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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뿔싸! 황후와 마주치다

  • 소지유는 간 떨어지게 놀랐고 그녀가 거절하기도 전에 남자는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귀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순간 저릿저릿한 느낌이 전류가 흐르듯 강하게 들며 그녀는 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 ‘안 돼, 계속하다간 누구 한 명은 죽을 거야.’
  • 소지유는 얼른 비녀를 뽑아 눈을 감은 채 찔렀다! 그녀는 정확하고도 독하게 찔렀다. 남자는 큰 고통은 느끼지 못했으나 갑자기 오른팔의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그는 살짝 경악한 듯 소지유를 바라봤고 소지유는 얼른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
  • “천종혈, 3분 깊이로 찔렀어요. 앞으로 오른팔을 잃고 싶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 남자는 그제야 소지유를 안고 있던 손의 힘을 천천히 풀었다.
  • 소지유는 안도의 숨을 쉬더니 비녀를 움켜쥐고 말했다.
  • “도련님, 전 비록 무공은 할 줄 모르나 사람 몸에 있는 혈 자리는 전부 꿰뚫고 있으니 눈을 감고도 적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저도 마음으로는 당신이 누군가에게 음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우리 모두 같은 처지니 동병상련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방금 있었던 일은... 저도 당신을 탓하지 않아요.”
  • “하...”
  • 남자는 알 수 없는 웃음을 보였고 그 웃음소리가 거의 비웃음처럼 들려 소지유는 약간 화가 났다.
  • 소지유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 “지금 뭐가 웃긴 거죠! 당신이 저를 구해주고 제가 당신의 독을 풀어주면 다 같이 사는 거예요.”
  • 남자는 소지유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았다. 그것은 바로 그녀를 구해주지 않으면 함께 죽는다는 것이다.
  • ‘대단한 계집이군, 자기 분수도 모르고 말이지!’
  • 남자의 어깨가 흠칫 떨리더니 소지유가 꽂아 넣은 비녀가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더니 다리 벽에 “퍽!” 하고 꽂혔다. 비녀는 전부 물속에 가라앉았으며 비녀못조차 남지 않았다.
  • 소지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움직이려 했으나 남자는 이미 그녀의 두 손을 등 뒤로 가져간 후 자신의 손바닥으로 단단히 고정해 꼼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었다.
  • 남자는 행동으로 그녀에게 그녀가 가진 능력은 재주를 피우는 정도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 눈앞의 사람이 다시 천천히 다가오자 소지유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녀가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귓가에 남자가 내뱉은 싸늘한 한 마디만 들려왔다.
  • “좋소.”
  • 좋다고?
  • 소지유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이미 그녀의 허리를 안고 물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되었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 ‘그... 그는 어디 갔지?’
  • 소지유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한 궁녀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거기 서! 누구지?!”
  • 아뿔싸! 어쩐지 남자가 빨리도 도망간다 했더니 사람이 오고 있었구나!
  • 오늘은 상사절이었고 이날은 황후 마마께서 도읍의 모든 출가하지 않은 귀한 가문의 규수들을 궁으로 초대하여 연회를 열어 앞으로 있을 7번째 대군의 비서 간택을 위해 준비하는 날이었다.
  • 연회는 조금 전 끝났고 황후는 사람을 데리고 어화원으로 와서 꽃구경 준비를 하는데 생각밖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소지유를 보게 되었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 황후 마마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 “어느 가문의 여식인데 이 모양이란 말이냐?”
  • 얼굴에는 얼룩덜룩한 연지가 발라져 있고 옷은 몸에 착 달라붙어 몸 라인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 가히 눈꼴 사나웠다. 황후의 눈빛은 불쾌함으로 가득했으며 곧 흘러넘칠 기세였다.
  • 소지유가 입을 열어 해명하기도 전에 가식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 “황후 마마 송구하옵니다. 송구하기 이를 데 없사옵니다.”
  •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영의정 댁의 둘째 아가씨 소지연이 치맛자락을 잡고 달려 나왔다.
  • 소지연은 소지유 곁으로 달려와 그녀의 팔을 잡고 말했다.
  • “셋째야, 뭘 넋을 놓고 있느냐, 얼른 황후 마마께 무릎을 꿇고 죄를 빌 거라.”
  • 소지유는 영문도 모른 채 그녀에게 이끌려 비틀거리며 바닥에 꿇어앉았다.
  •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소지연이 소지유를 셋째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
  • “소씨 가문의 셋째 아씨? 셋째 아씨는 첩의 자식이 아닌가? 무슨 자격으로 궁의 연회에 참석한단 말이지?”
  • 이 말을 듣자 옆에서 누군가가 거들었다.
  • “쯧, 사람이 낯이 두꺼우면 두려운 것이 뭐가 있나. 장내에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둘째 대군님이 나타나시는 곳에 소지유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는 것을!”
  • “뭐요? 자네 말이 나도 일깨워주는 것 같구먼. 저 온몸이 젖은 꼴을 설마 일부러 보여주는 건 아닌지? 헤헤...”
  • 사람들은 너도나도 비웃는 웃음소리를 냈다.
  • 그렇다, 이 소지유가 둘째 대군에게 매달린다는 것은 거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오늘 둘째 대군도 연회에 참여하니 그녀가 이곳에 나타나는 것도 그리 믿기지 않는 일은 아니었다.
  • 황후 마마는 사람들이 쑥덕대는 소리를 듣자 소지유에대한 인상이 순간 더 나빠졌다. 그녀는 싸늘하게 물었다.
  • “언제 궁에 들어온 게냐?”
  • 소지유가 답하기도 전에 소지연이 나서서 대답했다.
  • “황후 마마께 말씀드리옵니다. 셋째 동생의 생모, 원씨 작은어머니께서 얼마 전에 돌아가셨나이다. 셋째 동생은 종일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먹지도 아니하였사옵니다. 오늘 궁에 연회가 열려 둘째 대군께서 나타나신다는 소문을 듣고 소녀에게 간곡히 궁에 데려가 달라 부탁하여 도무지 거절하기 어려워 제 몸종으로 변장하여 궁에 들게 하였사옵니다. 전부 소녀의 잘못이니 황후 마마께서 벌을 내리시려면 소녀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제 여동생과는 무관한 일이옵니다.”
  • 소지유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속으로 소지연이 말 하나는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뜻은 첫째로는 소지유가 효심을 보여줘야 할 기간에도 놀고픈 마음이 있고 둘째로는 그녀가 둘째 대군을 만나기 위해 질척거린다는 것이고 셋째로는 그녀가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으로 인해 친언니를 못살게 굴었다는 것이다.
  • 겉보기에 용서를 비는 것 같지만 실은 고자질과 다름이 없었다!
  • 아니나 다를까 소지유의 말을 듣자 황후 마마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하더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 “밖에 내놓기 부끄러운 여식이구나. 여봐라, 저 아이를 궁 밖으로 내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