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AS 폐렴의 폭발은 J시 주민들에게 있어 뜻밖의 재난이지만 제약기업에겐 얻기 힘든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만약 AS 폐렴의 치료방법을 연구해낸다면 아주 짧은 기간 내로 J시와 주변 인근 도시의 약품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다!
더욱이 백씨 기업 내부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장남 백해, 차남 백천, 막내 백산!
만약 이 세사람 중 누가 먼저 치료 방안을 찾아낸다면, 이후 기업 내부에서의 권력과 지위는 말 안 해도 뻔한 상황이다.
“자네들도 소식 다 접했겠지? 큰 도련님께서는 이미 한의원 의사 선생님이랑 처방전을 만들었나 봐. 이 처방전으로 AS 폐렴 바이러스를 1개월간 소멸할 수 있대!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지만, 이만하면 아주 대단한 성과잖아!”
“하하... 둘째 도련님도 대단해! 많은 해외 전문가를 모셔서 서약 처방전을 만들었어, 물론 이 처방전도 AS 폐렴 바이러스를 보름 동안 소멸할 수 있대!”
“허허, 큰도련님과 둘째 도련님은 역시 백씨 기업의 기둥이야! 그저, 막내 도련님 백산은 이번에 좀 비참하지! 듣기로는, 그가 섭외한 한의원 의사와 해외 전문가들이 함께한 연구가 모두 실패했다지 뭐야!”
“... ”
백씨 기업의 고위층들이 한참 의론하고 왁자지껄하는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서열 1위 백해와 서열 2위 백천이다.
그들이 짧은 시간 동안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낸 사실을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정말히 치유할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나마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평소 가뜩이나 푸대접 받는 막내 백산은 이번의 연구에도 실패해 모두의 웃음거리가 돼가고 있었다.
주위의 비웃음 소리를 듣고 있던 백산은 주먹을 꽉 쥐더니 얼굴에는 어두움과 실망이 진하게 드러났다. 그는 이미 아버지한테 호되게 꾸중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백산 뒤에서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을 지켜보던 백이는 속으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에 우리 어쩌면 가문에서 쫓겨나겠지?”
이때 백이의 머릿속엔 자신도 모르게 임범 생각이 났다.
“만약 그가 있다면, 오늘 기적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백이는 곧 아니라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이번 처방전 조제에 참석한 분들은 다 유명한 한의사들이었고 어제 임범의 행동에 조금 기대도 해보았지만 그가 신도 아니고 의학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 곧 시끄러운 소리를 뚫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하하하... 막내야, 이번에는 어때? 수확은 있고? 처방전은 갖고 왔겠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첫째 백해와 둘째 백천이 나란히 나타났다. 그 뒤로 그들의 자녀들이 함께 들어왔다. 다만 이들은 백이와 백산을 비웃음과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큰... 큰 형! 둘째 형!”
백산은 살짝 겁먹으며 일어나 인사했다. 백산의 한껏 주눅든 모습에 백해와 백천은 조소가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앉아봐!”
백해는 백산의 어깨를 툭 치더니 웃으며 말했다.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해도 괜찮아, 아버지한테 한 번 혼나면 그뿐이지 뭐! 괜찮아!”
그러면서 백해는 자신의 아들 백일범을 가리키며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나 이번에 일범이의 덕을 많이 봤어! 쟤가 직접 나서서 한의원 전문가를 찾아 억제 처방전을 연구해낸 거야! 아까 아버지도 일범이를 칭찬하지 뭐야! 하하하하... ”
얼핏 들으면 백산을 위로하는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아들을 자랑하는 게 그의 주요 의도다. 아니나 다를까 이 말을 듣던 주위의 고위층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아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주 있는 힘껏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고 있다!
이들의 아부에 백해 부자의 얼굴에 교만함과 희색이 가득했다. 어디 그뿐 인가! 웬 소녀가 백이한테 다가와 얘기했다.
“어머~ 똑 부러진 우리 사촌 언니 이번엔 왜 삼촌 도와 못 주셨어? 언니 J시 여신이잖아! 언니가 나서면 수많은 한의원 의사와 서의 전문가들이 나서줄 텐데, 다들 언니와 식사 한번 하고 싶어 안달나 할텐데?”
