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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장미왕좌! 혈장미!

  • 임범!
  • 환구그룹의 신임 회장!
  • 임범의 사진을 보고 있는 서천용의 마음은 곧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는 궁극의 보스가 아니던가,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 따르릉!
  • 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 응?
  • 서천용은 눈썹을 들썩였고,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이 아들인 서자항이라는 것을 보고는 귀찮은 듯한 내색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 “말해!”
  • 서천용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다만 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버지, 살려주세요! 저 죽을 뻔했어요. 꼭 복수해주세요!”
  • 뭐!
  • 서천용은 아들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색이 확 변했다.
  • J시에서 서천용을, 천용그룹을 모르는 자가 없을 터, 감히 누가 내 아들을 건드려 심지어 죽을 고비까지 맛보게 했다니!
  • 이... 죽으려고!
  • 서천용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져 갔다.
  • “무슨 일이야? 누구 짓이야?”
  • 그는 마치 사나운 호랑이마냥 끌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 이 말을 들은 서자항은 너무나 기뻤으나 여전히 무서움에 떨고 있는 척하며 대답했다.
  • “아버지, 저 방금 벤츠 차에 치일 뻔했어요! 제 람보르기니가 정말히 망가지고, 저도 죽을 뻔했어요!”
  • 쾅!
  • 서천용의 몸은 뿜어져 나오는 살기로 뒤덮여 있었고, 마음속의 살의와 분노는 점점 커져갔으며 이뿐만이 아니다.
  • “아버지, 나를 친 사람은 백 씨 가문 사람이에요! 운전한 놈이 백 씨 가문의 그 병신 데릴사위 임범이에요! 꼭 복수해주세요! 당장 그 녀석을 잡아와서 차에 치이는 게 어떤 느낌인지 내가 단단히 느끼게 해 줄 거예요!”
  • 뭐!
  • 임... 임범?
  • 그 이름을 듣자 서천용은 벼락을 맞은 듯 머리가 아찔해지며 실신할 뻔했다.
  • 그는 재빨리 컴퓨터 앞으로 가서 임범의 정보를 다시 보는데 눈꺼플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서천용은 나지막이 물었다.
  • “아들, 자세히 말해봐. 그 임... 임범이라는 사람이 백이 남편이니?”
  • 응?
  • 서자항은 멈칫했다. 아버지가 그 사람을 알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나 얼른 대답했다.
  • “맞아요, 아버지. 바로 그 자식이에요! 당장 혼내주세요, 죽여주세요!”
  • 정적!
  • 이 순간, 서자항은 그 말을 듣고 난 아버지가 소리 없이 조용해진 것을 발견했다.
  • 특히 “후후후”하고 호랑이가 노한 것 같이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 “아버지, 왜... ”
  • 서자항은 궁금해서 바로 물었다.
  •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서천용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이 미친 자식이! 네가 이 아비를 죽이려고 작정한 거냐! 지금 당장 임범님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해! 만약 용서받지 못한다면, 내가 제일 먼저 너를 죽여버리겠어!”
  • “뚜뚜뚜... ”
  • 고막이 터질 듯한 욕이 끝나자 통화는 종료되었다.
  • 서자항:“... ”
  • 그는 머리가 텅 빈 느낌이었다. 분명 죽을 뻔한 건 난데, 왜 내가 임범 그 자식에게 무릎 꿇고 사과를 해야 하지?
  • 이 무슨... 내가 친 자식은 맞는 거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 서자항이 멍한 얼굴로 서있을 때, 어렴풋이 옆에서 통화하고 있던 장천의 전화기에서도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욕이 들려왔다.
  • “장천! 이 못난 놈, 너 큰일 저질렀어! 돌았나 이게, 감히 임범님을 건드리다니! 빨리! 당장 가서 임범님에게 사과해, 아니면 넌 더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멀리 꺼져버려, 난 너 같은 자식 둔 적이 없어!”
  • 장천:“... ”
  • 종료된 전화를 바라보던 장천도 내 친아버지가 맞냐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 특히,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서자항을 보니, 두 사람의 마음은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했다.
  • “자... 자항 형! 우리 큰 사고를 친 것 같아요!”
  • 여태껏 제멋대로 살아온 두 사람은 순간 머리가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 자신들의 아버지가 이 정도로 두려워하는 임범이 도대체 어떤 공포스러운 인물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 “어서!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임범을 찾아, 어서! 임범이 우리를 찾을 때가 되면 그날이 우리 제삿날일지도 몰라!”
  • 서자항은 흠칫하고 놀라며 공포와 절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 순간! 두 사람은 뜨거운 솥 가마 위의 개미마냥 자신의 모든 인맥에게 전화를 걸며 임범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 아마 임범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 지금 이 순간, J시 전체가 자신 때문에 천지개벽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걸.
  • ...
  • 밤은 깊어져 가고 있었고, J시 최고의 성세 클럽은 여전히 화려한 등불로 뒤덮여 많은 사람들을 맞이했다.
  • 이때, 벤츠 한대가 성세 클럽 문 앞에 멈추며 남녀 한쌍이 차문을 열고 내렸는데 이는 바로 임범과 백이었다.
  • 백이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에는 짙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필경 J시의 두 악덕 황태자를 한 번에 건드렸으니 말이다. 앞으로 닥칠 일들을 생각하니 백이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 “백이야, 왜 이렇게 늦었어?”
