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다음 화
그녀의 독에 취하다

그녀의 독에 취하다

홍은서

Last update: 2022-01-31

제1화 첫 키스를 잃다!

  • 살을 에는 호수가 소녀의 몸을 감쌌고 소지유는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질식감을 느끼며 깨어났다.
  • 그녀가 금방 정신을 차렸을 때 호숫물로 인해 사레가 들어 눈과 입에 물이 넘쳤으며 주위는 어둠뿐이었다. 그녀는 살겠다는 본능에만 의지한 채 수면을 향해 힘껏 헤엄쳤다.
  • 소지유는 속으로 온갖 욕이 다 나왔다. 이미 한 번 죽었었는데 왜 또다시 타임 슬립하여 다시 한번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걸까?!
  • 그렇다, 22세기에서 온 “맹독신의”라고 불리던 천재소녀 소지유는 이미 죽었다.
  • 그러나 눈앞의 이 대주 시대 영의정(丞相) 저택의 서녀(庶女) 소지유는 아마 곧 죽을 운명처럼 보인다.
  • 그녀는 있는 힘껏 손발을 버둥거렸고 생각밖에 정말로 목숨을 구할 지푸라기를 덥석 잡게 되었다.
  • 조금 전 입수한 남자에게 소지유는 마치 한 마리의 문어처럼 엉겨 붙었고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했으나 소지유의 힘이 너무 억셌고 죽어도 손을 놓지 않을 기세였다.
  • 이렇게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간 두 명 다 익사해 죽을 것이다.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소지유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를 수면 위의 무지개다리 아래로 데려와 모습을 숨겼다.
  • 부드럽고 가는 허리는 한쪽 팔로 안고도 여유가 있었고 그 촉감은 남자를 순간적으로 아찔해지게 만들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주물렀다가 매우 급한 발소리를 듣고 어지러운 머릿속의 잡념을 털어냈다.
  • 소지유는 방금 사레가 들어 물을 여러 모금 마셨기에 본능적으로 기침하기 시작했고 남자는 그녀를 다리 밑 벽과 자기 몸 사이에 밀착시키며 싸늘한 목소리로 위협했다.
  • “죽고 싶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말아라!”
  • 소지유는 죽고 싶지 않았으나 소리를 내지 않기는 힘들었다.
  • 이 세상에서 가장 참기 어려운 두 가지 일중 첫째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침이었다.
  • “콜록콜록! 캑캑!”
  • 소지유가 온 힘을 다해 참았으나 여간 참기 어려운 게 아니었다.
  • “황녀님(郡主), 저쪽에서 소리가 났사옵니다!”
  • 한 궁녀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 “얼른 건너가 보아라!”
  • 황녀라 불리는 여자가 한 무리의 궁녀를 이끌고 다급하게 연지를 향해 다가왔다.
  • 사람이 오는 소리를 듣자 소지유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에게서 손을 떼자마자 아예 물밑으로 완전히 가라앉아버렸고 다급한 마음에 다시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황급한 행동으로 인해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게 누구냐?!”
  • 물가에 있던 사람은 연꽃잎에 가려져 호수 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그저 목소리를 높여 물을 수밖에 없었다.
  • 소지유는 심장이 쫄깃해 났고 저도 모르게 기침을 했다. 남자는 그 모습에 가슴이 철렁하여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 !!!
  • 소지유는 완전히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키... 키스를 당했다고? 이건 그녀의 첫 키스였다!!!
  • 후끈하고 뜨거운 기류가 소지유의 얼굴에 내뿜어졌고 그로 인해 소지유는 눈앞의 이 남자가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 중독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누군가의 계략에 빠졌다고 말하는 것이 맞았다. 왜냐하면 그의 몸에 있는 독은 치명적이진 않으나 욕망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스스로 제어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남자는 키스하는 동시에 그녀 몸 뒤에 있던 손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소지유가 남자를 밀쳐내려는 순간 물가에서 계집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황녀님, 연지에 사람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 젠장!
  • 소지유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며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으나 남자는 이상하리만치 냉정했다.
  • 그는 소지유에게 맞춘 입을 떼지 않았고 그저 벽면을 짚고 있던 손을 천천히 풀더니 소지유와 함께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 궁녀와 환관은 명을 받은 후 배를 타고 연지로 내려왔고 초롱불을 켜고 대나무 장대를 손에 쥔 채 연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 물가에 있던 황녀가 조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 “저쪽은, 저쪽엔 뭐가 있느냐? 다리 밑, 다리 밑도 한 번 보아라.”
  • 환관의 긴 대나무 장대가 두 사람의 곁을 여러 번 찔렀고 소지유는 깜짝 놀라 몸이 얼어붙었다. 어쩌면 하늘이 그들을 가엽게 여긴 걸까, 그들은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 얼마 후 소지유는 궁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 “황녀님, 물속엔 사람이 없사옵니다.”
  • 물가에 있던 황녀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 “쓸모없는 놈들, 얼른 다른 곳으로 찾으러 가거라. 그는 거동이 불편하니 필시 아직 후궁에 있을 것이다!”
  • “알겠사옵니다!”
  • ...
  • 사람들이 떠난 후 남자는 소지유를 안고 천천히 물 위로 떠 올랐다. 그 과정에서 그는 소지유에게 맞춘 입을 떼지 않았으며 도리어 혀가 유연하게 그녀의 입속으로 미끄러져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더 깊은 키스를 나누게 되었다.
  • 그녀는 미약하게 신음하였고 그는 더더욱 강하게 입술을 탐했다.
  • 그녀는 당해낼 힘이 전혀 없었으나 그는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
  • 몸 뒤에 있는 차가운 벽은 그녀의 퇴로를 차단했고 눈앞의 이 남자는 마치 화산처럼 버티고 서서 밀쳐낼 수 없었다. 소지유는 부끄러움이 분노로 바뀌며 결국 마음을 굳히고 힘껏 남자의 혀를 깨물었다.
  • 고통은 잠깐 그의 머리를 맑게 했고 남자는 소지유를 놓아주더니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바라봤다.
  • 밤은 깊어졌고 다리 밑은 온통 어둠이었기에 소지유는 남자의 표정을 볼 수 없었으나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그가 화가 났다고? 그녀가 화가 나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 소지유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용기를 내서 말했다.
  • “전 당신이 지금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요. 저... 저를 구해서 이곳을 떠나면 제가 해독시켜 줄 수 있어요.”
  • 소지유의 허리는 여전히 남자의 손에 안겨져 있었고 뜨거운 열기가 그의 손바닥에서 그녀의 몸으로 전해졌으며 연지의 물도 그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 부드러운 몸은 눈앞에 있는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에 짓눌려 변형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내뱉은 말은 도저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 끓어오르는 피와 뜨거운 체온, 그리고 강한 약효는 모두 남자의 정신과 의지를 무너트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소지유의 말을 듣자 남자는 갑자기 그녀를 더 꽉 끌어안더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 “내가 보기에 당신으로 해독하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소.”
  • 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