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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세자의 횡사

  • 소지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다급하게 둘러댔다.
  •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난 그런 뜻이 아니다! 너... 너 아무것도 찾지 못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틀림없어!”
  • 그녀는 소지유가 계속해서 둘러댈 줄 알았으나 생각밖에 소지유는 대범하게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 “언니께서 그리 보고 싶으시다면 보여드리지요.”
  • 사람들이 소리를 따라 바라보니 소지유의 손바닥 가운데 울퉁불퉁하고 아름다움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못난 돌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 돌?
  • 소지연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흘기며 코웃음 쳤다.
  • “동생아, 변명하고 싶거든 좀 그럴듯한 물건을 고를 수는 없는 게냐? 이까짓 돌멩이라니, 하...”
  • 소지유는 천천히 돌을 움켜쥐더니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 “이... 이건 제가 가진 물건 중에 가장 좋은 물건이에요.”
  •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건 누가 보아도 연지 바닥에 깔린 태호석이다!”
  • 소지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 소지유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들고 황후마마를 향해 담담하고도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 “식견이 뛰어나신 황후마마, 이 돌은 태호석이 맞사옵니다. 하지만 궁 안의 태호석도 태호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가요. 제 어머니는 남쪽에서 태어나 바로 태호 기슭에서 자랐사옵니다. 남쪽을 떠날 때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으나 이 작디작은 태호석만은 예외였사옵니다. 어머니는 전에 고향의 한 줌 흙이 타향의 만금보다 더 귀하다고 하였나이다. 이 작은 태호석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이 새겨져 있사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소녀와 어머니를 연결해주기도 하지요. 하오니 소녀에게 있어 가장 값진 물건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 그녀의 말을 듣자 황후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 곳으로 시집간 여식 중에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 여식이 있을까?
  • 황후가 입을 열었다.
  • “되었다, 일어나거라. 금아, 저 아이를 환복시켜 주거라.”
  • 궁녀 금아가 황급히 대답했다.
  • “예, 황후마마!”
  •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속으로 소지유가 이 난관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그녀가 한숨 돌리기도 전에 인파 속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 “세자 저하! 저하!”
  • 큰소리로 외친 사람은 바로 안친왕 세자의 시종 청단이었다.
  • “비삼, 비삼아!”
  • 안친왕비는 다급하게 아들의 곁으로 달려갔으나 이때 안비삼은 이미 완전히 기절하여 의식을 잃은 뒤였다.
  • 황후도 바삐 따라가며 조급한 어투로 말했다.
  • “얼른 어의를 부르 거라! 이게 무슨 일이냐?”
  • 청단이가 자초지종을 얘기하기도 전에 안친왕비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 “악! 비삼아! 비삼아!”
  • 청단은 무의식적으로 안친왕 세자의 호흡을 확인했고 얼마 후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 “수... 수... 숨을 쉬지 아니하옵니다!”
  • 뭐?!
  • 안친왕세자가 돌아가셨다고?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조금 전만 해도 잘 살아있지 않았던가?!
  • 황후는 화들짝 놀라며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안친왕세자가 줄곧 몸이 허약하고 병을 달고 살았으나 이렇게 숨이 끊어지는 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싸늘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어, 그저 숨이 멎었을 뿐이다. 저하께서 무엇을 드시게 한 거지?”
  •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소지유가 어느새 안친왕세자 옆에 쪼그리고 앉아 팔목을 잡고 있었는데 맥을 짚는 듯했다.
  • 청단이는 놀라서 얼이 빠졌고 소지유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 소지유는 약간 짜증 난다는 듯 반복해서 물었다.
  • “대체 저하께 무엇을 드렸냐 물었다!”
  • 청단이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 “밤이옵니다... 조금 전 세자께서 연회석의 밤을 보시고 향긋하니 맛있을 것 같다고 하여 소인이 몇 알 가져다드렸사옵니다.”
  • 소지유는 두말없이 바로 안친왕세자의 옷을 풀어헤쳤고 그의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다.
  • 소지연은 그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 “셋째야, 이게 무슨 짓이냐? 어찌 감히 돌아가신 안세자의 옥체에 손을 댄단 말이냐? 넌 천벌이 두렵지 않은 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