  • 이때, 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 여자는 백이의 동창이자 절친인 온청이었다.
  • 그녀는 백이 옆에 있는 임범을 보고는 미간을 지프리고 짙은 혐오와 경멸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왜 임범까지 데리고 왔어? 이 거지차림은 또 뭐야, 너무 초라하잖아. 친구들이 비웃을가 봐 두렵지도 않아?”
  • 온청은 직설적으로 가차 없이 말을 했고, 이는 백이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또한 백이가 대답도 하기 전에 임범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보며 도도하게 말을 이었다.
  • “이봐! 촌뜨기 주제에 여기 왜 온 거야? 오늘 우리 동창 모임인 거 몰랐어? 다른 친구들이 너를 보면 백이 체면이 뭐가 되겠어? 어서 꺼져! 진짜 역겨워죽겠어!”
  • 온청의 말은 가시로 가득 찼고 날카로웠으며 각박하기 그지없었다.
  • 이를 들은 임범은 미간을 살짝 지프리며 대답했다.
  • “네가 뭔데 가라마라 하는 건데?”
  • 뭐라고!
  • 임범의 대답을 들은 온청과 백이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들의 인상 속의 임범은 비굴하고 나약했으며, 누군가가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해도 웃는 얼굴로 맞이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가차 없이 반격할 줄은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 “너... 너!!!”
  • 온청은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손가락으로 임범을 가리켰으나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숨을 크게 쉬어 분노를 잠재우고는 화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
  • “좋아! 창피하지 않다면 들어와! 오늘 네가 주제 파악 좀 하게 세상 물정을 좀 보여주겠어! 인당 200만의 소비인데, 고마운 줄 알아!”
  •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더는 임범을 쳐다보지조차 않고 백이를 끌고 클럽으로 향했으며 임범은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고는 그 뒤를 따랐다.
  • 성세 클럽! 이는 미식과 오락이 일체화되어 있는 고급 클럽이며, 1층은 라운지 바이다. 막 들어서자마자 곧 머리가 울릴 정도의 음악소리가 들렸고, 시끄럽고 어두운 곳곳에 있는 모든 이는 고삐 풀린 야생마마냥 자신의 몸을 흔들고 있었다.
  •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분위기!
  • 바에 발을 들인 임범은 저도 모르게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테이블에 시선이 갔다. 그 테이블은 바의 제일 높은 곳에 있었으며, 전 관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 테이블은 마치 왕좌같이, 우러러봐야만 하는 높은 곳에 있었다. 뿐만 아니라 큰 테이블에는 오직 빨간색 롱 원피스를 입은 여자뿐이었다. 그녀는 클럽 내의 여왕마냥 고운 손으로 와인잔을 흔들며 음미하고 있었는데, 풍기는 분위기와 그 고귀함은 사람을 설레게 만들었다.
  • 앞에서 걸어가고 있던 온청은 임범의 시선을 눈치 채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 “촌놈아, 처음 봤지? 저곳은 성세 클럽의 장미왕좌이자 이곳 주인인 혈장미님의 전용 테이블이야! 그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앉을 수가 없어!”
  • 혈장미!
  • 임범에게는 낯선 단어였지만 J시 사람이라면 혈장미를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 사람 죽일 때 피한방울 보이지 않지만, 피를 본다면 반드시 끝장을 보는 혈장미는 J시에서 어둠의 세계까지 휘두를 수 있는 명성이 자자한 큰 인물이며, 감히 그녀를 건드리는 자가 없었다.
  • 백이 또한 그 이름을 듣자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하며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 온청과 함께 2층으로 향했지만 뒤따르던 임범은 눈썹을 찡그렸다. 왠지 모르게 “혈장미”라 불리는 여자가 낯익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임범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신경을 끄고는 두 사람을 뒤따라 2층으로 향했다.
  • 같은 시각, 장미왕좌에서 와인을 음미 중이던 혈장미는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놀랍고 감격하고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당신이 내 보스였군요!”
  • 혈장미는 손에 들려있는 사진 속의 남자를 바라보며 10년 전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녀는 어린 소녀일 뿐, 가문에 큰 재앙이 닥쳤고 부모님과 친인 모두 국제 흉악범에게 보복 살해를 당했었다. 그녀도 반드시 죽을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때 13, 14살가량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나타나, 민첩하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수법으로 족히 32명이나 되는 킬러들을 친히 처리해버렸으며, 그들의 보스조차 소년에게 죽임을 당했다.
  • 그 소년 덕분에 여태껏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었다!
  • 혈장미는 그 소년의 앳되고 강인한 얼굴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었기 때문이다.
  • 현재 성세 클럽의 주인이 되었음에도 끊임없이 소년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위에서 보내준 사진을 보고서야 그 소년이 자신의 배후에 있는 주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 “비록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한순간도 당신의 얼굴을 잊은 적이 없어요!”
  • 혈장미는 사진을 보며 기쁘고 혼란스러웠다.
  • 사진 속의 남자가 바로... 임범이었다!
  • 이때, 혈장미는 2층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온몸이 흠칫하며 눈을 의심했다.
  • “저... 저 사람은... ”
  •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에 들고 있는 사진과 2층으로 향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비교하기 시작했고,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확 변하며 미친 것 마냥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