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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무염 대군, 군무염

  •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보니 영의정의 손을 잡은 이는 뜻밖에서 대주 황제의 일곱 번째 아들 무염 대군, 군무염의 호위 무사 천청이었다.
  • 곧이어 싸늘하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소문풍, 후궁은 네가 여식을 교육하는 곳이 아니다!”
  • 사람들이 옆으로 비켜서며 한 갈래 길을 만들었다. 무염 대군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다른 한 호위 무사가 휠체어를 밀고 천천히 인파 가운데로 다가왔다.
  • 군무염?
  • 소지유는 눈앞의 사람을 보고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그녀는 세상에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붓으로 그린듯한 눈썹에 하늘의 별을 담은 눈.
  • 그가 옥과도 같다고 하려니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어 윤기가 돌지 않았고 그가 신명 같다고 말하자니 눈빛이 깊고 그윽한 것이 어딘가 모를 사악함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소지유는 속으로 감탄했다.
  • “그림에서만 볼 수 있는 미모야. 이 세상 얼굴이 아님이 틀림없어.”
  • 소지유는 마음 놓고 군무염을 훑어봤다. 그러다 그의 두 다리에 시선이 가자 멈칫했다.
  • 소지유가 군무염을 보고 있을 때 군무염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의 어깨 상처가 아직도 살짝 아픈데 생각밖에 눈앞의 이 여자는 이미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 군무염은 심란한 듯 얼굴을 돌려 영의정을 바라봤다.
  • 영의정은 속이 철렁 내려앉으며 황급히 죄를 사해달라고 빌었다.
  • “저하,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소인... 소인이 추태를 보였사옵니다. 소인은 안세자의 병세에 누가 될까 봐 그리하였사옵니다.”
  • 하...
  • 소지유는 싸늘하게 코웃음 쳤다. 이게 어디를 봐서 안세자의 병세를 걱정하는 것일까? 영의정은 명백히 그녀로 인해 소씨 가문이 처벌받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 영의정이 방정맞게 입을 놀린 탓인지 말을 마치자마자 청단이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 “세자 저하, 세자 저하!”
  • 안친왕비도 조급하게 외쳤다.
  • “비삼아! 비삼!”
  • 소지유가 바라보니 안세자의 안색이 자줏빛이 되어 숨을 몰아쉬나 시종 호흡이 가빴는데 이는 천식의 증세였다.
  • 소지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달려가서 구조하려는 찰나 소지연이 그녀를 잡아끌며 한쪽으로 큰소리로 외쳤다.
  • “어의가 왔다!”
  • 어의원 부원장 여공청이 약상자를 들고 다급히 인파 속으로 뛰어왔다.
  • “여 어의, 얼른 우리 비삼이를 구하시오, 얼른 구해주시오!”
  • 안친왕비는 급한 나머지 눈물을 줄줄 흘렸다.
  • 여공청은 한편으로 안세자를 바닥에 눕히고 한편으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
  • “소신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반드시 그러하겠나이다.”
  • 그는 맥을 짚고 침도 놓았으나 얼마 후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 “황후마마, 왕비마마, 죽여주시옵소서, 소신이 최선을 다했으나 세자 저하께서... 승하하셨사옵니다!”
  • 승하?!
  • 죽었다고?!
  •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방금 구해서 살아난 사람이 왜 갑자기 또 죽은 걸까?
  • 황후마마가 제대로 묻기도 전에 소지연이 갑자기 소리쳤다.
  • “너다, 네가 한 짓이다! 네가 안세자를 두드려서 이렇게 된 것이야! 흑흑, 아버지, 셋째 동생이 우리 집안을 죽이려 하옵니다!”
  • 사람들의 아니꼬운 시선이 소지유를 향했다.
  • 여 어의가 황급히 물었다.
  • “두드렸다니? 그것이 무슨 소리지?”
  • 소지연은 얼른 소지유의 “악행”을 얘기해줬고 여 어의는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 “아이고, 안세자는 어려서부터 천식을 앓아 심폐가 가장 약하다네. 조금의 압박도 견딜 수 없소. 네... 네가 의술도 모르며 함부로 행동하여 안세자를 해쳤다!”
  • 소지유는 눈썹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확실히 안세자에게 숙환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 “제가 한 번 볼게요!”
  • 소지유가 검사하려 했으나 영의정이 그녀를 밀쳐내며 호통쳤다.
  • “보긴 뭘 보느냐, 아직도 소씨 가문을 해친 것이 부족하단 말이냐? 몹쓸 여식, 몹쓸 여식이야.”
  • 영의정은 침통한 얼굴로 황후마마를 향해 죄를 고했다.
  • “황후마마 죽여주시옵소서, 소신이 여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여 안세자를 해하였사옵니다. 소신... 소신은 여식의 목숨으로 죗값을 받겠나이다!”
  • 영의정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금위군의 패도를 뽑아 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소지유를 향해 내리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