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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유물을 찾다

  • 쫓겨나든 말든 소지유는 상관하지 않았으나 황후 마마의 이 한 마디 평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 몸의 주인이 그녀에게 준 기억으로 보면 눈앞의 이 세계에서 세론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 지금 황후가 밖에 내놓기 부끄러운 여식이라는 말을 했으니 그녀는 앞으로 영원히 내놓기 부끄러운 천하고 덜돼 먹은 여자가 되는 것이다.
  • 앞으로 어딜 가든 사람들은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이 여자는 밖에 내놓기 부끄러운 천한 여자라지?”
  • 사람들은 그녀와 교제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혼인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 비록 소지유는 세론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으나 이 사람들이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 오늘 몸의 주인이 어떻게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했는지 그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으나 그녀가 어떻게 궐에 들어왔는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 분명히 소지연이 몸의 주인에게 둘째 대군과 만남을 약조하였다고 하여 속여진 채 궁으로 들어온 것이다.
  • 지금 보아하니 둘째 대군과 만남이 아니라 저승사자와의 만남인 것이 틀림없다.
  • 금위군이 이미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자 소지유는 뭔가가 떠올라 얼른 입을 열었다.
  • “황후 마마께서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소녀의 옷매무새가 단정치 못하여 황후 마마께 못 볼 꼴을 보였사옵니다. 하지만 소녀도 어쩔 수 없었사옵니다. 소녀의 어머니께서 남겨준 유일한 유물을 부주의로 연지에 떨어트렸나이다. 이는 어머니와 소녀의 마지막 연결고리이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소녀가 유물을 찾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물건만 되찾으면 소녀는 바로 떠나겠나이다.”
  • 황후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 “네가 이 꼴이 된 이유가 물속에 들어가 어머니의 유물을 찾으려 했기 때문인 게냐?”
  • 소지유가 흐느끼며 말했다.
  • “황후 마마님께 아뢰옵니다. 그리하옵니다.”
  • “하지만 그 물건이 어찌 연지에 떨어진 게냐?”
  • 황후가 의문스러운 듯 물었다.
  • 소지유는 속으로 생각했다. 절대 그녀가 물속에 던져졌다고 말하면 안 된다. 후궁에서 모살을 꾸미는 것은 매우 큰 죄였다. 그녀는 증거도 기억도 없으니 한 마디로 소란을 끌어내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 분명했다.
  • 지금의 상황으로 미루어보면 반드시 큰일을 작은 일로 만들어야 했다. 작은 일로 만들어 눈앞의 위기부터 모면하고 볼 일이다.
  • 소지유는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
  • “황후 마마께 아뢰옵니다. 소녀는 확실히 언니를 따라 몰래 궁에 들어왔사옵니다. 어화원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호위를 보고 순간 놀라 발을 헛디뎠사옵니다. 유물은 소녀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것이라 급한 와중에 품에서 떨어져 연지에 떨어졌사옵니다. 소녀의 잘못이니 변명하지 않겠나이다. 다만 황후 마마께서 자비를 베풀어 소녀가 어머니의 유물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옵소서.”
  • 소지유가 자신을 위해 애써 변명하지 않자 황후는 오히려 그녀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 비록 이 소씨네 셋째 아씨가 떠도는 소문이 좋지 못하나 궐내에서 젖은 몸으로 남자를 유혹할 지경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니 십중팔구는 남의 모략에 빠진 것이 틀림없었다.
  • 황후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후궁에서 지낸 지 어언 몇 년이다. 이 정도의 수작과 모략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았다. 그녀는 소지유를 동정하진 않았지만 조금 전처럼 짜증 나지도 않았다.
  • 황후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지자 소지연이 다급하게 말했다.
  • “셋째야, 잘못하면 그만이지 어찌 헛소리까지 하는 게냐. 마마께 거짓을 고한 죄는 소씨 가문 전체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게야? 난 왜 작은어머니께서 너에게 유물을 주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지?”
  • 소지유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 “언니는 저보다 한 살이 더 많지만 십육 년간 부생 각에 한 걸음이라도 내디딘 적 있었사옵니까? 어머니께서 저에게 무엇을 주었는가는 둘째 치고 어머니께서 어떤 모습인지조차 언니는 알아보지 못할 것 같네요.”
  • 소지연은 이 말을 듣자 대뜸 화를 내며 말했다.
  • “작은 어머니일 뿐이다. 본디 노비 출신인데 아씨인 내가 하루가 멀다고 인사라도 해야 한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