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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염치없는 미천한 것

  • 안비삼은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 없어 눈살을 찌푸렸다.
  • “이건 다르지 않느냐? 그대는 나를 위해…”
  • “다르지 않사옵니다!”
  • 소지유는 안비삼의 말을 가차 없이 끊어버렸다.
  • “다 같사옵니다. 소녀는 위독한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절대 지나치지 않사옵니다. 오늘은 그 사람이 나리였을 뿐이옵니다. 하오나 그래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으시다면 엽전을 지불하는 건 어떻겠사옵니까?”
  • 그러자 방금까지 홍조를 띠고 있던 안비삼의 얼굴은 순간 차갑게 돌변했다.
  • ‘내…내가 그 금은보화들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냐?’
  • 황후마마와 안친 왕비는 그녀의 말을 듣고 도리어 얼굴 표정이 풀렸다.
  • 소지유가 사리가 밝고 자기 주제도 알고 눈치도 있다고 생각했다.
  • 안친 왕비는 웃으며 말했다.
  • “젊은 아이가 참 총명하구나. 목숨을 구한 은혜를 어찌 엽전과 맞바꿀 수 있겠느냐. 네가 모친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나도 너랑 비슷한 딸이 있느니라. 불편하지 않다면 내 수양딸이 되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앞으로 네 일은 곧 우리 안친왕 가문이 일이 되느니라.”
  • 세상에!
  •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보기엔 안친왕 가문의 사람들은 인정이 넘쳤다. 신분이 하늘처럼 높았지만, 의리도 중요시 여긴다고 생각했다. 안 세자는 혼담을 꺼냈고 왕비는 수양딸로 들이겠다고 했다.
  • 상황이 점점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가자 사람들은 점차 소지유의 행위를 잊고 도리어 비천한 그녀가 이런 큰 혜택을 받은 것에 질투를 느꼈다.
  • 그러나 소지유는 왕비의 제의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하는 소문풍과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소지연의 표정을 보니 왕비의 제의에 점차 혹하기 시작했다.
  •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답했다.
  • “받자니 부끄럽고, 거절하자니 실…”
  • 하지만 “실례”라는 단어를 뱉기 전에 한 여인의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 “안 된다! 비천한 것이 감히 이 황녀랑 언니 동생 사이가 되겠다는 말이냐?”
  • 모든 이의 눈길이 일제히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안비삼의 여동생, 즉 황제 폐하가 직접 북월 황녀의 작위를 봉한 안비월이었다. 그녀는 화가 잔뜩 나 씩씩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 소지유는 북월 황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 그녀를 보자마자 소지유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 ‘이 사람은 아까 연지에서 사람을 찾던 그 사람이잖아?’
  • 비록 북월 황녀와 직접 안면을 튼 적이 없었지만 소지유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비월이 연지에서 자기를 진짜 보지 못했는지 아니면 못 본 척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 그녀가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을 때 안비월은 안친 왕비한테 쪼르르 달려가 팔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 “어마마마, 이런 비천한 여인한테 은냥을 주면 되지 않사옵니까? 안친왕 가문에 들이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옵니다!”
  • 안친 왕비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안비월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안비월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눈이 가득한 이곳에서 여식의 체면을 지켜주고 싶었다.
  • 그러나 안비삼은 참을 수 없어 차가운 말투로 꾸짖었다.
  • “월아, 그만하거라. 지유 아씨는 이 오라비의 은인이니라.”
  • 안비월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한 듯 안비삼을 쳐다봤다. 하지만 안비삼은 아까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안비삼의 시종인 청단이가 입을 열었다.
  • 안비월은 그의 설명을 듣고 표정이 일그러지며 분노를 터뜨렸다.
  • “염치없고 비천한 것! 우리 오라버니를 구한 게 아니라 이 기회를 빌어 오라버니와 연을 맺으려고 한 것 아니냐! 청천백일에 남자와 접문하다니, 넌 분명히 우리 오라버니의 고운 심성 때문에 너한테 혼담을 꺼낼 걸 알고 그런 것 아니냐? 천한 것, 보통 사람들은 너같이 천한 일을 절대 생각지도 못할 것이야! 안친왕 가문에 들어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