장, 도대체 어느 새끼야! 소식이 있으면 전화를 하면 되지! 왜 문자하고 난리야!”
  • 서자항은 더 화가 나서는 욕설을 퍼부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임광요가 보내온 메시지였다.
  • “임광요 이 새끼가 지금 이런 순간에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 중요한 일이 아니기만 해봐, 죽여버리겠어!”
  • 서자항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메시지를 클릭했다.
  • 쿵!
  • 메시지를 확인한 서자항은 몸을 으스스 떨며 이룰 수 없는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 “찾... . . 찾았어!”
  •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했고, 마치 진귀한 보물이라도 얻은 듯 흥분하기 시작했다.
  • “어서! 모든 사람에게 전해! 임범이 성세 클럽에 있어! 젠장, 어서 용서를 빌러 가자! 빨리!!!”
  • 와르륵!
  •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무수히 많은 차량들이 미친 것마냥 출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