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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입을 맞추고 흡입하다

  • 소지유는 이번에 완곡하게 반박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 “안 세자는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언니야말로 이리 세자에게 저주를 퍼부으시니 천벌이 두렵지 않은 건가요!”
  • 이 말을 듣자 안친왕비의 흐렸던 눈동자가 번뜩이더니 곧 희망의 눈물로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소지유의 손을 잡고 와락 끌어당기더니 조급하게 말했다.
  • “네가 세자를 구할 수 있단 말이냐, 네가 우리 삼이를 구할 수 있는 게야?”
  • 소지유는 안친왕비의 손을 뿌리치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과는 하늘만이 알고 있사옵니다.”
  • 사람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시각 소지유는 이미 전생의 일하던 상태로 바뀌었다. 그녀는 의사다. 비록 맹독을 다루는 의사지만 병을 고치고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 하나는 보통 의사와 다름이 없었다.
  •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으로 그녀는 당연히 전력을 다해 구조하겠지만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달렸기에 그녀는 꼭 살려낼 수 있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 소지유는 재빠르게 눈으로 안친왕세자의 상황을 검사하더니 곧이어 말했다.
  • “세자의 목구멍에 이물질이 끼여서 지금은 호흡이 멈춘 가사상태에 들어갔사옵니다. 만약 누군가가 세자의 입에서 그 물건을 흡입해낼 수 있다면 무사하게 될 것이옵니다.”
  • “흡인이라고? 어떻게 하는 게냐?”
  • 안친왕비가 다급하게 물었다.
  • “입으로 입을 맞춰서 흡입해야 하옵니다.”
  • 소지유가 대답했다.
  • 안친왕비는 급한 나머지 바로 말했다.
  • “그럼 네가 도와서 빼내거라.”
  • 소지유는 멈칫하더니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 “저요?”
  • 안친왕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사람은 좋은 볼거리가 생겼다는 표정이었다.
  • 소지유는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 “상황에 맞게 변통하여 처사하는 것이 맞긴 하나 이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왜 하필 소녀이옵니까?”
  • 소지유는 청단이를 보더니 외쳤다.
  • “네가 하여라!”
  • 청단은 멈칫하더니 다시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 “소인이 어찌 감히...”
  • 이 사람은 안친왕세자다. 만약 사람들 앞에서 그와 입을 맞춘다면 앞으로 이 세자는 체면을 어디에 둘 수 있단 말인가?
  • 궁녀와 하녀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들이 안친왕세자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몸으로 안친왕세자와 입을 맞추면 결백하지 못한 것이 된다. 게다가 그녀들의 신분이 미천하여 안친왕 저택에 시집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나중에 안친왕이 체면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녀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할 수도 있었다.
  • 안친왕비는 소지유의 걱정을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아들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른 입을 열었다.
  • “소지유, 네가 내 아들을 살려주면 장담하건대 내가 너를 안친왕 저택으로 맞아들여 세자빈으로 앉힐 것이니라.”
  • 소지유는 멍해졌다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 “그...그럴 필요까지는...”
  • 소지유는 난처한 듯 안친왕세자를 바라봤다. 사람을 구하는 일은 불을 끄는 일과 마찬가지라 이리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선뜻 자신의 남은 인생까지 걸 수는 없었다.
  • 이 안세자는 체구가 건장하여 그녀의 힘으로는 하임리크 구명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으로 미루어보면 안친왕세자가 망신하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 소지유는 한쪽 무릎을 꿇어앉고 다른 한쪽은 치켜들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90도를 이룬 채 바닥에 받쳤고 이어서 청단에게 말했다.
  • “이리 와서 안세자를 내 다리 위에 올리고 몸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라.”
  • 청단이는 재빨리 달려와 안세자를 소지유가 받친 다리 위에 올려놓았고 소지유는 무릎과 허벅지로 세자의 위 부근을 지그시 눌렀다.
  • 그녀가 구급을 하려던 순간 한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멈추어라!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다! 네가 여기서 무슨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게냐?”
  • 소지유가 바라보니 그곳엔 자신의 아버지인 영의정이 소식을 듣고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