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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백골의서! 환혼단!

  • 벤츠 승용차가 평온하게 도로를 달리고 있다.
  • 하지만 조수석의 백이는 낯색이 복잡하고 정신이 혼미한 티가 팍팍 났다.
  •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혈장미! 흑호! 악덕 도련님들! 이런 캐릭터 하나하나가 결코 작은 백씨 그룹 사장인 그녀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 그런데 지금은 이런 거물들이 남편에 대한 경외심이 대단하다.
  • 백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 그녀가 고개를 돌려 조용히 차를 운전하는 임범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남편은 베일에 싸인 듯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느껴진다.
  • “여보 왜 그래?”
  • 임범은 백이의 시선을 감지한 듯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 “당신 나한테 솔직히 말해봐, 정말로 혈장미 구해줬었어?”
  • 백이는 임범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 혈장미 같은 사람은 이들이랑은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이다. 백이는 정말 상상할 수가 없다, 평범한 임범이 어떻게 그 대단한 사람의 생명의 은인인 건지.
  • 임범은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 “그건 10년 전 일이야! 난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그녀를 구한 건 의도치 않은 일이었어!”
  • 백이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그런 신비로운 여자와 엮이는 걸 좀처럼 원치 않았다.
  • “그래 좋아! 이번은 혈장미가 당신 도와줬으니 그때 은혜를 이미 갚은 거야!”
  • “앞으론 연락할 일 없겠네!”
  • 이 말을 하던 백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 “그럼 서자항과 장천은 어떻게 된 일이야?”
  • “아무리 봐도 당신을 엄청 두려워하는 표정이었단 말이야.”
  • 백이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 필경, 임범은 두 사람의 람보르기니를 정말 엉망으로 만들었고, 두 악덕 도련님의 성격으론 미친 듯이 복수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사정을 봐준 건데 어쩜 임범한테 용서를 구하는 걸까.
  • 여기까지 생각하던 백이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 “당신 혹시 천용 그룹 회장님 서천용이랑 아는 사이야?”
  • “아니, 모르는 사람인데?”
  • 임범은 빙그레 웃었다.
  • “그런 거물급 인물들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 백이는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도 서천용은 기침만 해도 J시를 뒤흔드는 인물임을 알기에, 임범과 알고 지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백이는 잘 몰랐다.
  • 임범의 뜻은, 서천용의 체급이 너무 낮아 도시가 살짝 흔들리는 수준으로는 자신과 알고 지낼 자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 임범의 눈에 서천용은 그저 몸뚱어리가 조금 큰 개미일 뿐이었다.
  • 얼마 안 돼 벤츠 승용차가 유엔빌리지로 운전해 들어갔다, 여긴 임범과 백이의 집이다.
  • 집에 금방 들어서니 임범은 무거운 표정으로 뭔가를 얘기하는 장모님 심옥매와 장인어른 백산을 보았다.
  • 하지만 임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장모님 심옥매는 콧방귀를 뀌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 “흥! 네놈은 무슨 배짱으로 백이 동창회에 간 거야, 남들에게 찬밥 신세 당할 게 뻔한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 그러면서 심옥매는 식탁을 가리키며 차갑게 얘기했다.
  • “임범, 찬밥과 찌개를 남겼으니 얼른 가서 먹어! 먹고 설거지 깨끗하게 해놔!”
  • 찬밥과 찌개라니! 백이는 얼굴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엄마와 따지려 하였지만 임범은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 “네! 그럴게요. ”
  • 손 씻으러 화장실로 향하던 임범은 식탁을 지나치며 힐끗 보았더니 식탁 위엔 찬밥과 찌개가 아닌 장모님께서 손수 하신 정교한 반찬 두 가지가 있었다.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반찬들이었다. 말은 안 해도 임범은 알고 있다. 장모님은 자신이 동창회에서 남들에게 찬밥 신세 당하며 눈치 보여 굶고 왔을까 봐 신경 써서 밥상을 챙겨주었다는 것을.
  • 장모님의 선의는 임범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였다.
  • 그는 장모님이 말은 모질게 하여도 마음은 참 착한 분이신걸 알고 있다.
  • 입으로는 모질고 심한 말을 하여도 마음은 참 착한 사람인 걸, 또 진심으로 임범을 가족처럼 대하는 분이신걸 잘 알고 있다.
  • “걱정하지 마세요, 저 꼭 가족들의 자랑이 될게요!”
  • 임범은 빙그레 웃으며 손 씻으러 갔다.
