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자 안친왕비의 흐렸던 눈동자가 번뜩이더니 곧 희망의 눈물로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소지유의 손을 잡고 와락 끌어당기더니 조급하게 말했다.
“네가 세자를 구할 수 있단 말이냐, 네가 우리 삼이를 구할 수 있는 게야?”
소지유는 안친왕비의 손을 뿌리치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과는 하늘만이 알고 있사옵니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시각 소지유는 이미 전생의 일하던 상태로 바뀌었다. 그녀는 의사다. 비록 맹독을 다루는 의사지만 병을 고치고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 하나는 보통 의사와 다름이 없었다.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으로 그녀는 당연히 전력을 다해 구조하겠지만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달렸기에 그녀는 꼭 살려낼 수 있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소지유는 재빠르게 눈으로 안친왕세자의 상황을 검사하더니 곧이어 말했다.
“세자의 목구멍에 이물질이 끼여서 지금은 호흡이 멈춘 가사상태에 들어갔사옵니다. 만약 누군가가 세자의 입에서 그 물건을 흡입해낼 수 있다면 무사하게 될 것이옵니다.”
“흡인이라고? 어떻게 하는 게냐?”
안친왕비가 다급하게 물었다.
“입으로 입을 맞춰서 흡입해야 하옵니다.”
소지유가 대답했다.
안친왕비는 급한 나머지 바로 말했다.
“그럼 네가 도와서 빼내거라.”
소지유는 멈칫하더니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요?”
안친왕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사람은 좋은 볼거리가 생겼다는 표정이었다.
소지유는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상황에 맞게 변통하여 처사하는 것이 맞긴 하나 이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왜 하필 소녀이옵니까?”
소지유는 청단이를 보더니 외쳤다.
“네가 하여라!”
청단은 멈칫하더니 다시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소인이 어찌 감히...”
이 사람은 안친왕세자다. 만약 사람들 앞에서 그와 입을 맞춘다면 앞으로 이 세자는 체면을 어디에 둘 수 있단 말인가?
궁녀와 하녀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들이 안친왕세자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몸으로 안친왕세자와 입을 맞추면 결백하지 못한 것이 된다. 게다가 그녀들의 신분이 미천하여 안친왕 저택에 시집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나중에 안친왕이 체면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녀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할 수도 있었다.
안친왕비는 소지유의 걱정을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아들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른 입을 열었다.
“소지유, 네가 내 아들을 살려주면 장담하건대 내가 너를 안친왕 저택으로 맞아들여 세자빈으로 앉힐 것이니라.”
소지유는 멍해졌다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그...그럴 필요까지는...”
소지유는 난처한 듯 안친왕세자를 바라봤다. 사람을 구하는 일은 불을 끄는 일과 마찬가지라 이리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선뜻 자신의 남은 인생까지 걸 수는 없었다.
이 안세자는 체구가 건장하여 그녀의 힘으로는 하임리크 구명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으로 미루어보면 안친왕세자가 망신하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소지유는 한쪽 무릎을 꿇어앉고 다른 한쪽은 치켜들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90도를 이룬 채 바닥에 받쳤고 이어서 청단에게 말했다.
“이리 와서 안세자를 내 다리 위에 올리고 몸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라.”
청단이는 재빨리 달려와 안세자를 소지유가 받친 다리 위에 올려놓았고 소지유는 무릎과 허벅지로 세자의 위 부근을 지그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