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난 그런 뜻이 아니다! 너... 너 아무것도 찾지 못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틀림없어!”
그녀는 소지유가 계속해서 둘러댈 줄 알았으나 생각밖에 소지유는 대범하게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언니께서 그리 보고 싶으시다면 보여드리지요.”
사람들이 소리를 따라 바라보니 소지유의 손바닥 가운데 울퉁불퉁하고 아름다움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못난 돌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돌?
소지연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흘기며 코웃음 쳤다.
“동생아, 변명하고 싶거든 좀 그럴듯한 물건을 고를 수는 없는 게냐? 이까짓 돌멩이라니, 하...”
소지유는 천천히 돌을 움켜쥐더니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건 제가 가진 물건 중에 가장 좋은 물건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건 누가 보아도 연지 바닥에 깔린 태호석이다!”
소지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소지유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들고 황후마마를 향해 담담하고도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식견이 뛰어나신 황후마마, 이 돌은 태호석이 맞사옵니다. 하지만 궁 안의 태호석도 태호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가요. 제 어머니는 남쪽에서 태어나 바로 태호 기슭에서 자랐사옵니다. 남쪽을 떠날 때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으나 이 작디작은 태호석만은 예외였사옵니다. 어머니는 전에 고향의 한 줌 흙이 타향의 만금보다 더 귀하다고 하였나이다. 이 작은 태호석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이 새겨져 있사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소녀와 어머니를 연결해주기도 하지요. 하오니 소녀에게 있어 가장 값진 물건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그녀의 말을 듣자 황후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 곳으로 시집간 여식 중에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 여식이 있을까?
황후가 입을 열었다.
“되었다, 일어나거라. 금아, 저 아이를 환복시켜 주거라.”
궁녀 금아가 황급히 대답했다.
“예, 황후마마!”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속으로 소지유가 이 난관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한숨 돌리기도 전에 인파 속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세자 저하! 저하!”
큰소리로 외친 사람은 바로 안친왕 세자의 시종 청단이었다.
“비삼, 비삼아!”
안친왕비는 다급하게 아들의 곁으로 달려갔으나 이때 안비삼은 이미 완전히 기절하여 의식을 잃은 뒤였다.
황후도 바삐 따라가며 조급한 어투로 말했다.
“얼른 어의를 부르 거라! 이게 무슨 일이냐?”
청단이가 자초지종을 얘기하기도 전에 안친왕비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악! 비삼아! 비삼아!”
청단은 무의식적으로 안친왕 세자의 호흡을 확인했고 얼마 후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수... 수... 숨을 쉬지 아니하옵니다!”
뭐?!
안친왕세자가 돌아가셨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조금 전만 해도 잘 살아있지 않았던가?!
황후는 화들짝 놀라며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안친왕세자가 줄곧 몸이 허약하고 병을 달고 살았으나 이렇게 숨이 끊어지는 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싸늘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어, 그저 숨이 멎었을 뿐이다. 저하께서 무엇을 드시게 한 거지?”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소지유가 어느새 안친왕세자 옆에 쪼그리고 앉아 팔목을 잡고 있었는데 맥을 짚는 듯했다.
청단이는 놀라서 얼이 빠졌고 소지유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소지유는 약간 짜증 난다는 듯 반복해서 물었다.
“대체 저하께 무엇을 드렸냐 물었다!”
청단이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밤이옵니다... 조금 전 세자께서 연회석의 밤을 보시고 향긋하니 맛있을 것 같다고 하여 소인이 몇 알 가져다드렸사옵니다.”
소지유는 두말없이 바로 안친왕세자의 옷을 풀어헤쳤고 그의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다.
소지연은 그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셋째야, 이게 무슨 짓이냐? 어찌 감히 돌아가신 안세자의 옥체에 손을 댄단 말이냐? 넌 천벌이 두렵지 않은 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