가시 돋친 소녀의 말에 백이는 화를 냈다.
“야, 백연 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소녀의 이름은 백연, 백천의 딸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미모, 학력 능력까지 뛰어난 백이에게 열등감을 느꼈다. 거기에 백씨 기업의 사장 자리마저 백이와 백연 둘이서 경쟁했지만 결국 백연은 사촌 언니 백이한테 완패했다. 하지만 이는 그녀로 하여금 백이한테 더욱 앙금이 남게 만들었다. 그러니 백연이 백이한테 더욱 도발하며 시비 거는 거다.
“흥! 말이 심하면 뭐! 네가 뭘 어쩔 건데!”
“난 이번에 서의 전문가들한테 연락해 바이러스 억제하는 약제 만들었단 말이야! 할아버지도 아까 나를 칭찬하셨어!”
“그렇지만 너는? 넌 뭐 했는데! 네 그 무능한 남편은 뭐 한 거야! 우리 백씨 가문에 비웃음거리가 되고 맨날 놀고먹는 주제에!”
“내가 봤을 땐 말이야, 너와 네 무능한 남편은 오늘부로 아마 우리 가문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어! 하하하... ”
백연은 깨고소하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고 곧이어 자신의 아빠와 함께 자리에 착석했다. 이를 본 백산은 입가에 씁쓸함과 답답함이 묻어났다. 그와 백이도 분명 큰형과 작은 형으로부터 오는 악의를 느꼈고 그들은 기필코 이 일을 가지고 그들 일가족을 백가에서 쫓아내려고 할 것이다!
이를 생각하던 백산은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순간, 그는 어젯밤 임범이 했던 말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주머니?”
백산은 자기 호주머니를 만지더니 티슈 뭉치를 꺼냈다. 티슈는 이미 뭉쳐져 쭈글쭈글했고, 그 위에 아이브로펜슬을 이용해 적힌 내용이 있다.
“환혼단 만들기: 들깻잎 10g, 까마중 8g, 계내금 5g... ”
티슈에는 글자가 빽빽하게 각종 약재와 사용 그램수가 쓰여 있었다!
이를 본 백산은 빙그레 웃기 시작했고 그 뒤에 앉아있던 백이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빠, 이건 어디서 난 거예요?”
“환혼단이라니? 이건 또 뭐예요? 왜 티슈에 쓰여 있는 거예요?”
백이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백산을 보고 있었고 백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젯밤 임범이가 화장실에서 쓴 거야! 술 마시며 나보고 오늘 꼭 꺼내보라고 했어!”
뭐라고! 임범이가 화장실에서 쓴 거라고? 백이는 갑자기 머리가 찡해났다. 하지만 그녀가 반응도 하기 전에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사촌 동생 백연은 백산 손에 있던 티슈를 훅 뺏어갔다.
“흥! 이건 또 무슨 꼼수래? 내가 보아하니 그 무능한 형부도 생각처럼 너무 모난 것도 아니네?”
백연의 얼굴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찼고 그 위에 써져있는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환혼단! 어머 세상에, 중2병 걸린 거야? 죽은 사람이 살아나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비법: 들깻잎, 까마중, 계내금... 하하하, 이건 또 뭐래!”
말하더니 백연은 손에 들고 있던 티슈를 흔들며 사람들을 보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다들 보셨죠? 이건 바로 우리 못난 형부 임범씨가 우리 삼촌한테 드린 묘책! 환혼단이에요!”
펑! 이 말을 듣던 백씨 기업 고위층들이 순간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임범이라는 이름 그들은 들어봤기 때문이다!
백씨 집안의 가장 유명한 기생충과 못난 놈!
직장 없고, 능력 없고, 매일 밥하고 설거지만 하는 데릴사위!
그러자 그들은 분분히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백이야, 네 남편 혹시 소설을 너무 본거 아니야? 이런 쓰레기를 묘책이라고 내놔?”
“그러니까 말이야! 환혼단이라니! 설마, 자기가 마음대로 적어본 내용이 한의원 의사와 해외 전문가들의 연구와 감히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자기 주제를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