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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죄를 덮어씌우다

  • 면전에 대고 호되게 욕을 먹은 소지유는 어안이 벙벙했다.
  • ‘내가 황녀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아닌데!’
  • 안비삼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평소 교만하고 방자한 행동을 모두 봐줬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을 하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 그는 여동생을 째려보며 꾸짖었다.
  • “그 입 다물라! 누가 널 그렇게 가르쳤더냐? 아씨는 이 오라비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감사를 드리지 못할망정 욕설을 퍼붓다니, 얼른 사과드리거라!!”
  • 이에 안비월은 꼬리 밟힌 고양이마냥 펄쩍 뛰었다.
  • “오라버니, 사과라니요? 이 여인한테 사과하라는 말이 옵니까? 닥치는 대로 아무 남자와 밀회하는 이 비천한 것한테 사과하라는 말이 옵니까? 이 천한 것이 진짜로 오라버니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옵니까? 절대 아니옵니다! 분명히 오라버니의 고운 심성을 이용해 우리의 신분을 넘보는 것이 옵니다!”
  • 뭣이? 낯선 남자랑 밀회했단 말인가?
  • 모든 이의 눈길이 또다시 소지유한테로 쏠렸다. 소지유는 긴장한 탓에 손에 땀을 쥐기 시작했다.
  • ‘아까 연지에서 발생한 일을 봤나?’
  • ‘그런데 왜 아까 연지에서 날 까발리지 않고 인제 와서 이러는 거지?’
  • ‘안 돼, 황녀가 보았든 보지 못했든 난 무조건 잡아떼야 해!’
  • 소지유는 이를 깨물고 말했다.
  • “황녀님의 말이 지당하시옵니다. 소녀 신분이 비천하여 황녀와 언니 동생 사이가 될 수 없사옵니다. 소녀 자기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고 한 번도 왕족 가문을 넘본 적 없사옵니다. 하오나 공주도 소녀의 동기를 공주 생각대로 추측하면 아니 되옵니다. 가령 소녀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공주께서 아마 곡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하니 소녀를 궁지에 몰지 말아 주시옵소서!”
  • 주변 사람들의 눈에 경악과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다. 종일 남자들과 붙어 다니며 소심하고 나약한 얼간이가 언제 이렇게 날카롭게 변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 얼굴에 분칠도 알록달록하고 옷차림도 저속했지만, 그녀의 기질은 분명 주변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
  • 무범 대군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소지유를 탐색하듯 쳐다봤다.
  • 무염 대군도 고개를 살짝 들고 도도하게 그녀를 쳐다봤다.
  • 주변의 구경꾼들은 호기심과 놀라움에 웅성웅성했다.
  • 소지유의 말을 들은 안친 왕비는 얼굴이 살짝 굳었다. 비록 안비월이 안하무인이긴 했지만 소지유의 말도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 “어찌 … 그런 말을 하느냐. 월이가 명백히 말했으니 여식의 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 소지유는 경멸하듯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안친 왕비는 당연히 안비월의 편을 들었다. 시비가 분명한 안 세자가 오히려 더 낫다고 판단했다.
  •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죄를 씌우려고 한다면 어찌 구실이 없음을 걱정하오리까?”
  • ‘황녀의 말을 들어볼 것도 없어!’
  • 안비월은 뚜껑이 열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그게 무슨 뜻이냐? 내가 너한테 오명을 씌웠다는 게냐? 오늘 너의 죄를 다 까발려서 아주 혼을 내줄 테다!”
  • 안비월은 다시 고개를 돌려 황후를 쳐다봤다.
  • “황후마마, 대략 일 시 전에 저 여인이 호위무사와 밀회하고 있는 걸 소녀가 두 눈으로 직접 봤사옵니다. 하녀의 옷차림을 하고 있어 외로움을 참지 못한 하인이 금위군을 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녀는 못 본 척했사옵니다. 하오나 소녀가 갓 발길을 돌리려 할 때 저 여인이 갑자기 금위군과 다툼이 일어났고 금위군이 저 사악한 여인한테 밀려 연지에 빠졌사옵니다. 그 금위군이 허우적거리다가 저 여인을 잡고 연지 속으로 잡아당겼사옵니다. 소녀는 위급한 상황에 바로 황후마마한테 고하려고 했으나 소녀가 연석에 도착했을 때 황후마마는 이미 계시지 않으셨사옵니다.”
  • 안비월이 말을 끝내자마자 뭇사람들이 반응도 하기 전에 소지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치고 들어갔다.
  • “뭣이? 넌 어머니의 유물을 찾으러 간 게 아니라 금위군과 밀회를 하다가 물에 빠진 것이로구나! 아버지, 셋째가 우리 집안에 먹칠하고 있사옵니다!”