  • 손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가던 임범은 아내와 장인 장모님의 대화를 얼핏 듣게 되었다.
  • “아빠! 엄마! 왜 그래요? 왜 이렇게 울상이에요? 뭔 일 있으신 거예요?”
  • 백산은 한숨만 푹푹 쉬더니 말이 없었다. 오히려 심옥매가 감정이 격해져 대답했다.
  • “회사 일 때문이지 뭐! 요즘 J시하고 주변 도시에서 전부 AS 신형 폐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대! 큰 병원과 제약그룹들이 모두 치료 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 “할아버지는 세 형제더러 함께 전문가들을 찾아 처방전을 만들라고 하셔! 누가 먼저 만들어 내면 회사내에서도 좋은 지위와 발전을 가질 수 있대!”+
  • “그런데 오늘 네 큰아버지가 한의원 의사 선생님이랑 처방전을 만들었나 봐. 네 작은 아버지는 서양 전문가를 모셔서 서약 처방전을 만들고 말이야. ”
  • “유독 네 아빠만 아무런 성과도 못 얻었어. 내일 가문 미팅을 하는 날인데 그렇게 되면 네 아빠는 할아버지한테 엄청 혼나게 될 거야!”
  • 심옥매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 백씨 그룹은 제약, 화장품, 의류 등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활약하고 있는 종합적 그룹이다.
  • 백씨 영감이 그룹 내의 지위가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는 백산 삼형제다.
  • 다만,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일가는 그룹 내 자원을 거의 80% 정도를 장악했고, 백산, 백이 일가의 대우가 제일 나빠 항상 따돌림과 탄압을 받아왔다.
  • 하도 백이 업무 능력이 출중해 화장품 회사를 일구어 내길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백산 일가는 아마 백씨 그룹에서 진작에 쫓겨났을 것이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일 백산 가족이 효과적인 치료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여전히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가족들에게 짓눌려 지위가 위태로울 것이다.
  • “AS 신형 폐렴?”
  • 화장실에 있던 임범의 눈이 반짝거렸다.
  • 그는 당연히 이 폐렴을 알고 있었다.
  •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수십만 명의 생명을 빼앗아갔고, 세계 의학계에서 '치명적인 감염병 TOP10'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 심지어 세계적인 공황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혈옥 멤버들도 적잖게 감염됐었다.
  • 그때 수많은 일류의 의학전문가들이 아프리카에 모여 수개월간 연구했지만 제대로 된 치유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 결국! 임범은 꼰대가 남겨준 “백골의서”를 통해 “환혼단”을 만들어 냈으며 72가지 한약을 조합해 만든 약이 철저히 AS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었다.
  • 이약으로 혈옥 멤버들과 세계 수많은 사람을 구해냈다!
  • 다만 임범은 이 바이러스가 몇 년이 지난 지금 J시에서 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미처 예상치 못했다.
  • 이쯤 생각하니, 임범은 일치의 망설임도 없이 백이의 파우치에서 아이브로 펜슬을 꺼내 티슈에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 5분 뒤 임범은 손을 씻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 “범아, 이리 와서 나랑 술 한 잔 하자!”
  • 백산은 식탁에 앉아 있다가 기분이 안 좋은 듯 임범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 이 말에 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인 백산 맞은편에 앉았다.
  • 늙은이와 젊은이 둘이서 한잔 두 잔 받기 시작했다.
  • 백산의 성격은 나약하다.
  • 한평생 아버지와 두 형님의 그늘에 갇혀 살다 보면 거의 매일 왕따를 당하게 된다.
  • 임범은 조용히 장인의 불평과 불만에 귀 기울였다.
  • 한잔 또 한잔! 백산이 마시면 마실수록 흥이 오를 때 즈음, 임범은 손에 든 티슈를 백산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 “아버님, 내일 미팅하실 때 주머니 만져봐요 꼭!”
  • 응?
  • 백산은 임범의 뜬끔없는 한마디에 어리둥절 했지만, 티슈 한 뭉치에 별다른 눈치를 채지 못했다.
  • “범아, 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내가 비록 능력은 없지만, 예전과 다름없이 너와 백이를 먹여 살릴 수 있어!”
  • “걱정하지 마! 설령 이후에 백가에서 쫓겨나, 고향에 돌아가 분식집을 꾸리더라도 우린 행복하게 잘 살수 있어!”
  • 백산은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기도 했다.
  • 하지만 왠지 임범의 말은 마치 신기한 마력을 가진 것 마냥 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메아리가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