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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절묘한 솜씨로 병을 고치다

  • 영의정은 소지유를 향해 호통친 후 연신 황후 마마와 안친왕비를 향해 사죄했다.
  • “황후 마마, 왕비 마마, 송구하옵니다. 제 여식이 철이 없이 함부로 행동하였나이다. 소인이 돌아가서 엄격히 교육하겠사옵니다! 지유야, 얼른 안세자를 내려놓지 않고 뭐하느냐. 세자가 이런 모습을 하다니, 어찌 체통이 서겠느냐.”
  • 소지유는 건장한 안세자가 마치 아이처럼 그녀의 다리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확실히 보기 좀 그렇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망신당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 소지유는 영의정을 무시하고 다섯 손가락을 모으더니 손바닥 가운데게 오목하게 들어가게 만든 후 빈 주먹으로 안세자의 등을 두드렸다.
  • “퍽퍽퍽”하는 소리가 마치 사람의 심장이 뛰는 소리와도 같아 듣고 있는 사람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졌다.
  • 영의정은 소지유가 그를 안중에 두지 않자 버럭 화를 냈다.
  • “십육 년간 의술을 배워본 적이 없는 네가 여기서 무슨 야단을 피우느냐! 네 어미가 죽었다고 지금 소씨 일가도 함께 죽이려는 게냐?”
  • 영의정의 이 말로 인해 소지유는 순식간에 악독한 마음으로 가문 전체를 음해하려는 악녀가 되어버렸다.
  • 소지유는 적잖게 화가 났으나 여전히 영의정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시각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 영의정은 그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고 달려가 소지유를 잡아끌었다. 그러나 이때 워낙 호흡이 없던 안친왕세자가 갑자기 “욱”하고 토하기 시작했다.
  • “콜록콜록!”
  • 안친왕세자가 살아난 건가?!
  • 씹지 않은 밤 한 알이 음식 찌꺼기와 함께 토해졌다. 사람들은 참을 수 없어서 코와 입을 가리고 뒤로 물러났으나 소지유는 담담하게 청단이와 힘을 합쳐 안친왕세자를 일으켰다.
  • 안세자는 안색이 자줏빛이었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있었다. 안친왕비는 그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 “비삼아, 몸은 좀 어떠느냐?”
  • 안세자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 소지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을 때 안세자만이 그녀를 도와 한마디 거들었다. 이제 그의 목숨을 한 번 구했으니 그 은혜에 보답한 셈이었다.
  • 영의정과 소지연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소지유가 언제 의술을 배운 거지?
  • 영의정이 싸늘하게 말했다.
  • “네가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 얼른 황후마마께 사죄하지 않고 뭐하느냐. 의술을 배운 적이 없으면서 무모하게 나서다니, 자기 얼굴을 내밀려는 생각만 있지 가문에 짐이 될 것은 걱정하지 않는 게냐?”
  • 소지유는 몸을 일으키더니 영의정을 바라보며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제가 태어난 후로 어머니께서 저를 기르셨습니다. 아버지는 또 어찌 제 어머니께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아신단 말씀이옵니까? 그리고... 소녀는 열다섯이옵니다.”
  • 그 말을 듣자 사람들의 안색이 각양각색이었다.
  •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기 딸의 나이조차 모르다니 세상 웃긴 일이었다.
  • 영의정은 늘 나약하기만 하던 소지유가 그의 말을 면전에서 맞받아치자 화를 참지 못하고 뺨을 때렸다.
  • “짝!”하는 소리와 함께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사람들 앞에서 매를 맞다니 너무 모욕적이었다.
  • 영의정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 “누가 네게 아버지를 거역할 담을 주었단 말이냐, 무릎 꿇어!”
  • 소지유는 영의정이 다짜고짜 손찌검할 줄 몰랐다. 그녀는 미처 피하지 못했고 맞은 왼쪽 뺨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 소지유는 뺨을 만지며 영의정을 바라봤다. 만약 전생이라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돌려줬을 테지만 지금 그녀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봉건적인 세계에서 “효”라는 한 글자는 그녀를 질식하게 했다.
  • 그녀가 살고 싶다면 참아야 한다!
  • “내가 꿇어앉으라 하지 않았느냐!”
  • 영의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또다시 뺨을 날리려 했으나 손이 그녀의 얼굴에 닿기 전에 누군가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